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7일 메이저리그 : LA 에인절스 vs 텍사스 레인저스
오늘 양팀의 경기는 2가지의 볼거리가 있다.
- 오늘 LA 에인절스의 선발투수로 출격하는 오타니 쇼헤이는 어제까지 홈런 7개를 기록하여 현재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투수다. 홈런 선두가 선발투수로 나온 경우는 1921년 베이브루스 이후 100년만에 기록이다. 오늘 오타니가 투수로, 그리고 타자로 어떤 활약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텍사스는 어제 드디어 양현종을 빅리그로 콜업했다. 현재 텍사스는 선발투수들이 부진하고 불펜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어서 양현종이 오늘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 데뷔할 수 있을 지 촉각을 세우게 된다.
LA 에인절스는 1회 초 공격에서 2번타자 오타니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3번타자 마이크 트라웃의 중전안타. 그리고 5번타자 제러드 월시의 우전안타로 때 오타니가 전력질주로 홈으로 들어오며 기분 좋은 선취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오타니가 선발투수로 올라온 1회 말, 4실점을 허용하며 바로 역전 당하고 말았다. 오타니는 매번 선발투수로 등판하면 1회 제구력이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였다. 특히 4번타자 내이트 로우에게 쓰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크게 흔들렸다. 로우에게는 주무기인 스플린터가 제대로 가라앉지 않으면서 큰 것을 허용했지만 오타니가 1회 고전한 주요 이유는 패스트볼의 제구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LA 에인절스의 투수 오타니는 1회 제구력이 잡히지 않으면서 텍사스에게 빅이닝을 허용했다.
선발투수 오타니에게 1회 제구력은 앞으로도 과제로 남았다.
1 : 4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간 텍사스가 오늘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타니는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만회하였다. 2회 초 2사 1, 2루의 찬스에서 오타니는 우측으로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2루타를 치며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다음타자 마이크 트라웃의 좌전 안타 때 오타니 본인도 홈으로 들어와 4 : 4 동점을 만들었다. 텍사스 홈팬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늘 승부를 가른 것은 3회 초 LA 에인절스의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6번 저스틴 업튼이 나오자 마자 초구를 때려 큼직한 좌월 홈런을 만들더니 다음타자 알버트 푸홀스도 좌중월 홈런으로 랑데뷰 홈런을 만들었다. 40대에 접어든 메이저리그의 전설 푸홀스의 홈런 한방은 메이저리그 올드팬으로서 가슴 찌릿해 지는 순간이었다. 이 후 10년 전 푸홀스 같은 트라웃의 좌전 2루타로 추가 1득점하며 3회에도 3득점을 올렸다. 점수는 4 : 7 까지 벌어졌다.
텍사스의 선발 조던 라이스는 2회와 3회에 3점씩을 허용하며 7실점하고 무너졌다.
텍사스는 최근 선발이 일찍 무너져 불펜의 소모가 많았다. 라이스 다음 투수로 나와 데뷔전을 치르는 양현종이 긴 이닝을 버텨 주어야 한다.
텍사스의 선발 조던 라이스는 오늘 채 3회를 버티지 못했다. 3회 2사에 양현종의 데뷔 무대를 만들어 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라이스는 2011년 휴스턴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이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여러 팀을 전전했다. 2019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2020년 텍사스로 이적했다. 대기만성형 선수인 라이스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텍사스에서는 텐덤 전략의 제1텐덤 투수로 이전 경기까지 알찬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던 라이스였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는 LA 에인절스의 막강 화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경기 초반 무너지고 말았다.
오타니는 오늘 1회에만 흔들렸을 뿐 2회에서 5회까지는 1회와 완전히 다른 투수 같았다.
2회부터 오타니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가 춤을 추었다.
오타니는 오늘 1회때의 모습과 그 후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 2회부터는 마치 다른 투수 같았다. 5회까지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3안타, 볼넷 3개를 허용하며 4실점했으나 안타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1회의 기록이었다. 6회부터 LA 에인절스는 3명의 불펜을 투입하여 텍사스를 봉쇄하였다. 텍사스는 오늘 1회를 제외하고는 홈을 밟을 수 없었다.
오늘 데뷔전을 갖게 된 텍사스의 양현종은 3회 2사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에서 나와 '2019년 워싱턴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앤서니 렌던을 상대하여 2루 팝플라이로 메이저리그 첫 타자를 처리했다. 양현종은 이후 4회와 5회를 특별한 위기없이 LA 에인절스의 타선을 잠재우며 잘 던졌다. 양현종은 한국에 있을 때 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다. 오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였는데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90마일(약 145km) 전후로 빠르지는 않았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구석구석 찌르면서 위력을 발휘했다. 오타니는 92마일 스플리터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모습과 비교하니 양현종의 포심이 변화구 처럼 느껴진다.
6회 초 LA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트라웃이 연속 내야안타로 찬스를 만들었다.
텍사스의 수비시프트가 양현종을 도와주지 못했다.
6회 초 LA 에이절스의 공격에서 양현종은 데뷔 첫 위기를 맞는다. 맞지 않아도 되는 위기를 맞은 것이 너무 아쉬웠다. 6회 초 선두타자는 오타니였다. 오늘 관심의 두 주인공이 한명은 마운드에서, 다른 한명은 타석에서 조우했다. 오타니의 잡아 당기는 타격을 의식한 텍사스는 3루를 비우는 과감한 수비 시프트를 시행했고, 이를 간파한 오타니는 기습적으로 번트를 댔다. 3루 측으로 뜬 공은 아무도 처리하기 어려운 곳에 멈춰 섰고 내야 안타가 되었다. 한국의 에이스 양현종과 홈런타자 오타니의 대결을 기대했던 나는 김이 샜지만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첫 피안타를 이렇게 애매하게 허용하며 무사 1루의 찬스를 맞았다. 다음 타자 트라웃은 더 아쉬웠다. 몸쪽을 찌르는 공으로 트라웃에게 힘없이 흐르는 2루 땅볼을 유도했으나 역시 수비시프트로 이 평범한 공을 처리할 수 없었다. 2연속 내야 안타로 무사 1, 2루의 찬스가 되었다. 한국에서 170승 이상을 한 노련한 양현종이었지만 데뷔 무대에서 이렇게 짜증나는 위기를 맞고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린다 싶더니 오늘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5번타자 월시에게 중월 2루타를 맞으며 메이저리그 첫 1실점을 했다. 1사 2, 3루의 찬스는 계속 되었으나 양현종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후속 타자를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LA 에인절스는 7회 이글레시아스가 솔로 홈런을 치며 4:9까지 점수 차이를 벌렸다.
4 : 8로 뒤진 7회 초에도 양현종은 마운드에 올랐다. 7회 선두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80마일 낮은 슬라이더를 던져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약간 가운데 쪽으로 쏠린 감은 있었으나 낮은 공이었기 때문에 홈런을 맞을 공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은 무섭긴 무섭다. 이어진 3타자를 모두 범타로 잘 처리하고 7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점수는 4 : 9 였다.
양현종은 6회와 7회에 1점씩을 허용했지만 4.1이닝 동안 잘 던졌다.
무엇보다 긴 이닝을 소화해 줌으로써 팀에 기여했다.
양현종은 오늘 7회까지 4.1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으로 훌륭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무엇보다 긴 이닝을 버티어 주며 텍사스의 지친 불펜에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은 큰 성과다. 텐덤 전략으로 보았을 때에도 세컨드 텐덤 투수 역할을 매우 잘 수행했다고 하겠다.
오늘 경기는 LA 에인절스가 텍사스를 압도했다. 오타니의 투타 활약도 대단했지만 부상으로 뛰지 못하던 트라웃이 복귀한 오늘 경기에서 펄펄 날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에인절스로 이적한 이후 온갖 욕을 먹고는 있지만 푸홀스가 홈런을 치며 활약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랜 시간 절치부심했던 양현종이 드디어 빅리그에서 데뷔전을 갖고 빼어난 활약을 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양현종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