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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 리뷰/오늘의 프로야구 결과와 리뷰

<2021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3차전> KTvs두산, 박경수 선제 솔로 홈런과 이강철감독의 지략으로 KT 3연승, 챔피언까지 1승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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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KT의 선발 야구 앞에 기세가 한풀 꺾인 두산은 1, 2차전을 허무하게 빼앗겼다. 무엇보다 10개 구단 최강을 자랑하던 수비마저 흔들리며 KT의 파죽지세를 막아내지 못한 점은 한스러웠다.

 

3차전은 두산 최고의 선발 카드 미란다가 복귀한다. 선발 싸움에서 뒤지지 않는다면 두산이 해 볼만 하다. 어깨 피로 누적으로 24일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미란다가 어떤 투구를 펼칠 지 오늘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

KT는 쿠에바스-소형준에 이어 3차전에도 결코 약하지 않은 선발 팔색조 데스파이네가 마운드에 오른다. 선발 라인업을 보니 KT가 왜 2021 정규시즌 챔피언이었는지 새삼 그 강력함이 느껴진다. 

오늘 양팀 선발 미란다와 데스파이네는 모두 쿠바 출신의 투수들이다. 미란다는 쿠바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한 패스트볼이 일품이다. 단, 두산 입단 전까지 들쭉날쭉한 제구를 잡지 못하고 4회면 투구수가 100구에 달할 정도로 '기다리면 되는 투수'였다. 그러던 미란다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후반기부터는 완투형 투수로 일약 성장하며 두산 마운드의 최고 에이스로 등극했다. 미란다가 깜짝 스타였다면 KT의 데스파이네는 안정감의 대명사다. 고무팔이라 불릴 정도로 나오기만 하면 흔들리던 아니던 7회를 소화해 주는 이닝 이터이자 KT 선발 로테이션의 핵심으로 활약해 주고 있다. 오늘 2021 최고 활약을 한 미란다와 꾸준함에 대명사 데스파이네의 쿠바 선수들끼리의 맞대결이 흥미롭다.

 

오늘 양팀의 첫 안타는 KT의 4번타자 유한준이 2회 초 기록했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였다. 유한준은 FA로 KT에 오기 전 2004년 현대 입단 시절부터 나의 영웅이었다. 유한준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언성히어로다. 넥센 시절 팬들은 그를 '소리없이 강하다'라는 멘트로 늘 소개 했었다. 1981년 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는 40을 넘긴 노장 유한준이 아직도 실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며 최강팀 KT의 4번타자로 나서는 모습만으로도 감동이다. 유한준은 선두타자 2루타로 2루에 진루했지만 후속 호잉과 장성우가 모두 삼진으로 돌아서며 2사 2루로 찬스가 허무하게 무산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1차전 홈런으로 타격감을 잡은 7번타자 배정대가 2루 베이스 위를 타고 흐르는 안타를 날려 유한준의 홈 쇄도를 유도했다. 그러나 두산에는 최강 중견수 정수빈이 있었다. 정수빈의 홈송구가 정확히 포수 미트에 들어가며 유한준이 홈에서 아웃되었다. 노장의 늦은 걸음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비디오 판독까지 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 초반 타석에서는 유한준이 있었다면 KT 수비에는 오늘도 노장 2루수 박경수가 있다. 1회 말 페르난데스의 타구, 2회 말 선두타자 김재환의 타구 모두 잘 맞은 타구 였지만 2루수 박경수의 빛나는 수비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2차전 1회 2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후 병살타로 연결하여 최고 수훈 선수가 되었던 박경수의 수비가 오늘도 빛났다. 2회 말 박경수와 황재균의 좋은 수비로 2사를 잘 잡은 KT는 양석환의 안타, 허경민의 볼넷으로 2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장난기 가득한 데스파이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박세혁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1루수 강백호의 글러브에 바로 들어가며 두산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양팀 모두 2회까지 0 : 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미란다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과 20km 이상 차이가 나는 포크볼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다. 아직도 제구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포크볼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올 시즌 에이스로 성장했다. 미란다의 포크볼은 낙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란다의 포크볼을 상대한 타자들은 체인지업 같이 느끼기도 하는 것이 그렇다. 낙차와 구속변화, 두 가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미란다다. 오늘도 경기 초반 자신의 주특기로 KT의 타자들을 상대했다. 조금 불안불안한 것은 포크볼의 제구가 오늘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다. 

 

데스파이네는 팔색조라 부를 만큼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다. 공만 변화가 심한 것이 아니라 투구 폼마저도 필요할 때마다 바꾸는 변칙 투구에 능하다. 그러나 직구 시속이 결코 느린 선수가 아니다. 오늘도 151km가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로 두산의 타자들을 봉쇄했다. 데스파이네의 문제는 경기 중 가끔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이다. 그러나 장난끼 없는 그의 얼굴에서 오늘의 진지함이 느껴진다.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경수는 코리안시리즈에서 놀라운 수비로 팀에 기여했다. 오늘은 선제 홈런까지 날리며 승리의 1등 공신이 되었다 

시리즈 내내 수비로 팀에 기여하던 박경수가 5회 초 선취 득점을 올리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타율은 .143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보다는 수비로, 리더로 활약을 기대했던 박경수가 풀카운트까지 끌고 가더니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미란다는 포크볼이 제구가 되지 않으며 결국 빠른볼 승부로 승부에서 몰려 홈런을 허용했다. 3차전까지 선취점은 모두 KT가 올렸다. 

 

6회 초 부터는 미란다가 내려가고 이영하가 올라왔다. 미란다는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이후 연습경기 한번 없이 24일만에 마운드에 올라 5이닝을 1실점으로 버텨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사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다. 문제는 두산의 불펜이다. 이영하는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후속 강백호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두산 불펜의 최고 카드 이영하가 다시 무너진다면 두산에게는 승산이 없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후속 4번타자 유한준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며 강력한 승리 의지를 보였다. 오늘 타격감이 무척 좋아 보이는 유한준에게도 번트 사인을 낼 정도로 KT의 승리 의지는 강렬했다. 기세에서 몰린 탓일까? 이영하는 번트 자세를 취한 유한준에게 거푸 볼을 던지며 결국 유한준에게도 볼넷을 허용했다. KT는 무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를 만났다. 오늘의 승부처였다. 승부처에서 이영하는 포크볼로 호잉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이영하는 장성우에게도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으며 장성우를 몰아 붙쳤다. 이영하의 세번째 공을 타격한 장성우의 타구는 맥없는 2루 땅볼이 되며 병살타가 되었다. KT는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1득점도 올리지 못하고 찬스를 무산 시켰다. 경기 중반의 흐름이 스물스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기 다음에 찬스로 6회 말 두산은 2사 이후 1, 2루의 찬스를 잡았다. 위기감을 느낀 KT는 데스파이네에게 강한 김재환에게 찬스가 걸리자 투구수가 그리 많지 않은 데스파이네를 마운드에서 내리는 강수를 던졌다. 김재환에 강한 조현우가 마운드에 섰다. 김재환이 데스파이네와의 상대전적에서 18타수 10안타를 기록했으니 느낌이 좋지 않기는 하리라. KT 벤치의 조금은 냉정한 판단이 또 다시 적중했다. 조현우는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극복했다. 점수는 박진감에 비해 1 : 0 의 박한 점수가 계속되었다.

 

7회 초, KT는 다시 찬스를 잡았다. 흔들리는 이영하를 적극 밀어 붙인 KT는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두산은 이영하를 홍건희로 교체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심우준은 느리게 굴러가는 유격수 땅볼을 치며 1, 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공이 너무 느려 병살타로 연결하기는 힘들었다. 오늘 삼진과 병살타로 부진했던 리드오프 KT의 조용호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강하게 밀어낸 타구가 유격수 방면을 향했지만 수비 시프트가 걸린 내야 좌중간을 갈랐다. 2 : 0으로 점수가 벌어졌고 1사 1, 3루의 찬스는 계속되었다. 좋은 타구를 날린 조용호는 타점을 올리고 대주자 송민섭으로 교체되었다. 황재균은 중견수에게 잡히는 비교적 짧은 플라이를 날렸지만 3루주자 심우준의 발은 홈에 들어오기에는 충분했다. 점수가 3 : 0 으로 벌어졌다. 3점차의 점수가 꽤나 커 보이기 시작했다. 두산은 최승용을 올리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두산은 필승 불펜 카드 이영하와 홍건희를 투입하고도 실점을 허용하며 경기 종반 따라가기 쉽지 않은 점수 차이를 허용했다.

7회 말, KT는 마운드를 필승 카드 고영표로 교체하며 문을 걸어 잠궜다. 

 

8회 초,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까지 마운드에 올리며 총력전을 펼쳤다. 8회 초를 추가 실점 없이 잘 막아낸 두산은 8회 말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박세혁이 날린 타구를 박경수가 몸을 날리며 잡아 1루에 송구했지만 발빠른 포수 박세혁이 간발의 차이로 1루에 살아나갔다. 세이프는 되었지만 박경수의 다신 한번의 호수비가 빛을 발했다. 무사 1루에서 대타 안재석의 타구는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텍사스성 안타가 되었다. 그러나 이 공을 빠르게 2루로 송구하며 2루 주자를 잡아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이 타구를 쫓아가던 박경수가 종아리 근육 부상을 당하며 앰플란스를 타고 교체되었다. 노장 투혼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확실히 쌀쌀한 날씨에 거듭 출장을 감행한 노장의 몸은 매우 피곤했었나 보다. 1사 1루의 찬스에서 정수빈은 1루 땅볼로 2사 2루의 상황이 되었다. 두산은 일단 1점이라도 추격하겠다는 의지가 눈에 띄었으나 와일드 카드 결정전 부터 계속된 피를 말리는 경기로 몸이 모두 무거워 보였다. 박건우는 끈질긴 볼카운트 싸움 후 결국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1점을 추격했다. 점수가 3 : 1 로 바뀌며 추격 무드가 시작 되었다. 페르난데스도 빠른 타구를 만들었지만 강백호가 잘 잡아내며 두산은 1점 추격에 만족해야 했다.

 

9회 말, KT는 마무리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리며 오늘의 승리를 완성하고자 했다. 선두 김재환은 배럴 타구를 날렸지만 1루수 강백호 정면을 향했다. 두산은 운도 그리 따르지 않았다. 야구에 있어서, 게다가 두산에게 있어서 2점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점수지만 전력이 탄탄한 KT 앞에서 9회 2점차이는 극복하기 쉬운 점수로 보이지는 않았다. 강승호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았다. 두산의 타자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하며 포스트시즌 내내 보여준 강력함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재윤은 오른손 거포 양석환을 맞아 직구와 슬라이더로 아웃코스를 공략하며 양석환을 괴롭혔다. 그러나 양석환의 살아나가겠다는 의지는 컨택 위주의 스윙으로 좌익수 앞 안타를 만들며 희망의 불씨를 이어갔다. 허경민이 끈질기게 김재윤을 괴롭혔지만 투수 땅볼로 불러나며 추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경기는 3 : 1 로 KT가 다시 승리하며 챔피언까지 1승을 남겨두게 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돋보인 것은 무엇보다 이강철 감독이었다. 6회 실패하기는 했지만 1점 차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 1, 2루 찬스 시 4번타자 유한준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내는 장면이나,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던 데스파이네가 2사 1, 2루의 상황에서 데스파이네에게 강한 김재환이 타석에 서자 거침없이 데스파이네를 조현우로 교체한 대목에서 이강철 감독의 강한 승리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덕장으로 알려진 이강철 감독이 승부사로서의 냉정한 칼을 과감히 휘두른 오늘 경기가 인상적이었다. 감독은 함께 배를 타고 가는 선장이다. 선장의 의지는 선수 한명한명에게 당연히 전달된다. 감독이 선수보다 먼저 패배를 인정하거나, 필요한 시기에 온정이라는 비겁함에 몸을 숨긴다면 그 배는 결코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박경수, 황재균, 조용호 등 오늘 활약한 많은 수훈 선수들이 있었지만 나는 오늘 이강철 감독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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