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즌 개막일이 4월3일이었으나 전국적으로 내린 비의 영향으로 4월3일 개막일에는 고척돔 구장에서 열린 키움vs삼성 경기만 열렸으니 전경기가 모두 열린 4월4일 오늘 경기가 실질적인 개막전이다.
오늘 경기는 키움vs삼성, 두산vs기아, NCvsLG, SSGvs롯데, KTvs한화 의 5경기가 진행되었다.
포털에서 이 경기들의 관심도를 살펴보니 제일 관심을 두는 경기는 SSG와 롯데의 경기였다. 아마도 새로이 가세한 SSG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회사 간의 자존심이 걸린 유통대전이라는 흥미거리, 그리고 추신수라는 메이저리거의 등장이 롯데라는 인기팀과 만나며 관심도를 높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경기 외에 나는 개인적으로 올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우승 후보라고 말하는 2강, NC와 LG의 경기가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SSG와 롯데의 경기는 볼거리가 많은 재미있는 경기였다. 롯데는 작년에 볼의 위력과 안정감을 이미 증명한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선발로 나왔고 SSG는 150킬로 중반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강한 구위를 보이는 윌머폰트가 1선발로 개막경기에 나올 것을 기대하였으나 경미한 어깨 통증으로 선발을 거르게 되어 두번째 외국인 카드인 르위키가 선발로 나왔다. 르위키는 폰트에 비해 언론의 주목도가 덜해 보도가 그리 많지 않아 내심 궁금하던 투수이다. 2017년 디트로이트 시절의 투구 동영상을 보니 상체를 세운 상태에서 조금은 뻣뻣해 보이는 투구폼을 가지고 있는 투수로 공을 숨기는 장점이 있어 보였다. 어린 시절에는 권투가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는데 백인선수들과 흑인선수들의 스타일이 무척 달랐던 것이 생각이 난다. 흑인선수 들은 유연함을 바탕으로 더킹과 위빙이 현란한 것과 달리 백인선수들은 상체를 곧추세우고 하드하게 경기를 했다. 르위키의 투구폼은 그런 백인 권투선수같아 흥미로웠다.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으나 상하 낙차 폭이 큰 변화구가 인상적이 투수였다. 오늘 승부는 SSG의 최정, 최주환이 각각 홈런을 2방씩 터뜨리며 승패를 갈랐다. 득점으로 홈런도 중요하겠으나 오늘 홈런은 경기의 흐름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홈런들이었다. 특히 최주환의 홈런은 2개 다 홈런의 질이 너무 좋아 그 호쾌함이 신생팀의 분위기를 끓어 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SSG의 르위키는 6이닝 2실점의 준수한 투구로 승리를 가져갔다. 개인적으로는 르위키라는 투수가 강한 구질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고 경기 운용을 잘하는 투수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타자들의 분석이 끝나고 나야 르위키에 대한 정확한 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SSG의 투수 운용을 보면 예전과 같이 김태훈이 승리조의 축으로 운용될 것이 점쳐 진다. 작년에는 외국인 투수에서 생긴 문제가 전체 투수진의 붕괴로 연결되어 김태훈 선수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구질이 좋은 투수여서 올해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단, 마무리로 나온 김상수는 아직 몸이 덜 풀린 영향인지 주무기인 포크볼의 궤적이 예전보다 밋밋했다. 9회 첫타자인 롯데의 정훈에게 홈런을 맞을 때는 아직 점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 뒤집어 지는 거 아닌가?'할 정도로 경기 분위기나 김상수의 구위는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역시 김상수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NC와 LG 경기는 역시 강팀들 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LG의 선발 켈리와 NC의 선발 루친스키는 작년에 보여 주었던 한차원 높은 퍼포먼스를 올해도 지속적으로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1점차 승부에서 1점을 끝까지 지켜내는 LG 필승조의 강력함이다. 함덕주가 투구수 20개가 넘어가면서 구위가 떨어지고 볼이 늘어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을 제외하고 정우영, 고우석이 보여준 능력은 대단했다. 특히 고우석은 전성기 시절 오승환을 연상하게 했다. 볼끝의 힘이 좋기로 유명했던 오승환은 자신의 구속보다 타자가 느끼는 구속은 더 빠른 유형의 투수인데 고우석의 구위가 그러했다. 오승환은 2006년 WBC 대회에서 미국대표팀과의 경기에서 2타자를 상대하고 세이브를 올린 바가 있는데, 당시 미국 국가 대표팀 감독이 오승환의 직구는 마치 160킬로 정도는 되어 보인다며 혀를 내두른바 있다. 그 때 오승환의 실제 구속은 148킬로 정도 였는데 고우석은 이 날 153킬로 전후의 공을 뿌렸으니 그 볼끝의 위력이 느껴지는 듯 하다.
고우석과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라는 점과 힘이 느껴지는 속구를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외모적으로도 묘하게 비슷한 점이 있다. 근육질의 단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 모두 180이 되지 않는 투수로는 단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요즘 한국만 해도 180 후반이나 190이 넘는 투수들이 숯한 환경에서 180센티도 되지 않는 키는 단신이라고 부를 만 하다. 작은 키에도 강력한 속구로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투수하면 '완산벌 특급'이라고 불리우던 쌍방울레이더스의 조규제가 생각난다. 조규제는 키가 170센티 정도로 당시에도 키가 작은 선수였다. 그런 투수가 좌완으로 145킬로 이상을 꾸준히 던지는 파이어볼러 였다. 지금은 140킬로 중반 정도의 구속이 그리 빼어나다고 하지 않겠지만 조규제가 데뷔한 90년대 초반에는 145킬로 이상 던지는 좌완투수는 빙그레의 송진우와 해태의 김정수 정도 밖에 없었으며 우완투수들을 다 포함하더라도 10명 내외 밖에는 국내에 없을 정도 였으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라고 할만하다. 조규제는 전주, 전북을 프랜차이즈로 하는 쌍방울레이더스로 데뷔하여 쌍방울에서 97년까지 7시즌 동안 마무리투수로써 전성기를 보냈다. 조규제는 91년 데뷔하여 첫해 마무리 투수로 신인왕을 받았으며 2005년 은퇴할 때까지 15시즌 동안 153개의 세이브를 남긴 위대한 마무리 투수이다. 개인적으로는 군산상고 시절 고교야구를 휩쓸었던 조규제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1986년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를 석권하고 표효하던 작은 거인 조규제의 모습을 떠올리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두산의 박건우가 쓰리런 홈런으로 기아를 4:1로 이겼으며 KT는 한화에게 9회 끝내기 안타로 이겼다. 키움은 전날 경기에 이어 삼성에게 7:4 로 승리하여 2연승을 달렸다. 고우석의 단단한 모습에서 오승환이 떠오르고 둘을 생각하다가 예전의 조규제를 떠올리다니.. 나이든다는 것이 무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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