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김하성, 좋은 병살 수비 2개로 팀 승리 기여
2021년 5월 1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vs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늘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올 시즌 노히트투수 조 머스그로브와 좀비가 핵심이다.
머스그로브는 시즌 초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2승, 그리고 2승째는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후 4패만을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3.00으로 높아졌지만 WHIP는 0.85로 아직도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머스그로브가 어떤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오늘 경기를 통해 알고 싶었다.
요즘 샌디에이고는 그야 말로 차포 떼고, 상까지 다 뗀 상황이다. 문제는 코로나 때문인데 팀의 주포 타티스 주니어와 윌 마이어스가 코로나 양성 판정으로 팀을 이탈했다. 여기에 4번타자 에릭 호스머, 발빠른 리드오프 주릭슨 프로파, 그리고 만능 백업 호르헤 마테오까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모두 줄줄이 이탈했다.
덕분에 김하성이 꾸준히 유격수로 출장하고 있지만 팀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머스그로브는 5이닝 동안 1실점만 하며 1 : 3 으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오늘 머스그로브는 준수한 투구를 보여 주었지만 볼넷을 4개나 허용하며 수차례 위기 상황을 연출했다. 머스그로브 답지 않은 투구였다.
오늘 내가 받은 인상은 머스그로브가 노히트 경기 이후 너무 맞지 않으려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니 자칫 큰 타구가 될 수 있는 높은 쪽의 하이패스트볼을 거의 던지지 않고 낮은쪽에서 낮은쪽으로 가라앉는 변화구의 비중이 너무 높았다. 한마디로 타자와 승부를 피하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투구를 했다. 도망다니다 보니 볼넷이 늘어났고,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승부가 많았다. 결국 투구수도 늘어나 5이닝을 마감 했을 때는 이미 93개의 공을 던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좀비'라고 불리는 팀이다. 초반에 점수 차이가 벌어져도 쉽게 경기를 끝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오비에도는 메이저 경험이 별로 없는 신인급 투수로 오늘 제구력 문제로 내내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디에이고는 주전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큰 점수를 뽑지 못했다.
그러자 좀비는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0 : 1 로 끌려가던 세인트루이스는 3회 초 1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며 경기를 뒤집을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위기의 상황에서 김하성의 화려한 유격수 수비가 좀비가 깨어나는 것을 막고 위기의 팀을 구했다. 1사 만루의 상황에서 아레나도의 2루 땅볼을 병살타로 연결하는 김하성의 모습은 경기가 끝날 때 까지 수차례 화면에 등장할 정도로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6회 초 역시 마찬가지 였다. 1 : 3 으로 계속 끌려만 가던 세인트루이스의 1사 1, 2루 찬스에서 김하성은 다시 한번 2루 베이스를 타고 넘어가는 땅볼을 거둬내 직접 2루를 밟고 1루로 공을 던져 병살타를 만들었다. 좀비가 깨어날만 하면 김하성이 병살타로 위기를 막아냈다.
그러나 아무리 김하성이 때려 잡아도 좀비를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었다.
8회 타일러 오닐이 투런 홈런을, 9회 놀란 아레나도가 솔로 홈런을 날리며 세인트루이스는 1 : 5 로 뒤지던 경기를 4 : 5 까지 따라 잡았다. 조금만 일찍 좀비가 깨어났더라면 샌디에이고는 잡아 먹힐 수도 있는 경기였다.
샌디에이고는 불펜의 힘이 강한 팀이다.
그러나 최근 선발 투수 스넬과 머스그로브가 이닝을 길게 끌어주지 못하면서 불펜의 소모가 심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불펜이 예전과 다르게 지쳐보이며 실점을 연속 허용했다.
머스그로브가 예전의 위용을 되찾으며 이닝을 마구 먹어치우는 재미난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