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 펼쳐질 프로야구 경기에는 꼭 보고 확인하고 싶은 투수가 2명이 있다.
한명은 계속 골칫덩이로 남아 있을지 오늘은 뭔가 한방을 보여 줄지가 궁금한 한화의 투수 킹험이고 다른 한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기록이 그리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에 합류도 늦어 과연 어떤 투수일까 궁금한 NC의 파슨스이다.
두 투수는 모두 각 소속팀 성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그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킹험은 한화의 중위권 도약의, 파슨스는 NC 2연패의 중심축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 경기에서 그들이 보여 줄 모습은 더욱 궁금해 진다.
킹험은 작년에 SK(현SSG)에서 뛴 경험이 있었으나 시즌 초반 2경기만 선발로 출전하고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1군에서 사라진 뒤 2020년 7월에 방출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뛰었던 모습은 기억에 없다. 킹험은 2010년 피츠버그에 지명되었으나 8년이 지난 20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빅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빅리그 데뷔가 늦어진 것은 한창 유망주로 빅리그 진입 초읽기 상황이던 2015년에 어깨 부상을 당하며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술에서 회복한 2017년 다시 콜업의 기회를 얻었으나 이번에는 무릎 부상을 당하며 기회를 다시 미루어야 했다.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해서는 총 76이닝을 던져서 5승 7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성공적인 데뷔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15경기에서 선발로 뛰었으니 2019년에는 피츠버그 선발라인업에 들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19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선발로테이션에 들지 못하고 불펜으로 뛰다가 19년에 토론토로 이적하였다. 이적 후 별다른 활약은 하지 못하고 다시 부상을 당하면서 19년 8월에 토론토에서도 방출 당했다. 2019년 11월, 앙헬 산체스의 대체 선수로 SK와 계약하여 2020년부터 SK에서 뛰게 되었다. SK는 킹험이 부상 전력은 있었으나 150킬로 전후의 패스트볼 구속이 완전히 회복되었고 마이너리그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하여 킹험을 스카우트 하였다. 그러나 SK는 단 2경기만에 부상으로 팀의 에이스를 잃으면서 2020시즌 SK가 하위권을 맴돌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한국 프로야구 팬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한 선수에 대해 이유없는 비난을 퍼붓는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렵다. 킹험은 부상으로 같은 해 7월에 방출될 때까지 재활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내의 인스타그램에 여행을 함께 다니며 노는 사진이 올라 오는 등 선수로서의 기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팬들로 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이런 투수를 한화가 2021시즌에 다시 선택했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다. 내가 실제로 킹험을 기억하는 것은 고작해야 강정호와 같이 피츠버그에 있었던 2018년에 몇 번 등판했던 것을 기억하는 것이 전부일 뿐 정보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라는 나의 한계를 생각 하면서 한화의 스카우트 팀은 나와는 다른 긍정적인 정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내가 지난 4월 8일 있었던 한화 vs SSG의 경기를 보면서 '킹험은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킹험은 이 경기에서 한화의 선발투수로 나왔는데 4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4실점 3자책 으로 무너졌다. 구속은 150킬로 가까이 나왔으나 볼넷이 4개나 나왔고 볼끝이 밋밋해서 잘 맞은 안타가 5개, 홈런도 2개나 맞았다. 지난 경기를 보면서 한화의 선택은 잘못되었다고 나는 확신했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 킹험은 완전히 다른 투수 같았다. 구속은 최고 147킬로로 지난 경기에 비해 조금 줄은 듯 보였으나 체인지업이 좋았고 무엇보다 브레이킹볼의 각도가 예리했다. 오늘 가장 놀라운 변화는 로케이션이 되는 투구를 했다는 점이다. 지난 경기에서는 구위는 오히려 오늘보다 좋았는지 모르겠으나 가운데로 공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추신수에게 홈런을 맞은 공도 그러했었다. 반면에 오늘은 볼넷이 하나도 없는 것은 기본이고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투구를 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킹험의 4월8일 SSG전 경기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투수는 항상 직구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오늘 킹험은 직구가 컨트롤되지 않으니까 변화구에만 의존하는 투구를 했다.'라며 '오늘 경기는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로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킹험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던진 것으로 보인다.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며 볼넷은 없었고 피안타는 2개에 불과했다.
오늘 성공의 첫단추를 끼운 킹험의 앞으로의 목표는 더욱 명확해 진 것 같다. '구위는 믿고 던져도 될 만큼 좋다. 단, 로케이션이 동반되어야 한다.'
파슨스는 196센티의 건장한 체구를 바탕으로 150킬로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파워 피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로 중간계투로 짧은 이닝을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뿐 그의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볼끝의 변화가 심한 투심을 주무기로 구사하고 낮게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활용하는 유형의 투수로 알려져 있다. 체인지업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유형만으로 보면 두산의 김강률이나 키움의 조상우 같은 스타일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파워 피처들은 공에 힘은 있으나 로케이션 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파슨스의 스카우트 리포트에도 부족한 제구력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있다.
오늘 파슨스는 5.2이닝 동안 삼진을 6개나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니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무엇보다 SSG의 문승원도 4회까지는 무실점으로 호투했기 때문에 초반 기싸움이 승부의 중요한 포인트 였다. 아마 공백이 길었던 파슨스는 운용에 애를 먹었겠지만 잘 버텨 주었다. 본인도 이런 점을 의식했었는지 경기가 끝난 후 '경기 초반 심장이 빨리 뛰면서 흥분했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날 진정시켜준 김태군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려했던 제구력은 무난했고 부족한 선발 경험으로 이닝이 지날 수록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하던 걱정도 어느 정도까지는 해소해 주었다. 구속은 오늘 날씨가 좀 쌀쌀하기도 했고, 데뷔전이라 긴장이 되어서 인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오늘 최고 구속은 148킬로.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주자가 있을 때 세트포지션 동작이 조금 커 보였다.. 오늘 주자가 많이 나가지 못해 더 정확한 평가는 어렵겠으나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2루를 노리는 것이 투구폼에 틈이 있어 보인다.
처음이 반이라고 한다. 파슨스의 첫 걸음은 잘 뗀듯하다. 낯선 땅에서 많이도 긴장했을 파슨스에게 첫승을 축하하는 박수를 보낸다.
오늘 뜻하지 않게 반가운 투수를 경기에서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오랜만에 돌아온 SK의 수호신 하재훈이다.
하재훈은 미국 마이너에서 경험을 쌓은 타자다. 불운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하재훈 역시 빅리그로 올라서기 직전에 찾아 온 부상으로 타자의 꿈을 접었다. 꿈이 꺾이면서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잠시 뛰었던 하재훈은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을 마치고 SK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수가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2019년 하재훈은 SK의 클로저로써 30경기 연속 무실점, 1점대 평균 자책점, 36세이브의 성적을 올리며 SK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그랬던 투수가 21년 다시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된다. 실패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예견된 참사였다. 투수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저 힘으로만 던지는 투구폼으로 150킬로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졌고, 이전에 투수로 거의 뛰지 않은 1년차 투수가 60이닝 가까운 많은 이닝을 책임졌으니 2020년 부상과 구위가 저하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랬던 하재훈이 오늘 재활을 끝내고 돌아온 것이다. 예전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폼으로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공을 뿌렸다. 구속은 140대 초반으로 19년에 그가 던지던 공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하재훈이 돌아왔다는 것 만으로 너무나 반갑고 흥분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 하재훈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무난하게 잘 막아 주었다.
오늘 관심을 가지고 본 3명의 투수들은 오늘 모두 나름대로 성공적인 투구를 보여 주었다.
킹험과 파슨스는 국내 타자들에게 아직까지는 생소한 투수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어떤 투수로 기억될지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킹험은 오늘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파슨스는 우려했던 부분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 준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성공을 기원해 본다.
하재훈은 이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에 섰다. 될 듯하면 늘 그의 발목을 잡는 부상은 아마 그가 더 잘해보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만약 재능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면 그렇게 부상을 당하고 좌절할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이제부터 그는 꽃길만 걸을 것이다. 정말 그럴 것 같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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