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 오전 8시 7분(한국시각) 류현진은 악의 제국이라 불리는 양키스와 일전을 치렀다.
오늘 류현진은 놀라운 투구를 보였다. 류현진 투구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포심과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는 투수였다. 21시즌에는 여기에서 한 스텝 또 발전했는데 커터와 브레이킹볼(커브)이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4개의 구종으로 상대를 요리하는 완성형 투수로 진화하였다. 오늘도 이 4개의 구종 비율이 각각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황금비율을 유지하였고 브레이킹볼과 커트가 같은 존으로 들어 오더라도 하나는 바깥에서 안으로, 다른 하나는 안에서 바깥쪽으로 들어 오는 등 현란한 투구를 보여 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체인지업 조차도 70마일 초반과 80마일 초반 두개의 구종으로 구속 차이를 보인 점이다. 내 기억에 체인지업으로 구속 변화를 주는 투수는 본 적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류현진은 콘트롤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메이저리그의 전설 톰 글래빈과 비교가 많이 된다. 그러나 구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류현진은 이미 글래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공을 던진다. 글래빈은 왼손 기교파 투수의 대명사라고 부른다. 기교파 투수라고 하면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를 뜻하지만 글래빈은 류현진 처럼 구종이 많은 투수가 아니었다. 글래빈은 한 140킬로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구속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글래빈의 또 다른 별명으로 아웃코스의 달인이라고 부르는데 승부구로 아웃코스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 별명을 갖게 되었다. 아웃코스의 달인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인코스 보다는 아웃코스의 볼을 많이 던진 것으로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글래빈은 누구보다도 인코스를 잘 던지는 투수였다. 인코스의 바싹 붙는 공을 보여 주고 아웃코스 가장 먼 쪽으로 승부구를 날리는 교과서적인 투수가 글래빈이었다. 오늘 류현진의 경기 운용 능력은 전성기의 글래빈을 보는 듯 했다. 아니다. 류현진은 운용 능력면에서 이미 글래빈을 능가했다고 해도 그리 과한 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글래빈보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면서 타자를 상대했는데 인코스 볼을 보여 주고 아웃코스로 또는 그 반대로 승부구를 던지는 좌우운용능력과 체인지업과 브레이킹볼 그리고 컷터를 엮어 상하운용능력을, 그리고 빠른공과 느린공을 섞어 던지는 구속운용능력을 보여 주면서 야구에서 투수가 운용할 수 있는 모든 운용능력을 완벽하게 보여 주었다.
류현진은 팀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운한 투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토론토블루제이스로 옮긴 이후에는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투수가 아니라 팀의 에이스로 대접 받으면서 류현진이 나오면 팀 전체의 눈빛이 빤짝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경기는 어제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콜에게 일격을 당한 후라 이런 분위기는 더 고조된 것 같았다.
토론토의 타자들을 보면 야구 패밀리 3총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게레로, 비지오, 그리고 비셋이 그들이다.
나와 같은 야구 올드팬이라면 몬트리올 엑스포를 지키는 괴수 블라드미르 게레로의 아들 게레로 주니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이너 시절에 보여준 놀라운 타격 솜씨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보여준 작년 시즌을 털고 각성한 게레로 주니어가 수위 타자급 타격으로 오늘 류현진을 지원하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휴스턴 에스트로즈의 심장이라고 불린 사나이 크렉 비지오의 아들이 오늘 경기 3루수로 활약한 캐번 비지오다. 아버지 크랙 비지오는 휴스턴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최고의 2루수라고 점잖게 알려져 있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악바리 중에 악바리로 기억하고 있다. 원래 포수였던 아버지 비지오는 포수에 어울리지 않는 체구였고 무엇보다 어깨가 약해서 포수로는 선수 생활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포수를 하던 선수들이 전업을 하면 다리로 하는 수비의 부담이 적은 1루수나 외야수를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버지 비지오는 독하디 독한 변신을 준비했고 결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가 될 수 있었다. 아들 비지오도 아버지를 똑닮은 외모와 운동 능력으로 2루수가 최적의 포지션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팀 사정 상 3루수로 나서고 있다. 준수한 땅볼 캐치 능력으로 강타자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의 핫존을 잘 막아내고는 있으나 아버지를 닮아 그리 강하지 못한 어깨는 아쉽다. 특히 깊은 수비 시 1루 송구가 항상 일정 정도 짧은데, 여기에 1루수 게레로의 어설픈 1루 포구까지 더해지면 심각한 나비효과를 불러오곤 한다. 오늘 토론토의 첫실점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콜로라도의 홈런왕 단테 비셋은 클러치 능력을 갖춘 정교한 홈런 타자로 야구 센스가 뛰어난 선수였다. 그의 아들 보 비셋은 건장했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야구 센스에서는 아버지 못지 않다. 오클랜드를 대표하는 유격수 마커스 시미언이 올 시즌 토론토로 영입되었음에도 그를 2루로 밀어낼 정도로 뛰어난 유격수 수비 능력을 보여 준다. 오늘도 9회 깊숙하디 깊숙한 안타성 땅볼 타구를 거둬 들여 마지막 아웃 카운트로 만드는 장면은 오늘 토론토가 보여준 수비의 백미였다.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때린 거포 내야수 마커스 시미언, 올 시즌 4푼대의 타격 부진을 보이다 오늘 홈런으로 회복 기미를 보인 로우디 텔레즈등 토론토의 모든 타자들이 집중력을 보이면서 류현진의 첫승을 도왔다.
류현진은 오늘 6.2이닝 동안 1실점, 무자책으로 양키스의 타선을 효율적으로 막아냈고 계투진도 견실했다. 7:3으로 토론토가 승리하면서 이전에 양키스만 만나면 뭐가 불안하고 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 토론토는 류현진이라는 에이스가 나오면 거뜬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오늘 경기는 '류현진이 류현진했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리라 보인다.
오늘 류현진이 류현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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