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8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vs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애리조나 체이스 필드 홈경기)
오늘 선발은 샌디에이고는 크리스 페덱, 애리조나는 메릴 켈리이다.
선발 투수와 관련해서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2가지 이다.
- 샌디에이고의 크리스 페덱은 하이 패스트볼의 위력이 대단한 투수다. 메이저리그 파이어볼러의 전형인 체인지업을 떨어뜨리고 강력한 하이 패스트볼로 타자를 처리하는 유형의 투수다. 단, 단조로운 구질 때문에 이닝이 길어지면 간파당하고,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어 많은 전문가들은 필승조 불펜에 더 적합한 투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닝을 끌어 줄 수 있는가?' 관전 포인트다.
- 애리조나의 메릴 켈리는 한국이 키운 아들(?) 같은 투수다. 2010년 탬파베이의 지명을 받았으나 트리플A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던 투수였다. 메릴 켈리는 프로야구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한국의 SK에 스카웃되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시즌을 뛰었다. 4시즌 동안 메릴 켈리는 구속이 빨라지고 제구력이 가다듬어 지면서 한 스텝 성장한 투수가 되었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 복귀하였다. 19년에는 5선발로 뛰면서 입지를 넓히더니 올 시즌에는 팀의 3선발의 중책을 맡고 있다. 이런 과거를 가진 켈리가 강타선을 자랑하는 샌디에이고를 맞아 어떤 투구를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샌디에이고의 중견수 그리샴은 평범한 플라이 볼을 놓치며 2실점을 허용했다.
초반 분위기가 애리조나로 넘어갔다.
오늘 크리스 페덱의 구위는 위력적이었다. 다른 날과 다르게 제구력이 정교하고 가끔 섞어 던지는 커브볼이 타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했다. 그러나 선취점은 예상하지 못한 실책 때문이었다.
2회 말, 아리조나의 공격에서 카슨 켈리와 닉 아메드가 안타로 만든 2사 1, 2루의 찬스에서 8번 타자 닉 히스가 좌중간으로 친 플라이볼을 샌디에이고의 좌익수 프로파와 중견수 그리샴이 서로 양보하는 듯한 플레이를 하며 잡지 못해 1, 2루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왔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듯 했다.
그러나 크리스 페덱은 흔들리지 않았다. 5회까지 강한 구위를 뽑내며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했다.
첫 12경기 | 최근 10경기 | |
승-패 | 4승-8패 | 7승-3패 |
타율(홈런) | .229 (14) | .235 (18) |
평균 자책점 | 5.00 | 4.01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최근 신시내티와 애틀란타의 경기에서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승세의 힘은 투수력이었다. 올 시즌 초반 흔들렸던 선발투수들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팀도 안정세를 찾으며 상승세를 탔다.
오늘 메릴 켈리 역시 안정적인 투구를 보였다.
켈리를 어떤 전문가들은 '오른손 류현진'이라고 평가하는데 오늘 투구하는 모습을 보니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90마일 초반의 송곳 같은 직구가 완벽한 제구가 되며 빛을 발했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타자를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류현진과 비교한다면 좌우로 변화하는 변화구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변화구가 상하로만 변하기 때문에 타자들에 눈에 익을 수록 승부가 길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느껴져 아쉬웠다. 이건 켈리의 사생팬으로 나의 과한 욕심일 뿐 오늘 켈리는 완벽했다.
애리조나의 선발투수 메릴 켈리는 6회까지 빼어난 피칭을 했다.
6회 구위가 떨어지며 1실점한 것이 옥의 티였다.
샌디에이고가 1점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6회가 되어서 였다.
0 : 2로 끌려가던 샌디에이고는 6회 초 공격에서 찬스를 잡았다. 오늘 5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지며 호투하던 캘리의 구위가 6회 들어 눈에 띄게 힘이 줄었다. 선두타자 타티스 주니어가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우익선상을 따라 흐르는 2루타를 만들고 후속타자의 깊숙한 우익수 플라이 때 3루까지 갔다. 다음 타자는 매니 마차도. 마차도는 3루 강습 땅볼을 쳤고 애리조나의 노장 3루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는 일단 막아놓고 무릎을 꿇은 상태로 1루에 송구해 타자만 처리했다. 3루 주자는 홈인하며 1점을 만회했다. 1 : 2, 이 점수는 오늘 샌디에이고 얻은 처음이자 마지막 점수가 되었다.
샌디에이고의 크리스 페덱은 오늘도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력한 구위가 돋보였으나 5.1이닝을 던지며 5실점했다.
페덱은 점수 차이를 좁힌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앞서 관전평에서 이야기한 대로 올 시즌 처음으로 6회까지 길게 던져 줄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선두 타자 콜 칼훈이 안타를 치고 와일드 피칭과 3루 도루까지 하며 4번 타자 데비드 페랄트의 안타 때 홈으로 들어 온 것 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최고 공격형 포수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카슨 켈리에게 오늘 경기를 매조짓는 투런 홈런을 허용한 것은 페덱의 한계를 보여 주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페덱은 여기까지 였다.
6회 초 1점을 따라잡은 샌디에이고에게 6회 말 3점을 폭격하며 오늘 경기를 정리했다.
샌디에이고는 페덱 이후 크렉 스테먼, 피어스 존슨, 애런 노스크래프트를 투입하며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애리조나는 켈리가 6이닝 동안 4안타만 허용하며 1실점하고 내려갔다. 이 후 케일럽 스미스, 부카우스카스, 테일러 클라크가 나와 무실점으로 샌디에이고의 타선을 봉쇄했다.
8회 애리조나 투수 부타우스카스가 선두타자 대타 김하성을 맞아 삼진을 기록했다. 올 시즌이 계속 될수록 김하성의 존재감이 흐려지는 듯하여 아쉬움이 크다.
1 | 2 | 3 | 4 | 5 | 6 | 7 | 8 | 9 | 결 과 | |
샌디에이고 | 0 | 0 | 0 | 0 | 0 | 1 | 0 | 0 | 0 | 1 |
애리조나 | 0 | 2 | 0 | 0 | 0 | 3 | 0 | 0 | 5 |
샌디에이고가 오늘 투입한 불펜 투수 한명, 한명 모두 사연이 있어 잠시 소개한다.
페덱을 뒤이어 나온 크렉 스테먼은 노장 투수로 워싱턴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2017년부터 불펜 마당쇠 역할을 한 투수다. 2017년 부터 2019년까지 3시즌 동안 불펜으로 무려 24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다. 예전 한국 프로야구의 송유석이나 송창식이 연상되는 투수다. 마당쇠 역할은 팀에 그런 선수가 있으면 티가 나지 않지만 없으면 티가 나는 그런 역할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피어스 존슨은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그저 그런 투수였으나 2018년 일본 프로야구를 1시즌 경험하고 돌아와서는 강한 불펜으로 거듭났다. 오늘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업그레이드된 켈리와 같은 경기에 나와 흥미로웠다.
애런 노스크래프트는 2009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드래프트 했지만 오랜 시간 마이너에서 시간을 보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마이너에서 보내고 21년 마침내 빅리그에 데뷔한 우완 언더드로우 투수다.
나는 왜 이런 투수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이 가는 지는 알 수 없다. 오늘 이 세명의 투수가 나와 승패와 상관없는 이닝에 혼신의 힘을 다하며 무실점으로 역투하는 모습에 환호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