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5일, 한국시각 새벽에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는 4:5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승리했다. 이로써 공양증(양키즈만 만나면 공포에 떠는 현상)에 시달렸던 토론토는 이제 완전히 공포에서 벗어난 듯 하다. 올해 양키스와 3연전 경기를 2번 치른 토론토는 2번의 3연전을 모두 위닝시리즈로 가져 가면서 공양증은 없음을 선언했다.
류현진이 나오지 않은 경기를 자세히 리뷰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오늘 경기는 매우 재미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양키스의 선발투수 코리 클루버는 클리블랜드인디언스 시절의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그 시절의 위용을 잃은 듯 하다. 코리 클루버가 누구인가? 2016년, 17년 연속 18승에 18년에는 20승 대업을 이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아니었던가! 2018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코리 클루버는 텍사스를 거쳐 올해 양키스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흘러간 세월을 돌려세우는 것은 어려울 듯 보인다. 올시즌 등판한 첫 경기에서 템파베이에게 집중타를 얻어 맞고 3회에 조기 강판 당하더니 오늘도 2회, 3회에 연속으로 실점을 하면서 4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코리 클루버는 2회에 토론토의 땅딸보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고, 3회에는 오늘 경기의 히어로 보 비셋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양팀은 4:4로 팽팽하게 맞서며 9회를 맞았다. 9회초 양키스의 공격에서는 라파엘 도리스가 토론토의 마운드에 올랐다. 라파엘 도리스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에서 주전 마무리로 활약을 했던 선수라 눈길이 간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시즌 동안 일본에서 13승 18패 96세이브라는 준수한 실력을 보여 주고 20년 토론토와 계약하면서 빅리그로 돌아왔다.
라파엘 도리스가 한신타이거즈에 입단하기 전까지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극히 평범한 투수였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면서 '공이 빠른 수많은 투수 중에 하나' 정도의 평가를 받으며 자신감도 점점 떨어져만 갔다. 그러던 그가 일본의 한신에서 스플리터라는 변화구를 장착하고 160킬로에 육박하는 자신의 돌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한신을 대표하는 클로저로 변신하였다. 한신 시절 어떻게 보면 섬짓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생겼으면서도 승리를 매조지하고 빙긋이 특유의 순박한 빙구 미소를 짓던 라파엘 도리스가 오늘 이 팽팽한 승부의 9회에 내가 응원하는 토론토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도리스는 양키스의 5번타자 토레스부터 7번 어셀라까지 공 12개로 깔끔히 마무리했다. 마치 9회말 벌어질 극적인 장면을 도리스가 예고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것은 오늘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히어로 보 비셋이었다. 보 비셋은 양키스의 바뀐 불펜투수 채드그린의 4번째 던진 공을 통타하여 굿바이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경기를 중계하던 한국 캐스터는 저렇게 호리호리한 선수가 어떻게 저런 파워를 보여 주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오늘 경기가 마감되었다.
오늘 경기가 재미있었던 것은 양팀 모두 견고한 경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꼭 필요할 때에는 쥐어 짜듯이 점수를 냈다. 또한 견고한 경기로 탄탄함으로 유지하다가도 불시에 장타가 터져 나오면서 보는 사람을 환호하게 했으니 단짠의 조화가 최고인 경기 였다.
오늘 4월 15일 한국시각 7시 35분에는 김하성이 선발 유격수로 출전하는 샌디에이고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올해 샌디에이고는 전력이 리그 최강 다저스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불리울 만큼 강팀이다. 반면 오늘 샌디에이고와 경기를 갖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최근 몇년간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난파한 해적선'이라 불릴 정도로 현재보다는 미래를 노리고 있는 리빌딩 진행형 팀이다.
오늘 경기는 이런 객관적인 팀 전력 차이 외에 샌디에이고의 선발투수가 직전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조 머스그로브라는 점에서 샌디에이고의 무난한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조 머스그로브는 18년부터 작년까지 가장 전력이 좋지 않았던 피츠버그에서 뛰면서 19년에는 11승을 거두며 팀내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다. 특히 전문가들은 19시즌 후반에 투구 시 팔 스윙 과정을 미세 조정하였는데 이는 패스트볼의 구속을 높이고 로케이션을 세밀하게 만들어 주어 조 머스그로브를 한 단계 높은 투수로 올려 주었다는 평을 하였다. 21년 강팀 샌디에이고에서 첫 등판한 경기에서 이전보다 확실히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무실점으로 6이닝을 던지면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조 머스그로브의 그 다음 경기가 역사적인 노히트노런 경기였으니 오늘 등판 전까지의 성적이 2게임에서 15이닝을 던져 2승, 방어율은 0을 기록하고 있다. 최고의 스타트라 하겠다. 이런 그의 3번째 등판 경기이니 기대는 컸고 그런 기대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 경기에서 조 머스그레이브는 4이닝 동안 삼진을 6개나 뽑아냈고 1실점하였다. 최고의 피칭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준수했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예전 경기와는 다르게 볼넷2개, 안타도 4개나 맞으면서 많은 잔루를 허용하였다. 그만큼 투구수도 늘었으니 4이닝 동안 81개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좀 풀리지 않는 경기 였다.
반면 피츠버그는 부족한 선발진을 매우기 위해 올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영입한 좌완 타일러 앤더슨이 선발로 샌디에이고를 상대했다. 타일러 앤더슨은 콜로라도 로키스 1라운드 지명자일 정도로 아마추어 시절 실력을 인정 받은 투수이다. 140킬로 초중반의 스피드로 커터와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기교파 투수로 평가 받고 있다. 콜로라도 시절 친타자적인 구장 사정 상 대부분의 투수들이 홈런을 많이 맞기는 하지만 타일러 앤더슨은 맞아도 너무 맞는 대표적인 홈런 공장이었다. 그러나 준수한 제구력으로 꾸준히 많은 이닝에서 버텨주는 장점을 인정 받아 콜로라도에서 선발투수로 입지를 다졌었다. 그야말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역꾸역 버텨주고 또 그러다가 홈런 한방으로 무너지기도 하는 그런 투수였다. 그러나 오늘은 견고했다. 그의 투구 앞에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단 한명 김하성만이 타일러 앤더슨을 만난 2타석 모두 잘 맞은 좌전안타를 만들어 냈다. 후속 타자들이 맥없이 물러서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샌디에이고는 6회 마차도의 볼넷과 4번타자 팜의 중전안타를 묶어 1득점하였을 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다시 홈을 밟을 수는 없었다.
피츠버그는 1할대 타율로 부진을 보이고 있는 폴랑코가 솔로 홈런을 치며 선취점을 올린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8회에 볼넷과 연속안타를 묶어 3득점하는 집중력으로 샌디에이고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묻어 버린 점이 타격에서 돋보였다.
결국 피츠버그가 5:1로 샌디에이고를 눌렀다.
오늘 경기에서 김하성은 전체 타선이 묶이면서 고작 3번 밖에는 타석에 설 수 없었다. 3타수 2안타 1삼진이 그가 올린 오늘의 기록이다. 오늘 김하성을 보니 이제 적응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오늘 홈런 2개를 날리면서 활약한 토론토의 보 비셋도 홈런 타자 같지 않은 조금은 여리여리한 몸으로 커다란 홈런을 잘도 날린다. 김하성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종종 홈런을 날리면 해설자는 '김하성 선수는 홈런을 치기에는 그리 체구가 크지 않아요. 하지만 노림수가 상당히 좋은 선수입니다. 노리는 공이 오면 스윙이 거침이 없어요. 그러니까 홈런이 이렇게 나오는 거에요.'라며 흥분하던 기억이 난다. 예열은 끝났다. 이제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처럼 원하는 공을 기다리고, 예측할 때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거다. 보 비셋의 홈런에서 김하성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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