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년 이전 리뷰/오늘의 메이저리그 리뷰

갑자기 MLB.com에 회자된 박찬호, 메이저리그 업적에 비해 과소 평가되고 있는 박찬호를 다시 살펴 본다

반응형

어제 21년 12월 29일 MLB.com은 불현듯 박찬호 관련 기사를 실었다. Will Leitch 기자가 올린 제목은 ‘Chan Ho Park was more than one bad inning’ 으로 의역하면 나빴던 한 이닝 만으로 기억하기에는 훨씬 좋았던 투수 박찬호’ 정도일 것이다.

본문의 시작도 박찬호는 통산 8,714명의 타자를 상대했지만 그를 단 두명의 선수와의 대결만으로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시작했으니 그저 내용만 보고 애국심(?)이 발현하여 ‘또 박찬호를 비난하는 글이구만..’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여기서 말하는 두 선수는 ‘한이닝에 만루홈런 2개’, 흔히 한만두라고 부르는 페르난도 타티스와 박찬호가 발차기로 의기(?)를 보여준 투수 팀 벨처다. 1999년 4월 23일 박찬호가 상대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페르난도 타티스는 3회 박찬호로부터 2개의 만루홈런을 날렸다. 이 사건은 메이저리그 역사 상 이전에도 앞으로도 일어나기 힘든 사건 중에 사건이었기 때문에 박찬호하면 무조건 참고 영상으로 회자되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팀 벨처와의 사건은 역시 1999년 6월, 박찬호가 에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의 투수 팀 벨처를 상대로 보내기 번트를 하고 터치 아웃 당한 상황에서 팀 벨처가 박찬호에게 귓속말로 동양인 비하 발언을 하자 이단 옆차기를 날린 사건을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것보다 더 심한 폭력 사태가 벌어지곤 하는데 문제가 되었던 것은 스파이크라는 무기를 이용하게 되는 발차기는 비신사적이라고 하여 이런 경우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만의 암묵적인 협정이었으나 이를 모르는 이방인 박찬호가 젊은 혈기에 발차기를 시도한 장면이 미국 프로야구 팬들 눈에는 매우 이채롭게 보였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를 씹어 먹은 나의 영웅이었다


황당하기 까지 한 한 이닝 2개의 만루 홈런과 매너 없이 스파이크로 상대를 차려고한 두개의 장면만으로 박찬호를 기억하기에는 박찬호는 너무나 뛰어난 투수였다. 이 글을 쓴 윌 레이치 기자는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소화한 박찬호는 놀라운 투수라고 평가했다. 이제까지 메이저리그를 뛰었던 아시아 투수 중 가장 뛰어난 투수이면서 1999년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사실 박찬호의 전성기는 1999년 다음해부터 시작된다. 1999년에도 여러 사건과 슬럼프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13승을 수확했고 2000년에는 18승, 2001년에는 15승으로 거두며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27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시즌을 마누리 했으며 이 여세를 몰아 2001년 올스타와 시즌 후 FA 성공 가도를 달렸다. 5년 6,500만 달러로 당시 대박 FA계약을 이끌어내며 텍사스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박찬호는 이후 기대와는 달리 텍사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이후 불펜 투수로 변신하여 자신의 가치를 연장했다.

어찌되었든 아시아 역대 투수 중 가장 많은 우승 경력을 가진 박찬호가 이상한 기록으로만 평가 절하되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윌 레이처 기자의 글을 보면서 90년대, 2000년대 초반 회사 휴게실에 모여 박찬호 경기를 숨죽여 응원했던 아저씨 동료들이 생각났다. 우리에게는 영웅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낯설기만 했던 박찬호. 그의 잘 생긴 얼굴과 같은 남자가 봐도 섹시하기까지 했던 그의 높게 치켜 들던 투구 킥 동작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