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에이스에서 최근의 부진으로 위상이 추락한 류현진이 광복절을 맞아 시애틀의 키쿠치 유세이를 밟고 컨디션을 회복하고자 한다. 가뜩이나 토론토는 2연패를 당하며 부진한 가운데 류현진은 오늘 연패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류현진은 1회 말부터 홈런을 허용하며 부진을 거듭하는 듯 했다. 1번타자 JP 크로포드는 초구 땅볼로 잘 잡아냈지만 까다로운 타자 미치 헤니거와 풀카운트 싸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1사 1루에서 3번타자 TY 프랑스를 만났다. 프랑스는 우완 투수에게는 평범한 타자일지 모르지만 좌완에게 있어서만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타자다. 볼넷을 내준 다음 타자에게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간 초구를 받아 친 프랑스의 타구는 구장의 제일 먼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2점 홈런이었다. 류현진은 홈런을 허용한 이후 카일 시거와 아브라함 토로를 범타로 잘 처리하고 1회 말을 마쳤다. 아쉬운 1회 투구 였다.
2회 초 토론토는 장타로 추격을 시작했다. 후반기 들어 타격감이 좋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정타를 때려내며 우측 담장을 넘겨 버렸다. 1 : 2 로 점수 차이를 줄였다. 키쿠치는 류현진과는 다른 유형의 투수다. 면도날 같이 날카로운 95~96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다. 그러나 오늘 구속이 평소보다 1~2마일 나오지 않으며 부진해 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구속이 나오지 않음을 인식하자 힘이 들어가며 제구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홈런 이후 구리엘 주니어의 평범한 3루 땅볼을 카일 시거가 송구 미스를 범하며 구리엘의 진루를 허락했다. 가뜩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 키쿠치는 실책이 나오자 그리칙과 에스피날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1사 만루의 찬스가 왔다. 절호의 찬스에서 포수 리즈 맥과이어는 삼진을 당했다. 1사 만루의 좋은 찬스가 2사 만루로 변했다. 오늘 경기의 초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승부였지만 스프링어가 키쿠치에게 다시 삼진을 당하며 좋은 찬스를 무산 시켰다. 경기 초반 승부처에서 허무하게 물러서며 류현진의 부담감은 커졌다.
3회 초에도 1사 이후 토론토의 타선이 살아났다. 게레로 주니어가 깔끔한 좌익수 앞 안타로 출루하고 보 비셋이 볼넷을 골라 1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오늘 첫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바 있는 토론토의 타점 머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중견수 앞 적시 안타로 1타점을 추가하며 2 : 2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구리엘의 삼진과 에르난데스의 주루사로 추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류현진은 1회 TY 프랑스에게 홈런을 맞은 이후 8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3회 말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초반부터 홈런을 맞으며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확실히 류현진은 류현진이다.
5회 초 토론토는 키쿠치를 강판시키며 찬스를 잡았다. 장타를 날리며 키쿠치를 무너뜨린 것은 오늘 홈런과 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였다. 에르난데스는 1사 이후 2루타로 2, 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 2루타로 키쿠치는 4.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갈 수 밖에는 없었다. 구리엘 주니어는 바뀐 투수 케이시 세들러를 상대로 내야 땅볼을 쳐 3루 주자 보 비셋을 홈으로 불러들여 1타점을 올렸다. 귀중한 1타점으로 토론토가 3 : 2 로 역전에 성공했다.
키쿠치가 내려간 5회 말에도 류현진은 역투를 계속했다. 5회까지 단 63개의 공을 효율적으로 뿌리며 1안타 호투를 계속했다. 일단 한일 선발 맞대결은 여유있게 승리했다.
류현진은 컨택 위주로 타격 작전을 바꾸고 나온 시애틀의 타선에 6회 말 순간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제이크 프랠리가 안타를 치고 무사에 진루했지만 크로포드를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한숨 넘겼다. 해니거 역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호투를 이어갔다. 류현진은 7회 말 선두타자 프랑스에게 중견수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커다란 3루타를 허용했다. 이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스프링어는 왼쪽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류현진은 프랑스에게 1회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에 신중하게 승부하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아쉬운 장타를 허용했다.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토론토는 전진 수비를 펼쳤다. 4번 타자 카일 시거가 전진수비로 펼쳐 놓은 덫에 걸려 들며 힘없는 유격수 땅볼로 무실점으로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아 냈다. 5번 타자 아브라함 토로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류현진은 여기까지 였다. 6.1 이닝 2실점 이후 1사 1, 3루의 위기 상황에서 89개의 공을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내려 왔다. 토론토의 벤치는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류현진보다 불펜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했다. 류현진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류현진을 구원하여 마운드에 오른 트레버 리차즈는 루이스 토렌스를 만났다. 루이스 토렌스는 리차즈의 공을 받아쳐 좌월 3점 홈런을 만들었다. 경기는 3 : 5 로 순식간에 뒤집혔다. 벤치의 류현진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후속 시애틀의 슈퍼 신인 자레드 케레닉은 백투백 홈런을 날리며 점수 차이를 3 : 6 으로 벌렸다. 류현진에게도 토론토에게도 아쉬운 7회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