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한국시각 29일) 7월 최고의 피칭을 선 보였던 김광현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강호들의 정글 메이저리그에서 한달동안 꾸준한 페이스를 보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경기였다.
어제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코리안 빅리거 맏형 류현진이 출격했다.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경기 시작전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경기가 끝까지 갈 지도 확실하지 않은 궂은 날씨에 토론토는 류현진, 보스턴은 A-로드, 로드리게스의 에이스 맞대결이다.
에이스들이 맞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 였지만 승부는 생각보다 일찍 갈렸다. 1회 초 토론토는 5번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2루타로 선취 2타점을 올리고, 7번타자 캐번 비지오의 적시타로 추가 1점을 올리며 3 : 0 으로 성큼 앞서 나갔다.
1회 말 류현진은 넉넉한 득점 지원에도 불구하고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최근 류현진의 페이스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토론토는 내야 실책까지 겹치며 더 큰 위기를 맞았지만 삼진과 땅볼로 무실점하며 위기를 넘겼다.
2회에도 토론토의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선두타자 맥과이어가 2루타를 치고 나가고 돌아온 1번 타자 조쉬 스플링어가 적시타로 가볍게 추가 1득점을 올렸다. 류현진은 2회에도 선두타자를 내야안타로 출루시키고 볼넷을 허용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다시 2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3회 주춤했던 토론토의 타선은 4회 다시 폭발했다. 안타와 볼넷 2개로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만루의 찬스에서 밀어내기 볼넷이 다시 나오며 달아나는 1점을 추가했다. 오늘 보스턴의 에이스 로드리게스는 구위와 제구가 모두 좋지 않으며 3.1이닝만에 강판 당했다. 바뀐 투수 발데즈는 범타를 솎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했지만 토론토는 내야땅볼에 1점을 추가하여 4회 2득점 6 : 0 으로 크게 앞서 갔다. 지난 경기에 이어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타선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5회 초에는 괴물의 아들 게레로 주니어가 3점 홈런으로 류현진의 승리를 지원했다. 경기는 9 : 0 으로 크게 기울었다. 류현진은 3회 부터 특유의 안정감을 되찾으며 3, 4, 5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점수를 뽑아낸 이닝에 실점하지 않고 버텨주는 것은 에이스의 중요한 덕목이다.
6회 초 보스턴은 패전 처리 불펜인 브랜든 워크맨을 마운드에 올렸다. 크게 벌어진 경기에 투수 손실을 최소화 하고자 하는 보스턴 벤치의 의도가 보였다. 타격의 팀으로 성장하고 있는 토론토에게 워크맨은 소위 말하는 밥이었다. 선두타자 보 비셋-테오스카 에르난데스-랜달 그리칙까지 2루타와 안타를 터뜨리며 맹공으로 1점을 추가했다. 이후 에스피날이 1타점 적시타, 맥과이어 1타점 적시타로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하며 6회에도 3득점, 12 : 0 으로 보스턴의 마운드를 유린했다. 류현진은 더욱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지만 1사 이후 웡의 평범한 뜬공을 우익수 에르난데스가 공을 놓쳐 2루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넉넉한 점수 앞에 류현진의 노련미는 빛을 발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했다. 류현진은 6회까지 강력한 보스턴의 타선을 잠재우며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에이스'다운 위력을 회복했다.
7회 초 토론토는 불방망이의 여세를 계속 몰아가며 추가 1득점을 올려 13 : 0 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87개의 공으로 6회 말을 마감한 류현진은 투구수의 여유는 있었지만 승부가 너무 기울어 더 이상 출격할 의미가 없었다. 7회 말 타일러 소시도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갔다.
토론토는 이번 보스턴과의 4연전에서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며 시리즈를 마감했다. 강팀 보스턴과 균형을 맞추는 마지막 경기에서 류현진은 2안타 무실점 호투를 던지며 에이스의 의미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