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메이저리그 리뷰 뉴욕 양키스 vs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의 승리, 불펜이 날려 버렸다.'
한국시각으로 2021년 6월 16일 오전 8시 7분 류현진 선발 등판 경기가 시작했다. 지난 2경기에서 부진하며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류현진이 오늘 부활할 수 있을 지가 오늘의 관건이다. 올 시즌 초반에도 투수가 타격에 참여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서 내셔널리그, 더 나아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저평가 받은 에이스라고 찬사를 쏟아내던 메스컴들도 서서히 류현진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환상적이던 평균자책점은 이미 3점대 중반으로 치솟았고 찬사를 받던 제구력도 볼넷이 늘어나며 지표가 폭락했다.
최근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지구에서 토론토에게도 반게임 차이로 밀려 4위를 달리고 있는 양키스는 '더 큰 류현진' 조던 몽고메리가 선발이다. 몽고메리는 양키스 팜에서 성장한 정통 양키스 맨이다. 포심 구속이 90마일 초반 대로 빠르지 않지만 체인지업이 명품인 좌완투수로 키가 큰 류현진이라 부를만 하다. 몽고메리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제구력이 장점인 투수인데 1회 말 시작은 불안했다. 3연속 볼넷을 내주며 1회 부터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류현진을 응원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안타를 펑펑 터뜨리며 대량 득점하기를 바랬지만 4번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외야 플레이로 1득점 하였을 뿐 제구력이 돌아온 몽고메리를 더 이상 괴롭힐 수는 없었다.
1점의 득점 지원을 받은 류현진은 2회 초 '한방의 사나이' 양키스의 개리 산체스에게 비거리 139m가 넘는 대형 홈런을 얻어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오늘도 제구력이 조금씩 흐트러지며 타자들과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류현진을 대변한다면 심판의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 판정이 류현진 처럼 보더라인 위주로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타자보다 더 어려운 상대인 것 처럼 보였다.
양키스의 개리 산체스는 보기에도 홈런을 칠 것 같은 타자지만 토론토의 2번타자 보 비셋은 갸냘퍼 보이는 선수다. 3회 말 보 비셋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들어오는 밋밋한 초구를 받아쳐 솔로 홈런으로 응수했다. 보 비셋은 이 홈런으로 올 시즌 지금까지 14호 홈런을 날렸으니 홈런타자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1 : 2로 다시 앞서 나가는 토론토는 바로 4회 초에 1실점하며 또 다시 동점이 되었다. 류현진은 2사를 잘 잡아 놓고 크리스 기튼스에게 홈런을 허용하여 동점을 허용했다. 크리스 기튼스는 얼마 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신인으로 데뷔 이후 타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류현진의 커터를 통타하여 134m 대형 홈런을 만들었다. 류현진의 커터는 일반적인 투수들의 커터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좌우상하 변화를 최소화 하여 직구와 구별이 잘 가지 않는 커터다. 직구인 줄 알고 방망이를 돌리면 살짝 떨어지며 헛스윙이나 땅볼을 유도하는 변화구다. 그러나 기튼스에게 던진 커터는 가운데로 몰린데다가 높았다.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에게는 홈런을 치기 딱 좋은 괘적이다.
4회 말 토론토는 3득점을 올리며 차이를 벌렸다. 조 패닉이 볼넷을 걸러 출루하고 2사 이후 연속 안타로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첫 타석에서 몽고메리를 대상으로 홈런을 날린 보 비셋이 타석에 서자 몽고메리는 조금 흔들렸다. 초구가 포수 글러브를 벗어나 뒤로 흘렀다. 너무 쉽게 1점을 허용했다. 1득점 이후 계속된 2, 3루의 찬스에서 보 비셋은 좌전 안타를 날려 추가 2득점을 올렸다. 점수가 2 : 5 로 벌어지며 류현진에게 여유가 조금 생겼다.
6회 초 류현진은 또 다시 개리 산체스 때문에 1실점을 허용했다. 산체스는 류현진의 공을 어려워 하지 않고 쉽게 공략했다. 1사 이후 어셸라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후 산체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여 2, 3루의 위기를 맞고 후속 안두하의 내야 땅볼에 3루 주자 어셸라가 홈을 밟아 1실점 했다. 투구수 문제로 6회가 류현진이 책임져야 할 마지막 이닝이었는데 6회에도 1실점하며 아쉬운 마무리를 보였다. 오늘 류현진은 6.0이닝을 책임지고 5안타, 3실점했다. 문제는 볼넷을 4개라 허용한 점이었다. 류현진은 3 : 5 로 앞선 상황에서 6회까지 이닝을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만족할 만한 피칭은 아니었지만 제 몫을 다한 투구였다.
양키스는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7회, 8회에 2점과 1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고 역전승 했다.
오늘 토론토의 불펜은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앤서니 카스트로는 이전 경기와 달리 무기력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카스트로는 선두타자 앤서니 가드너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더니 연속해서 르메휴에게 좌전 2루타를 거푸 허용했다. 카스트로는 연속 장타에 제구력이 흔들리더니 연속 폭투로 르메휴에게 마저 안타없이 홈을 허용했다. 양키스는 7회에 5 : 5 동점을 만들었다.
양키스는 8회 초에도 토론토의 불펜 팀 마이자를 공략하여 1득점, 경기를 6 : 5 로 뒤집는데 성공 했다.
득점 과정은 안타와 2루타로 깔끔하게 1득점을 올렸다. 2루타로 1타점을 올린 클린트 프레이저는 팀이 어려울 때 마다 한방을 올려주는 보배 같은 존재다. 오늘도 중요한 시점에 적시 2루타를 날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양키스는 몽고메리가 5.1 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후 4명의 불펜이 토론토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9회 말 아돌리스 채프먼은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며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 '제구력'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제구력이 꼬이기 시작하니 체인지업의 위력도 함께 떨어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임을 증명한 경기였다. 되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6회까지 실점을 최소화하며 에이스로써 역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