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8일, 롯데 자이언츠 vs LG 트윈스 잠실 2차전
어제 1차전은 LG의 선발투수 정찬헌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1사 만루의 삼진에서 연속 삼진으로 위기에서 구해낸 '미스터 제로' 김대유가 투수로 활약했다면, 타선에서는 오지환이 2루타와 홈런으로 화력을 지원하면서 승리했다.
오늘은 양팀의 에이스 대전이다.
롯데는 스트레일리, LG는 켈리다.
롯데의 스트레일리는 시동이 늦게 걸리는 선수인 것 같다. 작년 시즌에도 첫 4경기에서 방어율 3.68로 부진하면서 많은 롯데팬들이 '올해도 꽝인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였다. 그러나 그후 14승 2패, 방어율 2.35를 기록하며 롯데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해도 오늘 전까지 4경기에서 3.54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트레일리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오늘 경기부터 반전을 이룰지가 관건이다.
LG의 켈리는 포심-투심-슬라이더-커브를 각각 20% 정도씩 고르게 구사하는 투수다. 다양한 구종을 자유로이 구사하는 KBO의 몇 안되는 투수라는 뜻이다. 이런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로 LG마운드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벌써 수년째 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 LG가 현재 1위로 잘 나가고 있지만 이는 투수력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방어율 10위 안에 수아레즈(1.17) 1위, 정찬헌(1.64) 7위, 켈리(2.05) 8위 3명의 선발투수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LG의 투수력을 대변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경기에서도 LG의 타선이 살아날지, 스트레일리라는 에이스 투수를 공략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회 초 한동희의 홈런 한방으로 오늘 경기는 끝이 났다.
이 후 양팀은 지루한 0의 행진을 계속 했다.
켈리는 오늘 경기 초반에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고 볼카운트 싸움에서 타자에게 밀리며 고전하였지만 켈리 특유의 노련함으로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것 처럼 보였다.
2회 초 켈리는 2사를 잘 잡고 7번타자 추재현에게 볼넷을 내주었다. 켈리가 잘못 던졌다기 보다는 끈질기게 7구까지 끌고간 추재현의 승리였다. 끈질긴 승부에 한숨을 돌리며 방심한 듯한 켈리는 다음 타자 한동희에게 초구에 투런 홈런을 맞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 후 양팀은 이렇다할 찬스 한번 만들지 못하고 지루한 0의 행진을 계속했다.
롯데 스트레일리는 6.0이닝을 책임지며 안타는 단 2개만 맞았다. 삼진은 8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에이스의 위용을 뽑냈다.
LG 켈리는 2회 불의의 투런 홈런을 맞아 2실점했지만 6.0이닝을 던져 안타 4개만을 허용하며 호투했다.
7회부터 양팀은 에이스가 내려가고 불펜 대결을 벌였다. 에이스에게 눌려 있던 타선은 호시탐탐 불펜진을 공략하려 하였지만 양팀의 불펜도 만만치는 않았다.
7회 초 LG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최성훈이었다. 최성훈은 체구는 작지만 과감한 몸쪽 승부와 커브, 슬라이더의 각이 좋은 투수다. 그러나 올 시즌 직구 스피드가 2~3km 떨어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오늘도 볼넷을 내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0.2이닝만 타자를 상대하고 바로 이정용으로 교체하였다. 이정용은 140km 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130km 중반의 슬라이더를 조합하여 던지는 투수로 LG불펜의 필승 카드다. 오늘도 최성훈에 이어 나와 8회까지 4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믿음을 주었다.
올 시즌 프로 첫 승을 거둔 38세의 투수 김대우는 오늘 7회 자신이 맡은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앞으로 더 놀라운 구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7회 말 롯데 마운드에는 스트레일리를 이어 38살의 노장 김대우가 올랐다. 김대우는 재능이 너무 많아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비운의 천재'같은 선수다. 투수로도 고교시절 이미 150km 가까운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였고, 타석에서는 홈런 타자 이대호에 뒤지지 않는 파워를 자랑하는 홈런 타자였다. 프로에 와서 투수로, 타자로 또 다시 투수로 전업하며 만년 유망주였을 뿐 실제적인 성적을 거둔 것은 없었다. 그랬던 김대우가 올 시즌 4월 17일 감격스러운 프로 데뷔 첫승을 올리며 롯데의 철벽 불펜으로 자리 잡았다. 김대우는 투심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투수로서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140km 후반에 육박하는 투심으로 상대를 얼어붙게 한 후 우타자는 슬라이더로 좌타자는 스플린터나 포크볼로 요리하는 투심투수다. 오늘도 7회 유강남, 이천웅, 김민성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오늘 컷터도 몇개를 구사했으나 아직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8회 말에는 김대우에 이어 최준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준용은 파이어볼러의 전형적인 투수다. 150km에 육박하는 포심직구를 주로 던지며 130km의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요리한다. 작년에는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떨어져 불같은 강속구외에 결정구를 던지지 못해 고전했으나 올해는 다르다. 최준용도 3명의 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오늘 경기는 한동희가 시작하고 한동희가 마무리졌다. 터지기 시작한 그의 방망이를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다.
9회 초 롯데의 공격에서 롯데는 1득점하며 오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용에 이어 나온 21시즌 대졸 신인 김진수는 선두타자 정훈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두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9회를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2사 이후 타석에 선 오늘 투런 홈런의 주인공 한동희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한동희는 중견수를 넘어가는 2루타를 날리며 추가 1득점했다. 김진수는 구속을 조금만 올릴 수 있다면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어 좋은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9회 말 롯데는 클로저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려 오늘의 승리를 굳혔다.
오늘 2차전은 롯데가 승리하며 어제의 패배를 되갚았다. 양팀 선발 투수가 보여준 명품투수전은 엘롯라스코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어제 LG의 승리 공식이 선발투수의 호투, 홈런, 그리고 굳건한 불펜이었다면 오늘 롯데 역시 똑같은 공식으로 승리를 되찾은 꼴이었다. 내일 3차전에서는 누구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