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년 이전 리뷰/오늘의 프로야구 결과와 리뷰

<4월11일 프로야구>SSG vs LG, NC vs KIA 경기 분석 '투수전의 백미'

반응형

2021년 4월 11일 일요일 경기는 5경기 모두 오후 2시 낮경기로 진행되었다. 

 

오늘 경기는 강한 투수들이 많이 나오는 일정이어서 투수전이 예상되는 경기가 많았다. 그 중 SSG와 LG의 경기는 올 시즌 첫 경기에서 뛰어난 투구를 보여준 박종훈과 수아레즈의 맞대결이어서 가장 큰 관심이 갔다. 그리고 젊은 영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송명기와 지난 경기에서 기대한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위력을 보여준 맹덴이 맞붙는 NC와 KIA의 경기도 흥미로웠다.

LG의 수아레즈가 완벽하게 막아낸 경기였다

SSG와 LG의 경기는 투수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멋진 경기 였다.

투수전과 타격전 중 어떤 경기가 더 재미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어리석은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기는 했는지 이를 조사했던 앙케이트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신뢰도가 있는 조사는 아니였지만 내 기억으로는 약 7:3 정도로 투수전이 재미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투수전은 1점을 내기 위해 결사적으로 몸을 날리는 선수들의 화이팅도 볼거리이겠으나 무엇보다 양팀의 팽팽한 긴장감이 투수전이 더 재미있다고 꼽는 이유였을 것이다.   

오늘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준 수아레즈. SSG의 타선을 꽁꽁 틀어 막았다. 

오늘 LG의 수아레즈는 '눈부신 호투'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의 빼어난 투구를 했다. 8회까지 SSG의 타선을 0으로 꽁꽁 묶으면서 오늘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투수전이라는 것이 한쪽 투수만 호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SSG의 박종훈도 수아레즈의 역투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6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보여 주었으나 투구수가 조금 많아 6회까지만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이 아쉬웠다.

핵잠수함 박종훈도 6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길었던 0의 행진은 SSG의 박종훈이 내려오고 조영우가 새롭게 시작한 7회말 LG 공격에서 끝이 났다. 

조영우는 7회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이천웅은 빗맞은 2루 땅볼로 잘 잡았으나 땅볼의 체공시간이 길어 오지환이 3루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유강남에게 1사 3루의 찬스는 점수를 뽑기에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조영우의 아웃코스 낮은쪽 스플리터를 욕심내지 않고 결대로 짧게 밀어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만들었다. 

 

스플리터는 포크볼보다 구속은 빠르면서 떨어지는 각도는 낮다. 속도로 보면 패스트볼>스플리터>포크볼 순이고 공이 떨어지는 각도로 보면 포크볼>스플리터>패스트볼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플리터의 구종 가치를 낮게 보는 전문가도 있지만 포심 패스트볼과 스플리터를 조합하여 타자를 현혹시키기 좋기 때문에 많이 활용하는 변화구이기도 하다. 단, 스플리터가 위력적이기 위해서는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좋아야 스플리터의 구종 가치를 높일 수 있는데 오늘 조영우의 직구는 이번주 연투로 인해 이전 보다 구위가 떨어져 보였다.

유강남이 적시타로 LG가 득점하자 수아레즈가 덕아웃에서 기쁜 미소를 짓고 있다.

이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수아레즈라는 특급 투수가 8회까지 완벽하게 막은 다음에는 고우석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클로저가 9회를 가볍게 마무리 했다.

강팀이 갖추어야 할 능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강팀의 조건을 1점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1점을 득점하는 능력과 이렇게 쥐어 짜내서 만든 1점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LG는 나에게 '맞지? 이렇게 1점을 내고 그 1점을 이렇게 지키면 강팀 맞지?'라고 따지는 듯 했다. 맞다. LG는 강팀이다.

 

 

NC가 완승을 거두며 기아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NC와 KIA의 경기는 투수전을 기대했으나 멩덴의 투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NC가 7:3으로 승리했다. NC는 이로써 기아와의 이번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영건 에이스 송명기. 오늘도 그는 자신이 보물임을 입증했다.

지난 경기에서 부진했던 송명기가 만약 오늘 경기에서도 부진하다면 올해의 성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경기를 지켜 보았다. 1회에 최원준에게 3루타를, 김선빈에게 2루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1실점할 때까지는 '음..송명기가 올해는 어렵겠구만. 기대가 너무 컸나?'라는 생각을 했다. 송명기는 이런 나의 생각을 꿰뚤기어 보기라도 했는지 다음 터커-최형우-이창진을 가볍게 처리하면서 '두고보슈. 잘 막아내고 말테니.'라고 호통을 치는 듯 했다. 

지난 경기 이후 멩덴에 대한 기대는 컸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컸다

결정적인 순간은 4회초 NC의 공격이었다.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이 호투하던 멩덴에게 알테어가 투런홈런을 날리며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아무리 잘 던지던 투수라도 실수는 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긴장을 늦추는 순간, 김태군은 다시 한번 투런 홈런을 날리며 격차를 4:1로 벌였다. KIA도 5회말에 2점을 따라가며 3연패를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지만 여기까지 였다.

4회 터져나온 김태군의 홈런. 최근 경기에서 김태군은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멩덴이 홈런 2방의 여파로 5회까지만 마운드를 지키고 내려가고 난 후, NC의 강력한 타선을 막아내기에 4이닝은 길었다. 필승조 박준표가 1이닝은 잘 막아 주었지만 이준영, 이승재가 3실점하면서 승부를 내주었다. 

터커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터커가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NC와 KIA의 3연전은 3경기 모두 비슷한 양상으로 NC가 승을 가져갔다. 3경기 모두 기아는 1회부터 최원준, 김선빈이 활발히 NC를 공략하면서 선취 득점을 내거나 선취 득점의 기반을 만들었으나 클린업트리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대량득점까지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잔불만 열심히 피워 연기만 자욱할 뿐 불이 쉽게 꺼져 버리는 양상을 반복했다. 3연전 첫날 경기에서는 에이스 브룩스가 7실점이나 내어 주고 5회에 내려왔고, 둘째 날은 임기영이 채 4회를 끝내지 못하고 8실점이나 하고 내려왔다. 기대를 모은 멩덴도 오늘 경기에서 5회까지 4실점하고 내려 왔으니 KIA의 투수진이 NC의 강타선 앞에서 3일 내내 혼쭐이 났다. 그러나 투수진만 탓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초반 찬스에서 타선이 폭발력을 보여 주며 크게 앞서 나간다면 투수들은 여유를 갖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테이블 세터진이 아무리 먹음직스러운 상을 차려 놓아도 KIA의 차갑게 식어 버린 중심 타선이 챙기질 못하니 투수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터커의 부진은 예사롭지 않다. 터커는 오늘까지 1할 3푼때의 타율로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다. 터커의 장점은 호쾌한 장타와 준수한 타점 생산 능력이라고도 하겠으나 무엇보다 꾸준히 보여준 안정감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의 슬럼프가 가벼이 보이지만은 않는다. 터커에서 꼬인 실타래는 KIA 득점 생산 능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팬심으로 외친다. '터커여! 깨어나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