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가을 야구가 시작되었다.
마치 기획한 것 처럼 코로나로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오늘 경기부터는 관중입장이 100% 가능하고, 경기장 취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단축 포스트시즌이 진행된다.
코리안시리즈만 4선승제이고 나머지는 모두 2선승제로 펼쳐진다.
단, 오늘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4, 5위전)은 4위 두산 베어스가 1승을 확보하고 진행하는 것으로 5위 키움 히어로스는 무조건 2연승을 이루어 내야 한다.

오늘 선발은 동기생 와일드와일드씽들의 맞대결이다.
두산은 배명고 에이스 출신 곽빈, 키움은 휘문고 에이스 출신 안우진이다. 두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두산은 에이스 미란다가 부상 회복이 더뎌지며 출전이 불가하고, 원투펀치 로켓 역시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최원준은 직전 경기에서 던져 마운드에 오를 수 없어 곽빈이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에이스 요키시는 직전 경기에서 던졌고, 브리검은 미국으로 돌아간 지 오래다. 현재 가장 구위가 좋은 선수가 안우진이다.
1회 초 두산 선발 곽빈의 구위는 상당했다. 최고 스피드 152km에 달했고 제구된 150km 포심이 구석구석을 찔렀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한 경기도 치른 적이 없는 선수답지 않게 안정적인 구위를 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1회 말 키움의 선발 마운드도 만만치 않았다. 최고 구속은 155km에 달했고 자신의 빠른 공을 믿고 던지는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팀 타자들은 모두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삼자 범퇴 당했다.
2회 초 키움의 5번타자 송성문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마운드의 곽빈의 얼굴에도 ‘넘어갔구나!’하는 탄식이 비췄지만 큰 포물선이 담장 바로 앞에서 잡혔다. 잠실이라 넘어가지 않은 아쉬운 타구였다. 그러나 곽빈은 삼자 범퇴로 키움의 2회 초 공격을 다시 막아냈다. 2회 말 두산의 타선도 삼자범퇴에 그쳤다.
3회 초 1사 이후 키움에서 첫 출루가 나왔다. 곽빈의 제구가 갑자기 흔들리며 키움의 이지영이 1루에 출루했다. 두산의 포수 박세혁은 이제 리그 정상급 포수로 성장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곽빈의 직구가 제구가 되지 않자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며 볼카운트를 잡아가며 1루를 잔루로 남겼다. 3회 말 안우진은 155km 포심과 136km 너클커브가 빛을 발하며 세명의 타자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안우진의 위력이 이닝이 거듭할수록 배가 되었다. 3회까지 상대한 9명 중 5명에게 삼진을 잡았다.
4회 초 선두타자 김혜성이 볼넷으로 1루에 출루했다. 발빠르고 야구 센스 좋은 김혜성이 무사에 찬스를 잡아 그라운드는 기대감으로 들끓었다. 김혜성의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은 92%에 달한다. 타석에는 시즌 타격 1위 이정후가 섰다. 이정후의 잘 맞은 타구가 외야를 날았지만 담장 앞 워닝 트랙에서 우익수 박건우에게 잡혔다. 곽빈의 포크볼에 키움 선수들의 타이밍이 맞아가기 시작했지만 아쉬운 야수 정면 공이었다. 타석에는 박병호가 들어섰다. 시합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박병호의 경험에 기대를 한다며 4번타석에 박병호를 넣었다. 박병호 타석에 김혜성은 2루 도루를 감행했다. 포수 박세혁의 송구가 자동 태그되며 아웃이 되었다. 두산의 호수비가 키움의 흐름을 끊었다. 2사 이후 박병호는 외야 플라이로 아웃되며 아쉬운 4회를 접었다. 안우진은 4회에도 진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3명의 타자를 아웃시켰다.
5회 초 선두타자 송성문은 2회 홈런성 타구를 날리며 타격감을 달구더니 우익수 라인선상을 흘러 담장까지 구르는 2루타를 날렸다. 크레익은 투수 땅볼로 아쉽게 아웃되었지만 후속 전병우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1사 1, 2루의 찬스를 맞았다. 이지영은 노련했다. 특유의 컨택 위주로 밀어내며 2루 베이스 위를 흐르는 적시타를 날렸다. 오늘 경기 첫 점수를 만들어냈다. 곽빈은 변상권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이현승으로 교체되었다. 이현승도 이용규를 땅볼로 잘 막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곽빈은 1실점 했지만 좋은 모습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5회 말 안우진은 역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사 이후 허경민에게 갑자기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거푸 볼 4개를 던져 첫 진루를 허용했다. 이후 박세혁은 거의 방망이 손목 부분에 공이 맞으며 우측에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를 만들었다. 갑자기 2사 1, 3루의 전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안우진은 박계범을 루킹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박계범은 한참을 멍하니 타석에 서 있었다.
두산 이현승은 1 : 0으로 뒤진 5회 말 2사 이후에 마운드에 올라 키움이 자랑하는 좌타자 3인방을 처리했다. 5회 이용규, 6회 초 김혜성과 이정후를 처리하고 홍건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올 시즌 홍건희는 두산의 허리를 맡아 눈부신 피칭을 했다. 만약 두산에 홍건희가 없었다면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은 참담했을 것이다. 그러나 홍건희는 나오자 마자 키움 박병호에게 깨끗한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홍건희는 다음 타자 송성문과 149~151km에 달하는 포심으로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다. 결국 송성문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6회 초를 마무리 했다. 6회 말 안우진은 2사 이후 페르난데스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기대했던 박건우는 안우진의 마구와 같은 슬라이더에 맥없는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했다.
7회 초 키움의 외인타자 크레익이 잘 맞은 좌전안타로 선두타자 진루에 성공했다. 승부처라고 판단한 키움 벤치는 1루 주자로 대주자 박정음을 투입했다. 대주자 투입이 꿀팁이었을까? 홍건희는 번트 모션을 하고 있는 전병우를 향해 힘이 너무 들어가며 땅볼 폭투를 던졌다. 발빠른 주자는 번트 없이 2루까지 진루했다. 3볼 1스트라이크까지 몰린 홍건희의 5구에 전병우는 좋은 번트로 2루 주자를 3루에 안착시키고 자신은 산화했다. 교과서 같은 희생번트였다. 타석에는 오늘 경기 첫타점을 이미 올린 바 있는 이지영이 들어섰다. 흔들리는 홍건희의 폭투성 공을 박세혁의 파인 플레이로 막아내며 버티던 두산은 이지영에게 3루 땅볼 유도에는 성공했지만 허경민이 공을 어렵게 포구하며 타자주자만 잡아내며 추가 1실점했다. 경기는 2 : 0으로 조금 벌어졌다. 홍건희는 주자가 없자 안정감을 되찾으며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세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키움은 다시 한걸음 달아났다. 7회 말 안우진은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진루시켰다. 안우진에게는 오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 양석환의 라인드라이브성 대형 타구를 바뀐 좌익수 박정음이 펜스에 부딪치며 잡아냈다. 오늘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좋은 수비로 위기를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허경민은 좌익수 방면 좋은 안타로 주자를 3루에 보내며 1루에 살아 나갔다. 안우진의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두산 벤치는 승부를 걸었다. 1루 대주자로 조수행을 타석에는 대타 김인태를 내세웠다. 안우진은 152km의 직구를 뿌리며 총력전을 펼쳤다. 조수행은 도루로 2루를 훔쳤다. 김인태는 좌중간 적시타를 날리며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안우진의 오늘 호투가 빛이 바랬다. 안우진은 힘이 떨어지며 변화구가 높아지며 통타를 당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안우진은 김태훈으로 교체되었다. 계속 위기를 거듭하던 안우진을 왜 바꾸어 주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박계범의 우익수 플라이에 2루 주자 대주자 박지훈은 3루까지 진루했다. 두산은 2사지만 3루에 주자를 두며 호시탐탐 추가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김태훈은 강승호를 범타로 잘 막아내며 추가실점 없이 7회를 막아냈다. 키움에게는 아쉬운 7회가 이렇게 끝이 났다.
8회 초에는 두산 이영하가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에서 무언가 어긋난 투구를 하던 이영하가 올 시즌 후반 8회에 나오는 셋업맨 변신에 성공하며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오늘도 바뀐 포수 장승현과 호흡을 맞추며 8회 등판했다. 이영하가 첫번째로 만난 키움의 이용규는 8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결국 좌익수 앞 깨끗한 안타로 무사 1루에 진루했다. 김혜성도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중간을 빠져 흐르는 안타를 날렸다. 바뀐 유격수 김재호는 치고 달리기 사인에 2루 커버를 들어가다가 그 공간으로 공이 빠져 나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무사에 1, 3루 이정후의 타석을 맞이했다. 오늘 경기 중 키움의 가장 좋은 찬스였다. 이정후는 다시 풀카운트 접전을 펼치며 볼넷을 골라냈고 찬스는 4번타자 박병호에게까지 이어졌다. 무사 만루의 찬스였다. 박병호의 좌익수 플라이에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에 들어왔다. 아쉬운 점은 중계된 공이 중간 커트가 되며 2루 주자가 3루에 가는 것을 막고자 하였으나 공이 빠지며 주자들이 모두 살아 1사 2, 3루의 찬스가 계속되었다. 김재호의 중계 플레이가 약간 어설펐다. 투수가 다시 최승용으로 교체되었다. 최승용은 올 시즌 2차 2라운드로 선발된 신인이다. 시즌 종반 불같은 광속구를 선보이며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눈길가는 신인이다. 최승용은 송성문을 맞추는 사구를 던지며 출루시켰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이라는 위압감을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는 두산의 마무리 김강률이 올랐다. 승부를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돋보이는 교체였다. 키움도 대타 김웅빈을 타석에 올리며 승부를 걸었다. 김웅빈은 우중간 짧은 플라이를 날렸고 김재환은 공을 잡자 마자 홈에 좋은 송구를 뿌렸지만 포수 장승현이 공을 놓치며 김혜성의 홈쇄도를 막아내지 못했다. 김혜성의 무리한 주루 플레이였지만 두산의 수비가 흔들리며 키움은 4 : 2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두산은 8회 아쉬운 플레이를 연속하며 2실점을 허용했다. 전병우는 2사 1, 2루에서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플라이가 되며 8회 초를 마감했다. 8회 말 두산은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마운드에는 김재웅이 바뀐 투수로 올랐고 타석의 정수빈은 기습 번트로 1루에 출루했다. 공이 내야에 떴지만 1루수로 자리를 옮긴 전병우의 수비가 어설펐다. 전병우는 어설픈 수비 이후 페르난데스의 1루 옆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몸을 날리며 잡아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너무나 중요한 수비 하나를 해냈다. 1사 2루에서 클러치 능력 뛰어난 박건우가 타석에 섰다. 박건우의 날카로운 타구는 우익수 이용규의 정면을 향했고 이용규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올렸다. 그러나 타구가 라이트에 가리며 아찔한 순간을 맞았지만 이용규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2사 2루가 되자 키움은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조상우는 김재환에게 대형 홈런을 얻어 맞았다. 동점 투런 홈런이었다. 경기는 다시 4 : 4 동점이 되었다. 조상우는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으며 8회 말을 넘겼다.

9회 초 선두타자 이지영이 2루 베이스 방향 좋은 타구를 날렸지만 강승호의 좋은 수비로 1루 진루를 막았다. 양석환의 1루 포구도 좋았다. 동점이 되자 수비 집중력도 살아났다. 대타 박동원도 3루 땅볼로 아웃되며 2사가 되었다. 이용규는 끝까지 김강률을 물고 늘어지며 2사에도 볼넷으로 진루하며 두산을 괴롭혔다. 김혜성도 볼카운트 싸움을 풀카운트까지 끌고 가며 찬스를 이어가고자 했다. 풀카운트에서 볼을 다시 골라내며 볼넷으로 2사 1, 2루의 찬스에서 이정후 타석으로 이어갔다. 오늘 김강률은 슬라이더가 제대로 휘지 않으면서 예전의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정후의 타구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 2루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역시 이정후였다. 투수가 다시 권휘로 바뀌었다. 권휘로는 박병호를 막을 수 없었다. 박병호는 적시 안타로 이정후를 불러 들였다. 투수가 다시 이교훈으로 바뀌었다. 송성문의 타구가 중견수에 높이 뜨며 길었던 9회 초가 끝났다. 9회 초 키움은 3점을 뽑아내며 다시 7 : 4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9회 말 조상우는 8개의 공을 뿌리며 김재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조상우는 오늘 공을 너무 많이 던지고 있어 오늘 승리해도 내일 경기가 아쉬운 상황이 되었다. 타석에는 대타 안재석이 나왔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 루키 안재석은 정규 시즌에서 날카로운 방망이도 선보인 두산의 미래 자원이다. 안재석은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좋은 안타로 무사 1, 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는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으로 변했다. 그러나 강승호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의 찬스에서 정수빈과 페르난데스가 범타로 물러나며 두산은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키움은 극적으로 7 : 4로 승리했지만 마무리 조상우가 오락가락하는 피칭으로 43개의 공을 던져 내일 등판이 불투명 해지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오늘 경기는 경기 종반 불꽃이 튀었다. 팬들 입장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재미있는 경기였지만 그 만큼 양팀의 뒷문은 헐겁다는 이야기다. 양팀 모두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뒤가 허전함을 느낄 것을 생각하니 전력 공백이 새삼 아쉽기만 하다. 어찌되었든 키움은 끝까지 승부욕을 불태우며 7 : 4 승리를 거두어 내일 다시 한번 두산과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