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보강하며 지구 강팀으로 거듭난 토론토가 반드시 넘어야 할 같은 지구의 보스턴을 만났다. 토론토는 이번 보스턴 4연전을 싹쓸이하여 지구 순위 경쟁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오늘 1차전 선봉장으로 나선 선발 투수는 알렉 마노아다. 자신의 롤 모델이 류현진이라고 밝힌 바 있는 '덩치' 알렉 마노아는 재편된 토론토 선발진에서 4선발을 맡고 있는 투수다. 시즌 초반만 해도 힘이 넘치는 패스트볼 하나로 토론토 마운드에 힘을 보탠 영건에 불과했지만 선발 출전이 거듭되며 홈 플레이트 근처의 공의 움직임이 화면으로도 보일 정도로 좋은 볼끝을 과시하며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거센 토론토의 타격을 막아낼 보스턴의 오늘 선발은 네이선 이볼디다. 이볼디하면 2015~2016 시즌 양키스에서 뛸 때의 모습이 연상된다. 160km를 오가는 불같은 광속구에 150km를 육박하는 커터 2가지의 구종으로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르던 이볼디가 생각난다. 최근 이볼디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그리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던 이볼디가 올 시즌 부활의 조짐을 보이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피칭을 보이고 있다.
오늘 선취점을 올린 것은 보스턴이었다. 출발이 좋았다. 4회 초 선두타자 버두고가 2루타를 날리며 출루하여 후속타자들의 내야 땅볼과 희생플라이로 간단하게 선취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 버두고의 활약은 다저스 시절 만년 유망주의 설움을 완전히 털어 버린 그야말로 대활약이다.
5회 초에도 보스턴은 마윈 곤잘레스가 안타로 나가고 바스케스의 볼넷 이후 키케 에르난데스의 중견수 앞 적시안타로 손쉽게 추가 득점을 올렸다. 토론토의 알렉 마노아는 5회까지 던지며 2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 초가 끝나고 찰리 몬토요 감독은 호투한 마노아와 포옹을 나누며 격려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마 호투했음에도 타자들이 득점하지 못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미안함을 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보스턴의 이볼디는 4회 말까지 토론토의 타선을 꽁꽁 묶었다. 5회 말 잠잠하던 토론토의 타선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5회 말 토론토는 무려 9점을 뽑아내며 오늘 승부를 결정지어 버렸다. 5회 초까지 2실점을 하며 아쉽게 교체된 마노아는 갑자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며 환호했다. 선두타자는 '땅딸보' 아레한드로 커크였다. 커크는 무사에 2루타를 작열 시키며 대량 득점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그리칙, 발레라가 3타자 연속 2루타를 날리며 간단하게 2 : 2 동점을 만들었다. 아직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올라가지 않았다. 스프링어는 잘 맞은 외야 플라이 타구를 날렸고 이 타구에 2루주자 발레라는 여유있게 3루를 밟았다. 1사 3루의 계속된 찬스에서 게레로 주니어는 고의 사구로 1사 1, 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이볼디는 위기 상황에서 마커스 세미엔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넘어가는가 했지만 토론토에는 신형 4번타자 보 비셋이 있었다. 보 비셋은 우측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커다란 안타로 2 : 3 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또 다시 2루타를 날려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경기는 2 : 5 까지 벌어졌지만 토론토의 타선은 쉬어감이 없었다. 구리엘 주니어는 조금은 엉성한 타격자세로 가볍게 방망이를 휘두른듯 했지만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점수가 2 : 7 까지 벌어지자 2사였지만 이볼디가 더 이상 버틸 수는 없었다. 로블레스가 마운드를 이어 받았지만 토론토의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타순이 한 바퀴돌아 이번 이닝의 선두타자 아레한드로 커크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 좌측 담장까지 가는 큰 안타로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로블레스는 흔들리며 그리칙에 몸을 맞춰 버렸고 양팀의 벤치는 크게 들썩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발레라는 빗맞은 내야 안타로 만루의 찬스를 만들고 후속 스프링어의 2루타가 작열하며 2득점을 추가했다. 5회 말이 끝났을 때 경기는 2 : 9 가 되며 오늘 승부가 어느 정도 정리 되었다.
6회 초 헌터 렌프로가 토론토의 불펜 보루키에게 2점 홈런을 날리며 추격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토론토는 6, 7, 8 회에 차례로 1점씩을 추가하며 경기를 4 : 12 로 마무리했다.
토론토는 예전 한국 프로야구의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연상케 하는 공격력을 선보이기도 하였지만 한층 강화된 불펜의 힘으로 경기 종반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는 강팀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보루키가 홈런을 맞아 2실점했지만 라파엘 돌리스-브래드 핸드-사우세도가 무실점으로 막강 보스턴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올 시즌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토론토 벤치의 고민을 낳았던 라파엘 돌리스는 한층 회복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2사 이후 제구력이 흔들리며 만루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무실점으로 한고비를 넘었다. 트레이드 마감 시간에 맞추어 긴급 수혈한 브래드 핸드는 확실히 예전 구위를 되찾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토론토 불펜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4연전 중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토론토의 비상이 어디까지 계속될 지 더블헤더로 진행될 내일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