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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 리뷰/오늘의 프로야구 결과와 리뷰

한화의 탠덤 전략. 탠덤 전략은 성공할까? 2021년 4월 7일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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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한화이글스의 압승이었다. 탠덤 전략이 먹혔다.

지난 몇 년 동안 한화이글스의 성적은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그 원인을 두고 대전 충청권의 유망주가 지난 몇년간 적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2군 육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 등 성적 부진에 대한 다양한 원인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투수의 비중이 큰 야구에서 지난 몇 년간 한화의 투수 자원이 부족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2021시즌을 준비하면서 한화는 외국인 감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야구는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여타 종목 처럼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는 종목이라는 점은 메이저리그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된 사실이기는 하지만 한 동안 하위권에만 머물러 온 한화의 팀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앞서서도 말했지만 어차피 야구는 투수 놀음이니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 온들, 부족한 투수 자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팀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한화는 현재 닉 킹험, 라이언 카펜터, 김민우까지 선발진 세 자리는 확정한 상태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차치하고 아직 4,5 선발은 아직 확정짓지도 못하고 있을 정도로 선발 투수진이 부족한 상태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선발진인데 작년에 3선발을 맡아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분분투한 장시환의 부상 이탈은 너무 아쉽다. 이런 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오늘 경기에 탠덤 전략을 예고한 바 있다.

탠덤은 2인용 자전거를 의미한다. 탠덤 전략은 선발투수가 1+1으로 나오는 전략이다

탠덤 전략은 우리에게 선발 2명을 차례로 함께 투입하는 1+1 전략으로 더 익숙하다. 올해 초 탠덤 전략이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마 양현종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올해 초 양현종의 보직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내 생각에 그는 세컨드 탠덤(second tandem) 또는 2이닝 구원투수 역할이 적합하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는데 이 때부터 한국 언론들에서 탠덤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었다. 탠덤은 사전적으로는 좌석이 앞뒤로 된 2인용 자전거를 뜻하는 단어인데, 세컨드 탠덤이라고 하면 이런 자전거의 두번째 자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우드워드 감독의 말은 '양현종은 선발투수가 2명 나오는 1+1 전략을 선택했을 때 두번째 나오는 선발로 4회 또는 5회에 나와 2이닝 정도를 맡아 주는 것이 적당한 투수로 본다.'라는 뜻이다. 텍사스가 이렇게 탠덤 전략을 팀 구성 단계에서 부터 준비하는 것은 한화와 마찬가지로 경험있는 선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팀 중에 선발진이 취약한 팀으로 손꼽히는 팀이다. 텍사스가 올해 탠덤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젊은 선발 유망주들의 어깨에 걸리는 부하를 덜어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만 25세 이하 젊은 투수들이 그 전년 대비 30이닝 이상 투구이닝이 늘어날 때 부상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고 하는 것이 '버두치 효과'라는 것인데, 메이저리그에서는 젊은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버두치효과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텍사스레이저스 역시 젊은 선발진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험 많은 투수가 뒤를 받치게 하여 앞선 젊은 선발투수의 투구수를 조절하여 주고자 하는 의도이다. 탠덤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텍사스레인저스의 선발진은 취약하고 선발진을 구성할 후보들이 젊고 경험없는 투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화의 사정도 텍사스와 그리 큰 차이는 없으니 아마 텍사스와 비슷한 탠덤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4,5선발을 대체할 한화의 탠덤 전략은 김이환+박주홍과 문동욱+임준섭 카드가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 투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탠덤 전략보다는 오프너 전략을 더 많이 활용해 왔다. 오프너 전략은 불펜투수가 먼저 나와 1,2회를 던지고 두번째로 기존의 선발투수가 나와 던지는 것으로 일반적인 로테이션에서 선발과 중간계투가 자리를 바꾸는 형태를 말한다. 만약 골프라면 일반적으로 먼저 치는 드라이버 대신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두번째로 우드를 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너 전략은 선발투수는 부족하지만 1,2회 정도를 잘 던질 수 있는 중간계투 투수가 많은 팀에게 적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발투수들이 1회 상대팀의 강한 테이블세터진과 클린업트리오를 맞아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준척급의 중간 계투가 우선 막아주고 하위 타선부터 선발투수가 맡아 던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경험이 적거나 아직 구위가 다양하지 않은 선발투수들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우스게 소리로 불펜선동렬이나 1이닝최동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중간계투가 있는 팀이라면 오프너 전략은 효과적이다. 정리하면 탠덤의 경우 선발투수의 1+1 전략이라면 오프너 전략은 짧고 강한 투수가 먼저 선제 진압하고 선발투수가 나중에 나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오프너 전략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템파베이레이스는 시즌 종료 후 드래프트 우선 시드를 받기 위해 시즌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괜찮은 선발 투수들은 다 팔아 먹어서 선발은 없는 대신 팔아 먹고 반대 급부로 받은 준척급의 중간계주진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시즌은 진행을 해야 하니 고육지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 오프너 전략이다. 한화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탠덤 전략도 오프너 전략도 모두 활용해 볼 생각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전략들을 활용할 지 궁금하다.

제 1 탠덤으로 나온 김이환.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제 2 탠덤으로 나온 박주홍. 제 2선발로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예고 한 대로 탠덤 전략을 활용했다. 선발로 나온 김이환이 2.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발 투수로 나온 제 1 탠덤이 3이닝을 채우지 못했으니 오프너에 더 가까운 활약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화의 오늘 전략은 무실점으로 짧게 끊어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3회에 위기가 찾아오자 바로 투수를 교체했다. 제 2 탠덤으로 나온 박주홍은 나오자 마자 부담스러운 상대인 최주환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실점 위기를 잘 넘겼다. 박주홍은 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SSG 타선을 잘 막았으니 제 2 선발 역할로는 훌륭했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양현종이 텍사스 최종 엔트리에 들었다면 오늘의 박주홍과 같은 제 2 탠덤(Second Tandem)  역할을 했을 것 같다. 2연패를 당하고 있는 한화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라고 판단한 듯 하다. 왜냐하면 오늘 탠덤 전략은 1+1이 아니고 1+1+1이었다. 3번째 투수로 나온 김진영이 조금 부진한 느낌이 들자 미련없이 투수를 다음 탠덤조인 문동욱으로까지 교체하며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이런 코칭스태프의 의지가 팀에 전달되었던 것 같다. 오늘 한화는 공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SSG를 17:0으로 크게 이겼다. 결과적으로는 탠덤 전략이 성공한 오늘이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한화가 많이 변하기는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든지,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도 낯설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주전의 나이가 많은 팀의 대명사 였던 한화가 몰라볼 정도로 주전 연령이 낮아진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몰라볼 정도로 밝아진 불펜 분위기이다. 경기 중에도 감독과 선수, 코치와 선수들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라든지, 고참선수와 신인선수들이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는 모습들은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던 이전의 한화 불펜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아직은 시작점에 서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들이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웬지 감이 좋다. 한화이글스의 2021년 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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