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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 리뷰/오늘의 프로야구 결과와 리뷰

한화 이글스 '수베로' 감독을 위한 변명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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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지난 몇 년간 가장 변화가 없었던 팀이었다. 

선수 구성도 주전 변화가 가장 없어서 호사가들에게 '10년 넘게 김태균이 4번 타자' 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코칭스텝도 순혈주의를 고집하여 한화의 레전드 선수들이 단장부터 감독, 코치에 포진 되어 있었다. 팬들은 좋아하고 응원하던 한화의 선수가 코치까지 하니 좋을 수도 있겠으나 가뜩이나 고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선수단의 분위기는 고압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 한화가 오랜 성적 부진 속에 큰 변화를 선택하였는데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수베로 감독이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위기의 한화에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외국인 감독은 아마 축구 국가대표팀의 히딩크가 아닐까 싶다. 히딩크 감독은 학연과 지연 등으로 꽉 막혀 있던 선수 선발에서 편견없는 외국인으로써 공정한 선수 선발을 실천했다. 이러한 편견없는 시각은 '우리나라 축구는 정신력과 체력은 뛰어난데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일반론을 뒤집으며 국가 대표 소집만 하면 지옥같은 체력 훈련을 반복했다. 히딩크 감독은 편견없는 선수선발과 장단점의 파악외에 선진 축구 전술을 한국에 성공적으로 접목함으로써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썼다.

 

수베로는 과연 히딩크처럼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약체라는 평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수베로는 마치 히딩크가 부임하고 한참 동안 비난에 시달렸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수베로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대략 3가지 정도이다.

가장 말이 많았던 것은 경기 포기 논란이다.

14:1 상황에서 9회 등판한 강경학. 논란이 될 것은 경기를 보면서도 알 수 있었다

올 시즌 4월 10일, 한화는 두산과 3연전 중 2번째 경기를 가졌다. 전날 경기에서 한화는 김민우의 6이닝 호투와 계투진의 무실점 호투로 7:0 완승을 거둔 후 였다. 반면에 이 날 경기에서는 어제와 반대로 선발 장시환부터 계투진까지 나오는 족족 무너지며 8회가 끝났을 때 14:1로 뒤지고 있었다. 고교야구였다면 콜드게임이 선언될 그런 경기였다. 9회초 두산의 공격에서 마운드에는 낯선 선수가 올라왔으니 한화의 내야수 강경학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큰 점수로 기울어진 경기에서 투수의 불필요한 소진을 막기 위해 야수가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오히려 낯선 야수의 투구에서 관객들은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열광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야구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다. 미국에서 투수가 타자 몸을 맞추고 미안하다라는 표시를 하면 '뭐 저리 근성이 없어? 맞추는 것도 경기의 일부분이야!!'라고 대부분 반응을 하지 한국처럼 '투수가 예의가 있네. 아프게 하였으니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는 표시는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관객이나 선수는 거의 없다. 빠던도 비슷하다. 한국에서야 공을 치고 방망이를 멀리 던져 버려도 별 반응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맞은 것도 열받는데 방망이를 던지면서 나를 약올려?'라며 예외없이 다음 타석에서 빈볼로 보복 당할 것이다. 얼마전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칠 때 타격한 공이 파울 폴대 안쪽으로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을 치고 잠시 타석에 서 있었는데 이런 모습 자체도 투수에 대한 예의가 없어 보복당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이니 한국과 야구 문화 차이가 크다. 이 날 강경학의 등판도 그러하다. 수베로 감독도 논란이 되자 인터뷰에서 말한 것 처럼 '가뜩이나 투수가 부족한데, 14점이나 뒤지고 있어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투수를 더 소진하는 것이 옳은가? 한국에서 9회에 14점 차이를 극복한 경우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 경기를 포기하고 내일 경기에 투수를 더 투입해서 위닝시리즈를 가져 가는 것이 당연히 옳은 것 아닌가?'는 것도 굉장히 옳은 말이다.

개똥 철학 같은 이야기 이지만 미국은 프로 경기를 전쟁이라고 보고, 우리나라는 공정하고 아름다운 이상의 실현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프로는 불법만 아니라면 무조건 이기는 것이 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만 타석에 달라 붙는 타자에게 강속구로 '더 들어 오지마!'라며 몸에 맞추어도 미안한 일이 아니다. 비단 그 공에 타자의 팔이 부러지더라도 말이다. 승리를 위한 이런 모든 행위는 불법이 아니기만 하면 모두 경기의 일부분일 뿐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스포츠의 최대 정점인 프로 스포츠는 이상적이고 아름다움을 구현해야만 한다. 승리하면 좋지만 무조건 이긴다고 해서 찬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의 말 처럼 '14점이나 차이가 나는 이길 수 없는 경기'는 우리에게 없다. 프로스포츠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만 있는 것이지 어차피 안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더 잘하자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수베로 감독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간다. 지금 한화는 '포기하지 않는 투혼'만 가지고는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요구하는 팬들의 피끓는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는 잘 나가는 팀이나 하는 사치처럼 보인다. 그리고 수베로 감독은 4월 11일 경기에서 그의 말대로 아껴둔 투수들을 동원하면서 3:2로 쥐어짜기 승리를 만들었다. 위닝시리즈를 만들어 낸 것이다.

LA다저스 매팅리 감독이 사용했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이런 경우도 있기는 하다

두번째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논란이다.

수비 시프트를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모든 팀들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수비 전술이다. 소극적인 시프트는 점수를 1점이라도 주지 않기 위해 내야 전진 수비를 한다든가 희생번트를 댈 것 같은 타석에서 3루수나 1루수가 전진 수비를 펼친다든지 하는 소극적인 전반적인 수비 전술을 일컫는 것이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이러한 소극적인 수비 시프트 조차 익숙하지 않은 팀이었다. 그랬던 한화가 당겨치는 타자에게는 당겨치는 방향으로 밀어치는 타자는 밀어치는 방향으로 수비 위치를 대폭 이동시키는 수비 시프트를 선 보이고 있다. 여기서 대폭 이동이라 함은 3루를 완전히 비우고 3루수가 2루 베이스 뒤에 위치하기도 하고 유격수 하석주가 좌익수 근처에 있기도 하는 것 등의 파격적인 이동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적극적 수비 시프트를 활용하는 팀은 여타 다른 팀도 있으나 그 활용 빈도 면에서 한화는 다른 팀들을 능가한다. 뿐만 아니라 볼카운트 하나하나에 따라서도 수비시프트를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는 팀은 한화가 거의 유일하다. 이런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의 왼손투수 리차드 블라이어는 2019년 8월28일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5회에 4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맥없이 3실점하며 무너졌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블라이어는 덕아웃에서 수비코치 호세 플로레스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심한 말다툼을 했다. 4안타 모두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는데 플로레스의 수비 시프트 때문에 다 안타가 되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사람이 좋았을 때는 기억 못하고 안 좋았을 때만 기억하기 때문에 시프트로 안타를 막았을 때는 기억하지 못하고 빠뜨렸을 때만 기억한다고 투수를 비난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는 안타가 될 타구를 막아내기도 하지만 충분히 막아낼 타구가 안타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아무리 데이터를 무시 못한다고 하지만 돌발변수가 많은 야구에서 상황상황에 따라 감이 동반된 너무 심한 시프트는 오히려 독이라는 것이다. '수비 시프트는 타자가 인식할 정도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어느 감독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는 수비수의 상황별 이동이 크기 때문에 시프트 후에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한화는 세대교체로 주전 선수들 대부분 젊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수비 시프트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이제서야 서로 전체적인 합을 맞추고 있는 한화의 지금 시점이 이런 능동력을 갖춘 팀웍을 다질 더할 나위 없는 기회아닌가? 심하게는 지금 밖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닐까?

 

세번째는 탠덤 전략이다.

한화는 수년 째 선발투수 부족의 한계를 겪어온 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순위는 포기하고 리빌딩에 집중하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팬은 '제발 올해만은 창피하지 않게라도 해달라.'고 하며 준수한 성적을 기대하기도 한다.

수베로는 이 두상황을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약한 투수지만 그래도 미래 가치가 있는 선발들의 1+1 전략이다.

탠덤 전략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만은 않다. 김성근 감독이 언더드로 김현욱을 축으로 펼쳤던 벌떼야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오늘의 한화에게 어떠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그런 후에 그의 이런 투수 운용의 의미를 평해도 결코 늦지 않을테니 말이다. 탠덤에 대해서는 앞서 기술한 바가 있어 오늘은 짧게 줄인다.

 

한화의 개막 후 첫주는 3승4패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길을 갈 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수베로 감독의 신선한 시도와 변화에 큰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 한화의 덕아웃에서 젊은 선수들이 서로 웃으며 진지하게 서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수베로의 지도력이 적어도 꼰대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도 못하면서 어영부영 승리하거나 버티는 팀보다는 이것저것 해보면서 앞으로 가는 팀을 더 좋아한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비록 수베로감독 때 그 빛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우승의 주춧돌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수베로여! 젊음의 한화여! 겁먹거나 주저하지 말게나. 꼭 승리할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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