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6일 프로야구 경기 중 기아와 키움의 경기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단연 기아의 선발투수 다니엘 맹덴이었다. 맹덴은 전문가들로부터 21시즌 가장 강한 외국인 투수라고 평가 받고 있다. 맹덴은 1993년 생으로 비교적 젊은 외국인 투수이다. 2014년 휴스턴애스트로스 4라운드로 지명되었으며 2015년에 오클랜드애슬레틱으로 트레이드되어 2016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였다. 2015, 2016년 마이너에서 2년 연속 10승을 기록하였으며 특히 2016년 마이너리그 방어율이 1.46으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2016년 메이저리그 데뷔는 이러한 성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것은 2018년으로 오클랜드 선발진에 합류하여 7승6패 방어율 4.05를 기록했다. 19년부터는 성적이 내리막길을 걷다가 결국 20년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를 위한 관절경 수술을 받아 메이저리그에서 투구를 거의 하지 못했다. 20년 8월에는 특이하게도 코로나에 감염되는 악재를 겪기도 하였다고 한다. 결국 맹덴은 '20대의 젊은 투수로 메이저리그 선발로테이션의 한축을 1년 이상 지켜온 경력이 있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의 기록은 아직 없어 현재 구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술 후 첫 실전 경기인 오늘의 모습은 매우 궁금했다.
내심 '커리어 하이 시즌이 10승도 되지 않는 투수가 하면 얼마나 하겠나?'하는 한국프로야구 팬으로의 팬심으로 맹덴의 투구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5회 2사 프레이타스가 중전 안타를 칠 때까지 맹덴은 키움 타자가 1루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5회까지 맹덴이 마운드에서 키움을 틀어 막고 타석에서는 키움의 국내 에이스 최원태를 김호령, 박찬호가 괴롭히고 최원준이 적시타로 1점을 뽑아내고 6회초 최형우가 호쾌한 솔로포로 추가 득점을 올려 2:0으로 앞서고 있었다. 승리의 여신은 맹덴의 강력함에 미소를 보내는 듯 하던 6회말 균열이 시작되었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선두타자 김수환에게 밀린 듯한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여 무사 1루가 되었다. 그리고 투구수가 75개가 넘어가면서 맹덴의 구위는 눈에 띄게 저하되었다. 근근히 2사까지 만들어 낸 맹덴은 주자 2,3루에 둔 상황에서 키움의 가장 믿는 타자 이정후를 맞는다. 지금은 LG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이병규가 선수일 때 '이병규는 방망이를 거꾸로 들어도 3할은 친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이정후에게 걸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구위가 떨어진 맹덴의 볼은 이정후의 재능에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 허공을 가른 공은 우익수 최원준의 머리 위를 넘어가며 주자를 모두 불러 들이고 이정후는 3루에 안착했다. 스코어는 2:2 동점.. 맹덴은 여기까지 였다. 아쉬움도 있었다. 기아의 우익수 최원준은 타격으로는 우리나라 정상급 재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그러나 예전부터 수비적 능력이 부족하여 주전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대타로 많이 출전하다가 윌리엄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기아의 외야 한자리를 차지하였다. 오늘도 수비가 좋은 선수 였다면 잡을 수도 있는 공이 아니였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쉽게 처리하기는 어려운 공이었다. 맹덴이 아쉽게 내려간 후 마운드를 박준표가 물려 받았다. 박준표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18년부터 기아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필승 계투진 중에 한명이다. 사이드암 투수지만 140킬로 중반까지 구속이 나올 뿐만 아니라 강력한 싱커가 있어 절대로 쉽게 상대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키움의 2사 이후 집중력은 대단했다. 서건창, 프레이타스가 연속 집중타를 치면서 추가로 2점을 득점하여 순식간에 역전에 점수차를 2점차이로 벌렸다. 2:0이던 경기가 2:4가 된 것이다. 나는 이렇게 경기가 키움으로 넘어가는 줄 알았으나 기아 최원준은 키움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7회초에 적시타로 김호령을 불러들여 1점을 따라 잡더니 마침내 9회초에는 적시타까지 만들어내며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4:4의 팽팽한 승부가 다시 기운 것은 11회 초였다. 포볼과 견제 에러로 2루로 간 박찬호를 최원준이 부상으로 나가 대타로 들어온 이창진의 우익수 앞 안타로 박찬호를 불러 들임으로써 기어코 5:4로 재역전한 것이다. 경기는 여기까지 였다. 승부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승부를 떠나 11회초 기아 공격 때 등장한 올해 최고 루키 장재영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경기에서 아직 안타가 없지만 기아의 강타자 터커를 맞아 154, 155킬로미터의 강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마치 전성기 때 최동원이 구사하던 폭포수같은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장면은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또한 다음 타자로 등장한 최형우에게도 150킬로 중반의 강속구를 거침없이 뿌려대며 헛스윙을 연속 유도했다. 하지만 최형우가 어떤 타자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장거리포 스테디셀러 아니던가? 각이 큰 커브를 기다리고 있던 최형우는 기다리던 공이 오자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공은 좌중간을 가르는가 했다. 방금전 이창진의 안타성 타구를 잡지 못해서 한풀 죽어있던 키움의 좌익수 변상권은 몸을 날리는 슈퍼캐치로 장재영의 첫 등판을 축하했다. 게임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명승부 속에 결국 기아가 5:4로 승리를 챙겼다. 에이스 맹덴은 훌륭한 투수였지만 수술 여파로 생긴 듯한 후반부 체력 저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겼다. 기아의 젊은 계투진은 생각보다 견실했다. NC에서 작년에 이적한 장현식은 구속을 회복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었고 빠른 공은 정상급이나 변화구 제구에서 문제를 보였던 정해영은 올해들어서는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키움의 최원태는 국내를 대표하는 오른손 선발 자원으로 작년의 부진을 털고위력적인 구질을 보여 주었고 키움의 젊은 야수들이 올해에도 어디선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인 최대어 장재영의 빠른 공은 우리 프로야구를 한 스텝 발전시키는 것 같아 뿌듯했다.
오늘 경기 중 네이버 조사 결과 팬들이 가장 주목한 경기는 LG와 KT의 경기였다. LG는 외국인 신예 투수로 시범 경기 후 '역시!!'라는 엄지척 평가를 받은 수아레즈가 선발로, KT는 아무리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괴물 데스파이네가 선발로 나왔다. 데스파이네는 작년 내내 언론과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은 투수이기 때문에 그리 궁금할 것이 없었으나 수아레즈는 앞서 이야기한 맹덴 만큼이나 궁금한 투수였다. 2015년 신인 2라운드 전체 61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픽업된 앤드류 수아레즈는 고교시절, 대학시절 상당한 평가를 받던 투수였다. 드래프트 이후 마이너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총 21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7승 13패 방어율 4.49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등판 이닝 수도 160이닝 이상 던졌으니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며 꽤 많은 이닝을 책임져 준 선발투수다. 2019년에는 아쉽게도 선발로테이션에 탈락하여 중간 계투로 21경기에 나왔으며 20년에는 경기 출전 기회가 더 줄어 들었다. 수아레즈의 투구 동작을 동영상으로 접한 첫인상은 '공을 참 쉽게 던지는 좌완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키움의 노장투수 오주원이 10킬로 정도 구속이 더 나온다면 수아레즈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 수아레즈는 나의 이런 첫인상과 비슷하게 쉽게쉽게 구석구석 공을 뿌리며 6회까지 완벽하게 KT 타선을 봉쇄했다. 삼진은 9개나 솎아냈다. 데스파이네도 작년 명성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투구를 했다. 단지 3회초에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2실점 했을 뿐 7이닝 동안 굳건히 LG의 강타선을 막아 냈다. 아쉬운 부분은 데스파이네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8회초 일어났다. 바뀐 투수 이보근의 공을 유강남이 멋지게 쳐냈으나 KT의 중견수 배정대라면 잡았어야 하는 공을 놓치고 말았다. 물론 잘 맞은 공이고 펜스가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처리하기는 어려웠겠으나 배정대이기 때문에 아쉬었다. 배정대가 누구인가? 성남고 시절 박재홍의 뒤를 이을 5툴 플레이어(타격 정확도와 파워, 수비, 주루, 그리고 송구 능력까지 5가지를 두루 갖춘 선수)로 주목 받던 배병옥이 바로 이 배정대이다. 그런 배정대가 저 정도의 공을 놓치다니 아쉽다. 이렇게 2루타를 허용하고 홍창기의 평범한 3루 땅볼을 황재균이 실책하면서 추가로 1실점한 것이 오늘의 결승 점수가 되었으니 KT는 두고두고 아쉬울 경기였다. 3:0이 된 8회말 조용호와 황재균이 연속으로 적시타를 치며 2점을 따라 갔지만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LG는 수아레즈의 위력과 고우석의 든든한 마무리를 확인한 점은 LG로서는 좋은 일이 었겠으나 일요일 경기에서 함덕주가 허리에서 믿음을 주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필승조 후보 이정용 마저 오늘 경기에서 흔들리면서 정우영 앞에 나올 마땅한 투수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과제가 남았다. KT는 데스파이네의 건재함과 이닝이터로써의 능력을 재확인했다는 점과 안영명을 쏠쏠히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은 좋았으나 한두점 차이 승부에서 공수 모두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는 아쉬움을 확인했다.
그 밖에 롯데와 NC간의 경기는 롯데가 10:5로 NC를 꺾었고, SSG는 한화를 2:1로 제압했다. 그리고 두산은 삼성에 6:3으로 승리했다.
2021년 처음으로 선보인 외국인 에이스들의 모습을 확인한 오늘의 경기들은 모두 박진감이 넘치는 훌륭한 경기들이었다. 내일의 경기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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