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SSG와 LG의 경기를 관전했다. SSG의 선발투수는 이건욱, LG는 함덕주를 내세웠다. 관전 포인트는 LG의 강한 투수진이 로맥-추신수-최정-최주환-한유섬으로 이어지는 강한 타선을 봉쇄할 수 있는가?라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하겠다. 오늘의 경기 결과는 5회까지 5:5의 팽팽한 승부에서 6회말 LG가 3점을 득점하고 LG의 필승조가 출격하면서 SSG의 공격을 봉쇄하면서 LG가 9:5로 승리하였다.
오늘 경기 역시 어제 소개한 롯데와 NC 경기와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양팀 선발투수는 각각 일곱개의 4사구를 기록하고 두 투수 모두 3이닝 만에 교체되었다. 3회까지 4사구가 14개나 나온 것이니 프로야구 경기라고 하기에는 양팀 모두 부끄러움이 남는 경기를 하였다.
투수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라고 야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제구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는 것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투수를 의미한다. 앞서 전문가들이 이야기 한 것 처럼 제구력이 투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면 스트라이크만 잘 던지면 좋은 투수가 되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가운데로 공을 던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데 현대 야구처럼 타격 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 가운데로 몰린 공만 들어 온다면 시속 160킬로가 넘는 광속구라 하더라도 배팅볼 투수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는 것은 Shadow Zone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지역은 크게 스트라이크존과 볼존 2개로 나눌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사각형으로 표시하면 사각형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보더라인 영역이 생기는데 이 보더라인 지역을 Shadow Zone이라고 하고 보더라인 안쪽 지역을 Heart Zone이라고 한다. 위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Heart Zone은 우리가 흔히 중계에서 '가운데로 공이 몰렸다.'라고 많이 표현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을 통과하는 대부분의 공은 의심없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또한 Heart Zone을 통과하는 공의 72~73%에 대해 타자들은 스윙으로 반응을 한다. 안타나 홈런의 대부분도 이 지역을 통과하는 공을 때려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Shadow Zone은 Heart Zone을 둘러싸고 있는 보더라인 지역으로 야구 중계를 하는 캐스터가 '아웃코스 꽉 차는 볼입니다. 또는 인코스 꽉 차는 볼입니다.'라고 표현하는 지역을 말한다. Shadow Zone을 통과한 공에 타자들은 헛스윙을 하거나 빗맞은 땅볼 타구를 생산하며 루킹 스트라이크도 종종 당한다. 심판들은 Shadow Zone을 통과하는 볼에 대한 판정에 매우 주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각 나라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차이가 나는 지역이다. 볼로 판정되는 지역도 스트라이크와 인접한 Chase Zone과 스트라이크 지역과 30cm이상 차이가 나는 Waste Zone으로 나눌 수 있다. Chase Zone은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인 줄 알고 방망이가 따라 나오는 지역으로 투수가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구를 던질 때 활용하는 지역이다. Waste Zone은 그야 말로 불필요하게 투수가 공을 낭비하는 지역으로 타자도 전혀 속지 않기 때문에 투구 수만 늘리는 지역을 의미한다. 결국 투수들은 난타 당할 확률이 높은 Heart Zone으로 들어가는 공을 줄이면서 최대한 Shadow zone을 공략하고 필요한 경우 Chase Zone을 활용하여 유인구로 타자를 현혹시켜야 한다. 그리고 아무런 전략이 없는 Waste Zone으로 공을 던지는 것은 최소화하여야 한다. 좁디 좁은 Shadow Zone으로 볼을 던지려고 하다 보니 많은 투수들이 볼을 남발하게 되고 제구력이 좋지 않다라는 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Shadow Zone과 Chase Zone에 공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것을 우리는 로케이션이 된다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로케이션이 되는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투구 시 '발란스'가 맞아야 한다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공을 던질 때 몸의 전체적인 균형이 맞아야 한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균형을 두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곤 한다. 첫번째로는 단단한 하체를 우선 뽑는다. 단단한 하체가 기반이 되어야 투구 시 보폭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상체가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골프를 칠 때에도 하체가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야 상체가 크게 힘을 쓰며 흔드는 동작을 하더라도 정확한 타격이 이루어 지는 것과 같은 이론일 것이다. 두번째는 일정하게 공을 놓는 것(릴리스 포인트)과 구질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릴리스 포인트를 보정하여 주는 손목의 움직임이라고 많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로케이션을 동반한 제구력은 이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발동작도 오픈되는지 크로스되는지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며 오승환,윤성환 같은 선수들은 강한 악력이 제구력의 기본이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영역이며 흥분하거나 긴장하는 등의 감정 변화로 로케이션 능력은 크게 변화한다. 하긴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면 속된 말로 밥만 먹고 공만 던지는 것이 투수인데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겠는가?
여하간 오늘 양팀의 선발투수들이 보여준 로케이션 능력은 아쉬움이 많았다. SSG의 선발투수 이건욱은 이미 전에 다룬바 있는 일본의 오타니 선수 때문에 선명하게 기억하는 투수다. 2012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이건욱투수와 오타니는 각각 한국과 일본의 대표로 출전하였다. 양팀 모두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5,6위 결정전에서 각팀의 선발투수로 격돌하였다. 이 경기에서 오타니는 7이닝 동안 2실점하면서 호투하였으나 이건욱은 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오타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이건욱은 고교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인정 받았고 오타니와의 일화처럼 김광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일본킬러로 기대를 모았다. 프로데뷔 후 2017년까지 줄곧 훈련하다가 부상당하고 재활하고, 다시 훈련하고 또 부상당하고를 반복하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2020년 오랜만에 참여한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면서 2020년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제구가 불안하고 잘 던지다가도 5회에 갑자기 무너지기를 반복하면서 6승 12패로 2020년을 마감하였다. 기본적으로 구질에 비해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였는데 올해 첫 등판 경기에서는 특히 좋지 않았다. LG의 함덕주는 왼손타자와의 승부에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을 여러번 연출했는데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 놓고 체인지업이 빠지면서 몸에 맞는 볼이 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또한 낮은 지역의 Chase Zone에 너무 많은 공을 던지면서 타자가 속지 않게 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오늘 SSG의 4번째 투수로 나온 이태양 투수는 스트라이크는 Heart Zone에 몰리고 볼은 Waste Zone에 많이 들어가는 비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이태양 투수의 구위가 좋았다는 점에서 이런 로케이션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LG는 타격에서 홍창기 선수가 5타수 4안타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이형종과 김민성이 타격 슬럼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LG 투수 쪽에서는 2번째 투수로 나온 송은범 선수가 조금 아쉬웠으나 이후 진해수-김대유-정우영-고우석의 막강 계투는 올해 LG가 유력한 우승후보임을 증명해 보였다. 다들 좋았지만 김대유 선수의 오늘 투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요즘 프로야구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지 않아 선발투수들이 짧은 이닝만 소화하고 교체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투수들은 러닝 등 체력 강화 훈련이 매우 중요한데 올 겨울 코로나의 여파로 해외전훈이 취소된 터라 다른 시즌에 비해 체력적인 준비가 조금 부족하여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여하간 오늘 경기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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