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21세기 최강팀임을 입증했던 다저스는 2021시즌에도 최강의 전력을 뽑내며 다시 한번 우승을 꿈꿨다.
최강 전력의 핵심에는 21시즌 초 최대 FA 투수 트레버 바우어를 3년 1억2천만 달러에 영입한 것에 있었다. 바우어 영입으로 클레이튼 커쇼와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원투펀치의 뒤를 받치는 3선발 훌리오 유리아스, 4선발 워커 뷸러마저 타팀이었다면 원투펀치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투수들이다. 4선발까지 완벽한 다저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선발 후보는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데이빗 프라이스까지 이름값, 실력으로 7명의 선발자원이 모두 1선발급 라인업이다. 야구가 투수 놀음, 특히 선발 놀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저스가 이 전력으로 우승 못하면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펜은 더욱 화려했다. 20시즌 포스트시즌에서 그 위력을 실감하게 했던 빅토르 곤잘레스, 부르스다르 그래테롤 듀오가 건재하고, 철벽 허리 조 켈리와 블레이크 트라이넨의 어깨는 싱싱해 보였다. 들쭉날쭉한 컨디션으로 안정감이 떨어져 보이는 마무리 켄리 잰슨이 걱정꺼리 였지만 불펜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그리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았다.

최강 투수 전력을 갖추기 위해 타선은 유출이 있었다. 유틸리티 야구의 선구자 키케 에르난데스가 보스턴으로, 장점과 단점이 워낙 명확한 거포 타자 작 피더슨은 애틀란타로 빠져 나갔다. 그러나 다저스의 유망주 팜을 통해 성장한 잭 맥킨스트리와 가빈 럭스의 성장은 빈 자리를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다저스의 우승 시나리오는 초반부터 차질을 빚었다. 클레이튼 커쇼는 노쇠화 기운을 보이며 구속이 작년 대비 2, 3km 저하되며 예전의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급기야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자리를 자주 비우기까지 하였다. 트레버 바우어는 시즌 초반 제역할을 다했지만 중반 이후 투수 이물질 사용 금지가 본격화되며 구위가 뚝 떨어지더니 결국 사생활 문제로 팀을 이탈해 버렸다. 1, 2선발이 제 역할을 못하며 잇몸 유리아스와 뷸러가 인생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다저스를 이끌었지만 포스트시즌 그 한계를 체감했다. 5선발 더스틴 메이 역시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경기 중반 팀을 이탈했고 데이빗 프라이스가 시즌 중후반 잠깐 제 역할을 했을 뿐 몸값에 비해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선발 뿐이 아니었다. 불펜은 연쇄 부상의 늪에 빠지며 변변히 사용할 자원마저 없었고 불안했던 켄리 잰슨은 불안함이 더 커졌다. 사실 시즌 내내 계획대로 자기 역할을 해 준 불펜은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유일했다. 그 역시 너무 잦은 등판으로 포스트 시즌 그 위력이 반감되었지만 말이다.
타자들은 더 심각했다. 양대리그 MVP 출신 무키 베츠와 코디 벨린저는 MVP 시절 위용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무키 베츠는 고질적인 엉덩이 부상에 시달리며 수비에서도, 타석에서도 예전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벨린저는 더 황당하다. 홈런 이후 세레머니 도중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은 이후 팀에 되돌아 왔지만 기나긴 타격 슬럼프에 들어섰다. 최고의 타자에서 투수보다 못치는 타자로 급전직하한 것이었다. 믿었던 젊은피 가빈 럭스와 잭 맥킨스트리는 시즌 중 빤짝 활약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꾸준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팀의 중심인 저스틴 터너는 우려했던 노쇠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특유의 클러치 능력이 반감되었다. 거포로 팀의 안정감을 준 맥스 먼시, 붙박이보다 수비가 더 좋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 등이 활약했지만 예전의 불꽃 다저스는 아니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노장 투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특유의 끈적한 팀웍을 노장들이 이끌며 107승 55패로 놀라운 승수를 기록했다. 다저스가 꼬이기는 했지만 106승 56패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100승이 넘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시즌 중 다저스의 무차별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끌어 모으기였다.
시즌 초 계획했던 선발투수 5명(커쇼, 바우어, 유리아스, 뷸러, 메이) 중 유리아스와 뷸러를 제외한 3명이 부상등의 이유로 팀을 이탈하자 시즌 중 맥스 슈워저를 모셔왔다. 탈삼진 머신 맥스 슈워저가 팀에 합류하자 불안했던 선발이 자리를 잡았다. 붕괴된 불펜은 그야말로 유망주팜, 트레이드 등을 통해 메워냈다. 시즌 초 마이애미로부터 영입한 알렉스 베시아는 시즌 초반에는 부진으로 패전처리 불펜이었지만 시즌 후반 불펜 에이스로 활약했다. 시즌 중반 밀워키에서 영입한 필 빅포드, 역시 같은 시기 탬파베이에서 영입한 에반 필립스, 부활한 코리 크네블 등 그야말로 곳곳이에서 긴급 수혈을 통해 빈 자리를 메웠다.
타석에서는 트레이 터너를 시즌 중반 워싱턴으로부터 영입하여 팀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부족한 클러치 부분은 전설 알버트 푸홀스를 보강하여 쏠쏠히 사용했다.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게 지구 우승 자리를 내어 주며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참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만나 맥스 슈어저의 호투를 기반으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숙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만났다. 다저스는 1패 이후 1승을 거듭하며 2승2패로 호각세를 이루었다. 시리즈 마지막 승부에서 다저스는 벨린저가 살아나며 2 : 1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천신만고 끝에 내셔널리그(NL) 챔피언쉽시리즈에 진출했다.
챔피언쉽시리즈에서 작년 챔피언쉽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뒤지다 3연승으로 패퇴시킨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다시 만났다. 애틀란타는 작년의 한을 풀기 위해 칼을 갈았고 결국 다저스를 4승 2패로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다저스는 슈워저가 포스트시즌 잦은 등판으로 팀을 이탈함에 따라 선발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매년 포스트시즌에는 미친 선수가 탄생해야 팀이 이긴다는 속설이 있으나 다저스의 모든 선수들은 얌전하기만 했다. 믿었던 유리아스와 뷸러마저 제 역할을 못하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필승조 조 켈리와 마무리 켄리 젠슨은 포스트 시즌 내내 불안하기만 했다. 타자들은 애틀란타의 불펜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수비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저스의 2021시즌은 실패에 가까웠다. 단기전 승부를 위해 선발투수 보강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커쇼와 바우어의 이탈은 포스트시즌 한계를 드러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보스턴으로 떠난 키케 에르난데스가 포스트시즌 역대급 활약을 펼쳤고, 상대팀 애틀란타 작 피더슨이 중요할 때 마다 뜨거운 불방망이를 터뜨리며 다저스 저격에 1등 공신이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이 두명의 타자들이 다저스에 있었다면 야수 뎁스가 얇아 고전했던 다저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선발에 비해 불안했던 마무리 켄리 잰슨의 대안 마련도 이제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더 이상 잰슨에게 거함 다저스의 마무리를 맡기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또한 타격은 좋지만 수비에서는 불안함을 보이는 윌 스미스에 대한 대안도 필요하다. 올 시즌 내내 스미스의 투수리드와 수비력은 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최강 투수력이 빛을 보이지 못한 것은 스미스의 문제라는 이야기도 많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 대한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시즌이 거듭되며 운용면에서 나아지고 있다는 평도 있으나 변칙이 필요없는 경우에는 변칙을 사용하고 한박자 빨라야 할 경우 늘 늦는 그의 전략전술은 비난 받을 점이 많다. 가뜩이나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명장들의 경기들을 보다보니 로버츠 감독의 부족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찌되었든 실패다. 그리고 내년에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다저스의 노장들이 팀을 떠날 태세이기 때문이다. 사치세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내고 있는 다저스가 운영 정상화를 위해 팀 비용을 줄일 지도 이슈다. 다저스의 왕국은 이렇게 무너질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