오늘은 올해 메이저리그 최대 라이벌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2번째 대결이 있는 날이다.
단순히 지역 라이벌의 대결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최강 전력의 두팀의 자존심 싸움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올 시즌 처음 맞붙은 어제 경기에서도 그 치열함은 대단했다. 양팀 선수 하나하나의 눈빛에서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어제 경기 후반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질 정도로 양팀의 신경전도 대단했다. 어제 경기는 결국 연장까지 가는 피를 말리는 공방 끝에 다저스가 승리했다. 그리고 오늘 2차전을 맞은 것이다.
오늘 양팀의 선발 투수는 에이스 격돌이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샌디에이고는 다르빗슈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최강팀 다저스의 상징적인 선수다. 투수로써 그는 메이저리그의 201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로 사이영상을 3회나 수상하였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노쇄화의 우려를 보이고 있으나 올해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2마일로 전성기 구속을 회복하였으며, 무엇보다 커쇼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포심의 수직 무브먼트가 예전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에이스의 위용을 회복하였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다르빗슈는 2012년 빅리그 데뷔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다저스에서 생활을 했었다.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다르빗슈는 빅리그에서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 이런 암흑시기의 중심인 2017년, 단년 계약으로 다저스에서 뛰고 부진한 성적으로 쫓기듯이 시카고 컵스로 자리를 옮겨야 했으니 다르빗슈가 다저스를 만났을 때의 감정은 남다를 듯도 하다. 다르빗슈가 이 시기에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제구력 문제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다르빗슈에게 갑자기 제구력 문제가 생긴 것은 주무기로 사용하던 슬라이더가 빅리그 타자들에게 파악되면서 구종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결정구를 얻어 맞기 시작했다는 것이니 승부를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피할 수 밖에는 없었고, 당연히 제구력이 나빠지면서 성적은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르빗슈가 선택한 구종은 컷터였다. 각이 크게 떨어지는 컷터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19시즌 부터 성적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컷터를 앞세운 2020시즌에는 NL다승왕에 등극할 정도로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며 시카고 컵스를 떠나 샌디에이고로 자리를 옮겼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다르빗슈의 컷터와 류현진의 컷터는 전혀 다른 구종이라는 것이다. 다르빗슈의 컷터는 각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다르빗슈의 이전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타자가 구분하기 힘들어지는 구종이다. 반면 류현진의 컷터는 각이 거의 꺾이지 않아 포심과 타자가 햇갈리는 구종이다. 다르빗슈와 류현진 모두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이기에 타자를 현혹시키기 유리한 방향으로 컷터를 진화시켰다는 것이 재미있다.
양팀의 경기는 기대했던 것 처럼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었다. 5회초 다저스의 공격에서 2사 이후 맥킨스트리의 볼넷, 테일러의 중전안타, 그리고 반스의 볼넷이 연달아 나오면서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 때 타석에 들어선 것은 투수 커쇼였다. 커쇼는 바로 전 이닝에서 2사 이후 프로파의 '포수 타격 방해' 어필 과정에서 흥분한 모습을 보였었지만 대투수답게 차분한 모습으로 미소까지 띄우며 타석에 들어섰다. 파울을 3개나 만들며 8구까지 간 승부는 결국 볼넷이 되었고 커쇼는 밀어내기 1점을 만들어 냈다. 긴 0의 행진을 끝낸 것은 바로 투수 커쇼였다.
오늘 경기에서 커쇼는 6이닝 동안 안타2개, 볼넷2개를 허용하였으나 삼진을 8개나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르빗슈도 1실점하기는 했으나 7이닝 동안 볼넷2개에 안타는 1개 밖에는 맞지 않으면서 에이스 다운 투구를 했다.
0의 공방은 9회가 되어서야 다시 한번 꿈틀했다. 9회초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탬파베이에서 필승조로 위력을 떨치며 20년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에밀리오 파간을 마운드에 올리며 9회말 마지막 승부를 준비했다. 선두 타자는 '터너 타임'의 저스틴 터너. 터너는 30대가 되어서야 확실한 자리를 잡을 만큼 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형 선수다. 그러나 올해 37세의 FA터너에게 관심을 가진 팀은 없었다. 다저스 마저도 4년 계약을 요구하는 터너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런 설움 속에 다저스와 2+1 계약을 한 터너는 '다저스에 터너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소리를 듣고 있을 정도로 올해 맹활약 중이다. 터너는 파간이 5번째로 던진 가운데로 몰린 듯한 강속구를 통타하여 좌월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9회말 샌디에이고는 2사 2,3루의 찬스를 잡으며 역전을 노렸으나 토미 팜이 때린 좌중간 안타성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다저스의 중견수 무키베츠가 슬라이딩하며 잡아냄으로써 경기를 끝내 버렸다. 마치 어제 국내 프로야구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는 두산 중견수 조수행의 나이스 캐치와 매우 비슷한 장면이었다.
'라이벌 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강팀의 경기는 이런 것이다. 재미있는 야구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등 너무나 많은 미사 여구가 필요한 멋진 경기였다. 일요일 아침이 그냥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