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준치' 83년 생 잭 그레인키냐, '애송이지만 전성기' 96년 생 페트릭 산도발이냐로 눈길을 끄는 휴스턴과 LA에인절스의 맞대결이다. 휴스턴의 선발 잭 그레인키는 통산 218승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선수다. 물론 전성기의 불같은 광속구를 잃어버린지 오래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아직까지는 에이스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선수다. 페트릭 산도발은 이제 3승을 따낸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최근 페이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다. 2019년 현재 휴스턴의 주전 포수 말도나도와 트레이드 되며 에인절스로 올 때만 해도 '말도나도와 같은 올스타급 주전 포수를 내주고 저런 선수를 데리고 오다니 미친 트레이드다.'라는 팬들의 원성을 들었었다. 그랬던 산도발이 3년간의 고분분투 끝에 현재 LA 에인절스의 반전을 이끌고 있다.
휴스턴은 '사인 훔치기' 사건으로 우승에 오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멤버들의 구성을 보면 아직도 탄탄함이 느껴진다. 말도나도가 지키는 안방에 코레아와 알투베의 명컴비 키스톤 콤비, 그리고 터커-맥코믹-브랜틀리의 외야는 빈틈이 없다.(토론토로 떠나 버린 중견수 스프링어가 아쉽기는 하다) 탄탄한 전력만큼 '도깨비팀'이라고 불리는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오클랜드의 거센 도전을 1.5게임 차이로 밀어내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기대만큼이나 좋은 출발을 보였다. 먼저 무너진 것은 LA 에인절스의 산도발이었다. 4회 초 휴스턴은 선두타자 코레아와 알바레스가 연속 볼넷을 고르며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올 시즌 줄곧 좋은 타격감으로 휴스턴의 멀티 유틸리티로 활약하고 있는 5번타자 디아즈는 좌중간 안타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이어갔다. 무사의 찬스에서 KIA 프레스턴 터거의 친동생 카일 터커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 슬램을 작열시키며 순식간에 4 : 0 으로 앞서 나갔다.
산도발은 만루홈런 한방으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2이닝 5안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에인절스는 고질적으로 불펜이 약한 팀이다. 올 시즌은 약한 불펜마저 붕괴되며 5점을 앞서나가도 불안한 팀이 에인절스다. 믿는 카드 산도발이 일찍 내려가자 에인절스의 벤치는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마이어스가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고 7회에는 호세 퀸타나가 마운드에 올랐다. 연봉 90억을 넘게 받으며 화려하게 올 시즌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은 퀸타나는 꾸준하게 10승 이상을 수확해 주는 믿음직 스러운 선발투수였지만 에인절스 이적 이후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며 불펜으로 강등되었다. 물론 불펜으로 활약도 한숨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는 웬일인지 이전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이 살아나며 7회와 8회를 깔금하게 21개의 공으로 매조질했다.
6회까지 85개의 공을 던진 잭 그레인키는 7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레인키는 6회까지 에인절스의 '간판' 오타니를 3번 타석에서 맞아 한수 가르치는 현란한 체인지업을 선보이며 오타니를 모두 돌려세웠다. 젊은피 오타니에게 힘으로 맞서기 보다는 노련한 강약조절로 연륜이 무엇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7회에도 그레인키는 삼자범퇴로 에인절스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7.0이닝 2안타 무볼넷, 무실점의 놀라운 아트 피칭을 보여 주었다. 최고의 피칭이었다.
8회 말 그레인키가 마운드를 캔달 그레이브만에게 넘기자 에인절스에게 찬스가 돌아왔다. 1사 이후 화려한 수염을 자랑하는 그랜든 마쉬가 중전안타로 출루하고 투구한 공이 타석의 애덤 이튼 몸에 살짝 스치면서 1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다. 마운드의 그레이브만은 평소 93마일을 던지더니 위기 상황을 맞자 98, 99마일의 공을 뿌리며 메이필드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그리고 오타니를 만났다. 그레이브만은 오타니에게 90마일 대 후반의 공으로 윽박질렀지만 오타니가 힘차게 휘두른 방망이에 밀리며 빗맞은 타구가 수비 시프트한 틈을 뚫고 좌익수 앞 적시타가 되었다. 빗맞은 안타로 우왕좌왕하던 휴스턴을 틈타 오타니는 2루까지 진루하며 2사 2, 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그야 말로 호타준족 오타니다. 4 : 1 로 점수르 추격했지만 후속타자 프레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서며 추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캔잘 그레이브만은 휴스턴 불펜의 핵심으로 결코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오늘도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감을 되찾으며 대량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9회 초 에인절스는 시섹을 마운드에 올려 오늘 불펜 무실점을 완성했다. 올 시즌 내내 불펜의 방화로 힘겨웠던 에인절스의 불펜이 오랜만에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점은 지는 경기에서 완벽했다는 점이다. 휴스턴은 9회 말 마무리 라이언 프레슬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에인절스의 3명의 타자들은 범타로 힘없이 돌아섰다.
휴스턴은 그레인키가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키고, 터커의 만루홈런 한방으로 에인절스를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