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식히는 여름 강우로 잠실 SSG LG 경기와 광주 한화 KIA의 2경기가 취소되며 프로야구의 열기마저 조금은 식었다. 선수들의 모랄 헤저드와 올림픽 참사로 식은 야구 열기가 언제나 다시 살아날지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열린 3경기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KT는 오랜 휴식 이후 전체적인 발란스가 깨져 보인다. 주전 전력들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연이어 이탈하며 '잇몸 야구'를 펼치고 있는 키움을 맞아 이미 2연패를 당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꼬여만 가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오늘의 주목도는 단연 돌아온 2군 에이스 엄상백의 선발 등판이었다. 엄상백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프로야구에 입단했지만 투구 시 디딤발의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며 불안한 제구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었다. 뛰어난 구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투구를 연발하던 엄상백은 상무 입단 이후 투구 발란스를 재정비하면서 150km를 상회하는 2군 에이스로 성장했다. 엄상백의 1군 컴백 무대에 맞추어 KT 타자들은 1회부터 3득점을 지원하며 1910일만에 돌아온 선발 엄상백의 화려한 컴백을 돕는가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였다. KT의 타자들은 키움의 대체 선발 김동혁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며 6회까지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7회가 되서야 바뀐 투수 양현에게 김태훈이 2루타를 뽑아내며 추가 1득점을 올렸을 뿐 힘을 쓰지 못했다. 키움의 타자들은 1회, 4회, 6회에 야금야금 1점씩을 득점하며 추격전을 펼치다 8회 말 대거 3득점을 올리며 4 : 6 으로 경기를 뒤집어 승리를 거두었다. 8회 말 KT로 이적하며 '슬라이더의 마법사'로 변신에 성공하며 호투하고 있는 박시영을 흔들며 이용규의 결정적인 뒤집기 2루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늘 이용규는 5타수 3안타의 영양 만점 활약을 하며 최고 수훈 선수로 떠올랐다.
롯데는 선발 최영환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 이대호가 3점 홈런을, 정훈이 솔로 홈런을 지원하며 4 : 1 로 앞서 나갔지만 최영환에 이어 6회에 마운드에 오른 진명호가 2루타 2개, 볼넷 2개를 허용하며 대거 4실점하며 한순간에 4 : 5 로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6회 말 김태균은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날렸고 2사 1, 3루의 상황에서 이적생 정진기가 우전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는 모습은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NC는 코로나 술파티 사건으로 주전들이 대거 전력에서 이탈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여파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오늘에야 올림픽 휴식기 이후 첫 승을 신고했다. 롯데는 6회 한박자 늦은 투수 교체로 다잡은 연승의 호기회를 아쉽게 날렸다.
삼성은 오늘 승리를 위한 의지가 돋보였다.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두산을 몰아 부쳤다. 삼성의 구자욱은 1회부터 홈런을 날리며 시즌 첫승을 노리는 곽빈의 기를 죽였다. 곽빈은 1회부터 기세에 눌리더니 3.2이닝 동안 5실점을 허용하며 초반에 무너져 버렸다. 반면 삼성의 마운드에는 '백쇼' 백정현이 7이닝 3안타 무실점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백정현은 지금이 전성기라는 듯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며 8K를 수확하며 9승째를 수확했다. 4회 말 0 : 2 로 앞서가던 삼성은 평범한 투수 앞 땅볼을 곽빈이 서두르다 악송구하는 실수를 범하자 화력을 집중하여 3득점을 올렸고 5회에는 피넬라가 시원한 홈런으로 추가 득점을 지원했다. 삼성은 6회에도 3득점을 올리며 0 : 9 로 일찌감치 승부를 마무리했다. 두산은 백정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8회 강승호가 2점 홈런을 날리며 뒤늦은 추격을 시작했지만 그 이상 점수를 뽑아내지 지는 못했다. 경기는 결국 2 : 9 로 삼성이 가져갔다. 삼성도 NC와 마찬가지로 오늘에서야 후반기 첫승을 신고했다.
키움은 오랜만에 전력이 비면 화수분 처럼 새로운 전력이 보강되는 야구를 보여주며 시리즈 스윕을 기록했고 NC와 삼성은 오랜만에 근성있는 플레이로 첫승을 수확했다. 전반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프로야구가 새로운 활력소로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