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8일. 오늘은 롯데와 NC의 경기를 관전했다.
개막 이후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있을 만큼 경기가 진행되었으니 각 팀의 1,2 선발급 투수들은 부상 선수를 제외하고는 다 한 번 씩은 출격했고 각 팀의 4,5 선발급 투수들이 나오는 시점이다. 오늘 롯데는 롯데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이승헌이 선발투수이고 NC는 김영규가 선발이다. NC의 김영규는 내가 키움의 전신인 넥센의 열렬한 팬이었던 2019년 갑자기 등장한 신인으로 시즌 초반 넥센이 잘 나갈만 하면 NC의 선발로 나와서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 준 선수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당시에 나는 불편한 심기로 도대체 김영규라는 선수는 누구인지 인터넷을 뒤적이며 기록들을 검색한 적이 있었다.
김영규는 광주제일고 출신으로 어제 소개한 바 있는 한화의 Second Tendom(두번째 선발투수) 박주홍과 광주제일고 동기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박주홍이 팀의 에이스였고 김영규는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으로 투타 겸업을 하는 두번째 혹은 세번째 투수였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87센티에 달하는 건장한 체구와 안정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짱짱한 직구가 미래성이 있다고 평가 받아 NC로 지명되었다. 당시 NC 스카웃 리포트에 따르면 고등학교가 되어서야 투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싱싱한 어깨를 갖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점이 스카우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니 김영규는 그야 말로 미래를 위한 보험과 같은 카드 였다. 프로에 와서는 고교 시절 에이스였던 박주홍조차도 한화에서 패전처리, 스윙맨 등으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2019년에 일찌감치 1군 선발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팀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다. 2019년 김영규는 투구 레퍼토리가 단순한 투수였다. 늦게 투수 수업을 받은 만큼 어깨는 싱싱했지만 구종은 직구와 슬라이더에 거의 의존하는 사실상 투피치 투수였다. 투피치 투수로 신인왕까지 받은 투수는 넥센히어로즈의 신재영 정도가 있는데, 신인왕을 받던 그 해에는 신재영 투수 역시 직구와 슬라이더에만 의존하여 공을 던졌었다. 그러나 신재영은 슬라이더가 각이 큰 슬라이더와 각은 작으나 우측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도 있는 등 슬라이더라도 궤적이 다른 3,4종의 다른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었기 때문에 한 시즌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영규는 신재영 처럼 다양한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이런 이유로 2019년 초반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구질이 상대 타자들에게 간파 당하면서 전반기의 위력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2020년 김영규는 체인지업을 장착하는 등 구종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작년에 보여 준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는 위력이 있어 보였고 특히 체인지업은 기존의 직구, 슬라이더와 조합할 때 타자를 현혹하기 좋은 공으로 보였기 때문에 2021년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시즌 첫 출전에 따른 부담감이 컸던 이유 때문이었을까? 오늘 김영규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좋지 못한 제구 능력을 보여 주며 볼 갯수가 늘어나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볼 배합을 하지 못하고 타자에게 끌려 다녔다. 결과는 2.2이닝 동안 무려 84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6개, 안타 4개를 내어주며 4실점하였다.
야구는 다양한 기록을 객관적인 지표로 전환하여 마치 롤플레잉 게임에서 능력치를 수치화하듯이 전환할 수 있는데 이를 스탯이라고 한다. 스탯으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선수의 능력을 객관화함으로써 연봉 계약시 선수의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코칭스태프나 전략분석관은 이를 바탕으로 경기 전략을 짜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나와 같은 야구팬은 야구를 보는 맛을 증폭 시키고자 스탯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탯 중 투수의 능력치를 보기 위한 지표 중 하나가 WHIP다. WHIP는 Walks plus Hits divided Innings Pitched의 약자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볼넷과 안타를 던진 이닝수로 나누는 것'이라는 뜻이다. 즉, '투수가 한 이닝 당 볼넷과 안타로 몇명을 내보내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오늘 김영규의 WHIP는 볼넷 6개 + 안타4개=10을 2.2이닝으로 나누면 되니까 4.54이다. 김영규는 오늘 경기만으로 보면 한 이닝 당 평균 4.54명의 타자를 루상으로 내보낸다는 뜻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일반적으로 1,2 선발급은 WHIP가 1.2 그리고 3, 4 선발급은 1.4 정도가 기준이라고 하니 오늘 김영규가 얼마나 부진했는지 이 지표만으로도 설명이 될 듯하다. 오늘 오전에는 메이저리그 토론토의 류현진이 텍사스 전에 선발투수로 출전하여 7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하였으나 아쉽게 패배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류현진의 오늘 투구 기록을 보니 7이닝 동안 안타는 7개를 맞고 볼넷은 없었다. 이 기록으로 WHIP를 계산하면 7나누기 7이 되어 WHIP는 1이 된다. 역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지표라 할 수 있겠다. 오늘 류현진을 상대한 텍사스의 선발투수는 깁슨이었는데 깁슨 역시 류현진 만큼 우수한 투구를 보이며 승을 챙겼다. 성적은 6이닝 동안 볼넷1, 안타6개를 허용했다. 오늘 성적으로만 깁슨의 WHIP를 계산하면 1.16이다. 오늘의 WHIP 수치를 기준으로 두 투수를 평가하면 깁슨은 류현진보다 이닝 당 출루수가 많은 투수이기는 하나 메이저리그 1,2 선발에 걸맞는 우수한 투구를 오늘 하였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오늘 경기는 8:4로 롯데가 승리했다. 오늘 NC는 김영규가 일찍 무너지면서 이번 주 중간계투진의 과부하가 부쩍 심해지는 위기를 맡고 있다. 이런 과부하가 원인이 된 것인지 오늘 계투로 나선 투수들의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오늘 2군으로 내려간 이재학 대신 콜업되어 올라온 배민서는 가능성이 보이는 훌륭한 투구를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생소한 1군 무대에서도 당당한 투구를 보인 점은 배민서의 가능성을 밝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롯데의 이승헌은 그리 좋지 않은 투구를 보였다. 3.1이닝을 버텼으나 볼넷과 몸에 맞는 공등 제구가 되지 않았다. 구위도 작년에 비해 떨어져 보여 아직 몸상태가 최고까지 올라오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 실점은 NC의 김영규와 마찬가지로 4실점하였고 WHIP 수치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늘 승리의 기반이 된 박진형, 김대우, 최준용으로 이어지는 계투진과 마무리 김원중의 무실점 호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늘 계투진의 위력이 어떠하였는가는 이승헌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3회 이후 NC가 친 안타는 단 1개에 불과했다. 롯데의 공격에서 특히 눈에 띈 선수는 마차도의 부상으로 긴급 투입된 유격수 배성근이다. 배성근은 마차도가 빠진 어제 경기에서 2타수 1안타 볼넷 하나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여 주더니 오늘 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에 3타점, 그리고 볼넷 하나를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 수비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팀에 안정감을 주었고 모든 타구를 정타로 연결시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롯데의 내야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배성근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매우 궁금하다. 당장 내일이면 마차도가 유격수로 복귀한다고 하니 내일도 배성근의 활약을 볼 수 있을까?
오늘 경기의 총평은 양팀 모두 아쉬운 경기였다. 특히 젊은 선발진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러했다. 그러나 롯데가 보여준 철벽 계투는 올해 롯데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고 지난 몇년간 숙제였던 내야 뎁스 문제도 배성근 같은 선수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해결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NC는 강팀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3,4,5선발진이 생각만큼 견고해 보이지 않고 계투진 마저 아직까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타선의 집중력도 작년과 비교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아 전체적인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올해를 점치기에는 너무 이르다. 시간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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