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주말 경기로 낮경기가 2게임, 야간(저녁)경기가 3경기 진행되었다. 이 중 낮경기는 KT와 삼성의 경기를, 그리고 저녁 경기는 두산과 한화의 경기를 보았다. 하루에 두경기를 연속해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은(오후2시와 오후5시에 경기가 진행되어 한 30분 정도는 두 경기가 겹쳤다.) 나와 같은 야구 덕후에게 신나는 일이다.
KT와 삼성의 경기는 삼성이 7:6으로 KT를 누르고 3연승을 달렸다. 점수에서 보이듯 흥미진진한 경기인데다가 일진일퇴의 공방이 전개되어 손에 땀을 쥐며 보았다.
1회초에 삼성의 선발 라이블리는 KT의 타선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4실점했다.
최근 불방망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강백호가 무사1,2루의 찬스에서 깔끔한 적시타를 때렸고, 생긴 것은 테임즈인데 똑딱이라는 비아냥 거림에 시달리고 있는 알몬테는 시즌 마수거리 홈런을 날렸다. KT의 파괴력이 돋보이는 1회였다. 사실 오늘 KT에게 있어 이번 경기는 팀의 에이스 소형준이 선발로 나오는 경기다. 에이스가 출격한 경기에서 1회에 너무나도 깔끔하게 4득점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이렇게 KT로 넘어가는가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도 3회말에 간단하게 4득점하면서 승부의 균형을 처음으로 되돌렸다.
이학주는 타점을 생산하는 2루타를 날렸고 구자욱, 피넬라도 적시타를 치며 간단하게 4득점을 만들었다. 소형준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뒤로 빠뜨려 2루의 구자욱을 3루까지 보낸 것은 소형준이 팀의 에이스라는 점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아쉬운 장면이었다.
KT는 바로 후속 4회초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리드를 되찾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승욱의 2루타, 심우준의 안타를 묶어 1득점하면서 KT는 5:4로 앞서 나갔다. 6회초에는 장성우가 심창민의 슬라이더를 통타하여 담장을 넘기면서 6:4로 그 간격을 벌렸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홈런 두방으로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한 7회말 삼성의 공격이었다.
KT의 승리를 위해 출격한 팀내 가장 강한 필승조 투수 주권을 맞아 구자욱은 투런, 피렐리는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결국 오늘 경기를 7:6으로 뒤집었다. 구자욱은 주권의 체인지업을 공략하여 홈런을 만들었고 반면에 피렐리는 주권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였으니 오늘 주권은 속수무책이었다. 삼성은 경기 중반부터 이승현-임현준-장필준-최지광이 8회까지 막아내고 9회에는 오승환이 나와 경기를 매조지하였다. 삼성의 필승조인지 추격조인지 구분조차하기 어려운, 두터운 계투 뎁스를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오늘 경기는 일반적인 경기 흐름과는 조금 다른 전개로 재미를 주었다.
라이블리의 1회 모습만 보아서는 버틸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주었으나 2,3,4회의 KT 공격은 의외로 무기력했다. 반면 2회까지 투구 모습으로는 '역시 소형준이구만.'이라 할 정도로 안정적이던 소형준이 3회에 갑자기 무너졌다. 여기까지의 흐름은 그렇다하더라도 4회와 6회에 KT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간 것에 비해 삼성은 5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무득점으로 그치는 등 경기의 흐름이 KT로 넘어가 있었다. 이런 흐름을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흐름이 단번에 반전되기 위해서는 홈런이 필요한데 딱 적합한 시점에 준비되어 있었던 것 처럼 7회에 홈런 두방이 터져 나왔다. 거기에 강력한 계투진의 무실점 활약이 보태어 지면서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이 조금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오늘의 경기로 삼성은 3연승을 쌓으며 스스로 올해의 강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KT와 삼성의 경기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진검승부 였다면 경기 후 지켜본 두산과 한화의 경기는 초반에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 맥빠진 경기였다.
결국 18:1로 두산이 대승을 거두었다.
한화의 선발 장시환은 작년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고 돌아오는 첫 경기였기 때문에 장시환을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그의 등판을 지켜 보았다. 장시환은 현대 유니콘스가 매각 되기 전 마지막으로 지명한 2차 1지명 선수로 유니콘스 매각 후 혼란의 시기에 가장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 였다. 최고 구속 155킬로에 달하는 최강 직구가 매력적이었던 장시환은 제구력 부재로 상당기간을 힘들어 했으며, 무엇보다 되는 날과 안되는 날의 차이가 극심해 멘탈 약한 투수라는 비난을 들으며 오랜시간 고생을 했다. 원래 이름 장효훈에서 장시환으로 개명까지 하면서 절치부심하였으나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는 등 곡절을 겪으며 히어로즈에서 KT로, KT에서 다시 한화로 자리를 옮기는 저니맨 신세였다. 그래도 마무리 투수에서 계투조로 강등되는 아픔의 시간을 보내던 장시환이 지난 2년간 선발진에 합류하여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에 2021년 돌아올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오늘 경기에서 3이닝 동안 안타7개, 볼넷3개를 내어주면서 5실점 했다. 구위도 구위였지만 제구가 되지 않았다.
장시환에 이어 한화의 계투조로 나온 김종수-윤대경-윤호솔 모두 실점하며 무더기 안타를 맞았다. 모두 좋지 않았다. 결국 9회에는 투수를 아끼기 위해서 야수 강경학과 정진호까지 나와 4실점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게임의 승부가 이미 결정난 경기에서 투수진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야수가 투수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렇게 야수가 투수로 나오는 경우가 1995년 부터는 본격화되어 10명이 넘어 섰고, 2018년에는 50명이 넘어 섰으니 최근에는 무슨 트랜드나 유행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프로는 끝까지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윤리 의식 때문인지 무척 생소한 장면이었다. 오늘 이런 장면이 팬들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 졌을지 궁금하다.
두산의 로켓은 제구력은 좋으나 로케이션이 좋은 투수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로켓의 스트라이크 존을 분석하면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 라인(Shadow Zone)으로 공을 던진 다기 보다는 한가운데(Heart Zone)로 공을 뿌리는데 공의 무브먼트가 크기 때문에 타자들과 승부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끝내기 보다는 위태위태한 것 같지만 이닝을 끌고 가는 형태를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첫번째 등판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했다. 6이닝 1실점이니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없이 던졌으나 팀의 에이스라는 점에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타격에서는 18득점을 하였으니 거의 모든 선수들이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두 선수 김재환과 양석환이 홈런을 치며 타격감을 조율한 것은 오늘의 큰 수확으로 보인다. 두산은 트레이드에 있어서 참 이체로운 팀이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항상 손해를 본 듯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손해는 커녕 부족한 부분을 잘 매꾼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만드니 말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양석환이 기대했던 것 처럼 포텐을 터트려 준다면 두산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것 처럼 보인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비가 없이 맑디 맑은 날이었다. 이렇게 맑은 날은 역시 어둑한 골방에서 야구를 보는 것이 최고다. 이것이 덕후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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