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승부. 챔피언쉽결정전에서 마지막에 몰린 경기를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 게임이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는 ‘벼랑 끝 경기’라 불러도 될 듯 싶다.
애틀란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LA 다저스를 벼랑까지 밀어 붙이며 오늘 6차전 전까지 3승 2패로 앞서 있다. 한 경기만 가져 오면 내셔널리그의 챔피언에 등극한다.
그러나 애틀란타는 작년에도 챔피언쉽결정전에서 3승 1패로 앞서가다가 다저스에게 불의의 3연패를 거푸 당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다.
다저스는 1승 3패로 몰린 5차전에서 AJ 폴락, 알버트 푸홀스 같은 노장들의 분전, 결정적으로는 크리스 테일러의 결정적 홈런 3방의 힘으로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다시 살아 났다. 시리즈 내내 불안한 선발진을 대단해 강력한 불펜들이 힘을 보태며 불펜 데이를 승리로 이끌었다.
5차전에서 다저스는 경기 종반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터너 타임’의 주인공 저스틴 터너를 주루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잃었다. 게다가 오늘 선발로 나와 주어야 했던 37살의 노장 에이스 맥스 슈워저가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7일 동안 3번 등판하는 무리로 인한 데드암(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현상) 증세를 보이며 6차전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악재를 버텨내야 했다.

다저스는 벼랑 끝 6차전에 워커 뷸러를, 애틀란타는 이안 앤더슨을 선발로 투입했다. 애틀란타는 마이너 감독 생활 20년의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이 벤치를 지키는 팀이다. 스니커 감독은 승부사라는 이름 보다는 탁월한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감독이라는 평이 많다. 이번 챔피언쉽시리즈에서도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눈에 띈다. 워커 뷸러는 들쭉날쭉한 등판 간격으로 인해 정상적인 페이스는 아닌 반면 이안 앤더슨은 충전 완료된 상태로 안정감에서는 앞서 보인다.
1회 말 워커뷸러는 확실히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지며 연속 2루타로 1실점했다. 병살타로 2사를 우선 만들지 못했다면 대량 실점이 우려될 정도로 불안했다.
이안 앤더슨은 젊은 투수지만 유독 포스트 시즌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다. 눈 높이에 맞추어 들어오는 ‘라이징 패스트볼’과 한가운데로 들어오다가 칠 수 없는 공으로 뚝 떨어지는 브레이킹 볼이 매력적인 투수다. 이안 앤더슨은 3회까지 안타를 한개만 허용하며 완벽하게 다저스 타선을 막아냈다. 0 : 1 로 앞서던 4회 초 앤더슨은 코디 벨린저의 적시타로 1 : 1 동점을 만들었다. 1안타로 호투하던 앤더슨이 볼넷과 2안타를 몰아 맞으며 잠시 흔들렸지만 4회를 버텨냈다.
문제는 4회 말이었다.
애틀란타는 2사 이후 트래비스 다노가 볼넷으로 걸어나가고, 9번 타자 투수 앤더슨 자리에 대타 에리르 아드리안자가 우익선상 2루타를 날리며 2사 2, 3루의 찬스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포스트시즌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에디 로사리오였다. 로사리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장타와 단타, 루상에서 허슬플레이까지 애틀란타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 자리잡았다. 4회 말 찬스에서도 뷸러의 몸쪽 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휘두르며 큼직한 우익수 방면 홈런을 만들었다. 3점 홈런이었다. 경기는 순식간에 1 : 4 로 벌어졌다. 2사 이후지만 잘 던지던 이안 앤더슨을 대타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었던 스니커 감독의 용병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앤더슨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AJ 민터는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 막으며 경기 중반 분위기를 애틀란타로 완벽하게 가져왔다.
뭔가 척척 맞아 돌아가는 듯한 애틀란타와 달리 다저스는 꼬이는 분위기 였다.
6회 말 2사를 잘 잡은 브루스더 그라테롤을 로버스 감독은 베시아로 교체했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혹시 생길 수도 있는 위기를 미연해 차단하고자 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른 베시아는 상대한 3타자에게 모두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다저스의 벤치는 베시아의 예상하지 못한 난조에 불펜 에이스 블레이크 트라이넨을 먼저 올릴 수 밖에는 없었다. 다행히 트라이넨이 이번 시리즈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던 오스틴 라일리에게 삼진을 잡아내며 만루 위기를 넘겼다. 대형 화재를 막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경기 종반 다저스의 마운드는 점점 불안해 졌다.
위기를 넘기자 다저스에게 기회가 왔다. 애틀란타의 ‘강한 허리’ 루크 잭슨은 7회 마운드에 올라 5차전의 영웅 크리스 테일러를 무사 상황에서 만났다. 테일러의 강한 타구는 넘어갈 듯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져 무사 2루타가 되었다. 감 좋은 벨린저와 승부를 피하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은 잭슨은 후속 AJ 폴락에게 좌익수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며 1실점, 무사 2, 3루의 계속된 위기를 허용하고 타일러 마첵으로 강판되었다. 2 : 4 로 다저스가 추격을 개시하니 분위기는 급격히 다저스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올 포스트 시즌 내내 좋은 구위를 보이고 있는 마첵은 푸홀스-수자-무키베츠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하며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다시 애틀란타를 향했다. 마첵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다저스의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9회 초 애틀란타는 포스트 시즌 들어 철벽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마무리 윌 스미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시즌에는 다소 불안한 윌 스미스 였지만 포스트 시즌 들어 난공불락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진으로 두타자를 처리한 스미스는 AJ폴락에게 잘 맞은 유격수 땅볼을 허용했지만 스완슨의 깔끔한 수비가 빛을 발하며 오늘 경기를 2 : 4 로 끝냈다.
애틀란타는 1999년 이후 22년만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며 숙원을 이루었다. 애틀란타는 월드시리즈에서 아메리칸리그 우승자 휴스턴을 만나 최종 승자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