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5일 오늘 프로야구 최대 격전지는 롯데와 기아의 경기가 열리는 광주 챔피언스필드다.
최대 격전지로 꼽는 이유는 만 18세 좌완 영건에이스들의 맞대결이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롯데의 김진욱과 기아의 이의리다.
두 선수는 모두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 외에 투구하는 구질면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두 투수 모두 140킬로 중반대의 준수한 패스트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내 정상급의 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직무브먼트라는 것은 쉽게 설명하면 공이 얼마나 덜 떨어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게 되면 모든 공은 손을 떠난 지점부터 점차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우는 중력 때문이라는 것에 대해 여기서 다시 설명하지는 않는다.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투수가 던지는 공은 상대적으로 공이 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는 패스트볼의 회전력(백스핀)으로 인해 양력이 발생하면서 타석에서 보았을 때 공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것인데 타자는 떠오르는 것 처럼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오늘 등판한 영건 두 투수 모두 수직무브먼트가 뛰어나기 때문에 패스트볼의 볼끝이 꿈틀거리며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 타자가 때리기 어렵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두 투수의 패기 넘치는 역동적인 투구를 넋놓고 보고 있다 보니 1회는 훌쩍 지나갔다. 두 투수 모두 볼도 위력적일 뿐만 아니라 투구 템포도 공격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1회가 눈 깜짝한 순간에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음..좀 이상한데..'라는 의구심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롯데의 김진욱은 역동적인 투구 동작이 인상적이었으나 공을 뿌릴 때 지탱하는 오른발이 너무 일찍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축구에서도 정확한 킥을 위해서는 킥을 할 때 디딛는 발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투수도 마찬가지다. 공을 뿌릴 때 디딛는 발이 너무 일찍 펴지면 체중이 뒤로 빠지면서 공을 놓는 포인트가 불안정하게 되는데, 공을 놓는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제구력이 무너지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2회말 기아의 공격에서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부담을 느꼈는지 직구 4개로만 포볼을 내주더니 폭투와 볼넷을 남발하며 1사 만루로 몰리게 되었다. 무너질 듯 코너에 몰린 김진욱이었지만 한승택을 병살타로 잡아내면서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어갔다. 찬스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바로 위기가 찾아 온다는 야구계의 격언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바로 이어지는 3회초에 롯데는 안타3개, 볼넷2개 그리고 희생플라이를 묶어 3득점하였다. 롯데 상위타선의 무게감을 만 18세 신인투수가 감당하기에는 확실히 힘겨워 보였다. 3회말 어깨가 축쳐진 막내 이의리를 기아의 선배들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는지 바로 반격을 개시하였다. 최원준과 터커가 볼넷으로 루상으로 나가고 기아의 4번 타자 최형우가 안타로 2타자를 모두 불러들여 2점을 만회했다.
이의리는 4회초에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깔끔하게 연속 삼진 3개를 잡고 오늘 피칭을 마쳤다. 김진욱은 4회말 2사를 잡아두고 2루타와 안타로 흔들리더니 결국 추가 1실점하고 마운드를 박진형에게 넘겼다. 투구수는 이닝에 비해 두 투수 모두 많았다. 힘겹게 던졌다는 반증이다. 김진욱은 95구, 이의리는 94구를 던졌다.
롯데의 김진욱은 역동적인 킥킹 동작으로 투구하는 폼이 김광현을 연상하게 하는 투수다. 팔회전 속도는 김광현 만큼 빠르고 공을 놓는 포인트도 김광현 만큼이나 앞쪽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팔높이는 김광현보다 더 높아 타자 입장에서는 찍어 눌러 던지는 것 처럼 보일 듯 싶다. 아쉬운 점은 타자를 현혹시키기 좋은 각도 큰 브레이킹볼을 가지고 있으나 제구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이런 변화구를 섞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직구도 계속 직구만 던지면 타자들에 눈에 읽혀 난타를 당하듯이 강강 일변도의 일정한 패턴으로는 견뎌내기 힘들다.
기아의 이의리는 김진욱과 달리 폼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류현진을 연상하게 하는 투수다. 2021년 4월 8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데뷔하여 5.2이닝 동안 2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막아내며 좋은 투구를 보여 주었었다. 지난 경기에서는 어린 선수 답지 않게 침착하고 냉정하게 키움의 타선을 상대함으로써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김진욱과의 라이벌전이라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웬지 서두르고 산만한 모습을 보이면서 흐트러졌다.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그러했겠지만 경기 운용면에서 아쉬운 경기를 했다.
두 투수 모두 구위보다는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이 아쉬웠던 오늘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다. 가진 장점들이 많은 만큼 차근하게 경험을 쌓아 간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만 18세의 그들이 부러워만 진다.
경기는 4회말 2사후에 김진욱이 내려간 후 박진형이 연속 3안타를 얻어 맞으며 루상의 주자들에게 모두 홈을 허용하고 추가 실점까지 하면서 5실점 빅이닝을 내어 주었다. 승부의 추가 급박히 넘어간 이닝이었다. 박진형의 포크볼 각이 좋지 않은 점도 있었으나 회복세로 접어 드는 터커와 나지완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오늘 기아의 중심타선이 회복되는 감을 보인 것은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기아는 이후 7,8회에 각각 1점, 2점을 추가하며 간격을 벌였다. 10:4까지 벌어진 경기에서 롯데는 9회가 되어서야 추격을 시작하였으나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10:5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오늘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얼마 전에 생각해 보고 싶은 뉴스가 전해졌다.
키움 히어로즈는 조쉬 스미스를 방출하고 작년까지 키움에서 에이스로 뛰었던 제이크 브리검과 계약했다는 뉴스였다. 조쉬 스미스의 구위가 미덥지 못했고 부상 우려가 있어 재계약에 실패했던 브리검이 대만 프로야구에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니 프로라는 냉험한 세계에서 이런 일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얼마전 한화의 수베로 감독 칼럼에서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한국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비난 받는 현상에 대해 쓴 적이 있다.
'프로에서는 실력이 곧 돈이고, 실력이 없으면 바로 퇴출되는 것이다.'라는 것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생각해 봐야 할 점은 히어로즈는 스몰마켓 야구를 하는 구단이라는 것이다.
스몰마켓 야구라는 의미는 적은 돈으로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적은 돈으로 많은 광고를 따내야 하고, 그리고 적은 돈으로 좋은 구단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많은 재벌 그룹 소속 야구단 처럼 부족한 선수는 돈으로 사들여서 성적을 내거나, 그룹 계열사들이 광고에 참여해 주거나, 또는 돈들여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없는 것이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구단이었기에 선수 연봉 총합은 가장 적어도 년말에 '누구누구와 KBO 역대 최대 인상률로 내년 계약'이라는 홍보가 뉴스를 탔고, FA를 거의 잡지 못했지만 이택근을 FA영입할 때는 '어쩔 수 없어서 보냈지만 꼭 다시 데려오겠다고 다짐했었다.'라는 의리를 홍보했으며, 그리고 나이츠가 은퇴할 때는 '용병이 아니라 식구였다. 은퇴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는 따뜻한 미담을 홍보했었다.
조쉬 스미스는 확실히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나름 노력했고 첫 게임에서는 부진했지만 바로 다음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호투했다. 그런 선수에게 승리 투수가 된 다음 날 방출을 통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교체하는 것이 실속면에서 득이 더 많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구단 이미지에는 어떤 영향을 줄 지는 모르겠다. 혹자는 '매정하다는 소리 좀 듣는게 낫지 결정을 늦추었다가 성적이라도 나쁘면 그건 더 낭패다.'라는 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랬다면 시즌 전에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겨우 2게임했는데, 그것도 등판해서 난타 당하며 2패를 한것도 아닌데 이건 아니다.
오늘 키움 경기를 봤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