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 월요일 새벽 5시 10분(한국 시각),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시즌 3차전을 치렀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경기를 자신들의 홈 그라운드 펫코파크에서 모두 내주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반드시 잡는다는 의지로 게임에 임했다.
양팀의 선발은 다저스는 트레버 바우어, 샌디에이고는 블레이크 스넬이다. 두 투수는 모두 올시즌 각 팀으로 새롭게 자리를 이동했다.
다저스의 트레버 바우어는 201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드래프트 1순위, 전체 3번으로 영입한 이후 작년까지 75승 64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9시즌 동안 1190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로서의 견고함이 바우어의 큰 장점이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올 시즌 FA최대어로 주목 받았으며 올 시즌 신시네티에서 다저스로 이적하였다. 투구 스타일은 스트라이크 보더 라인을 공략하는 제구력 위주의 투수로 고속과 저속의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단, 다혈질이기 때문에 안풀린다 싶으면 제구력이 흐트러져서 볼넷을 남발하고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져 통타당하는 성격이 문제점으로 지적 받고 있다.
블레이크 스넬은 선발 투수 부족으로 허덕이는 탬파베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발을 거르지 않으면서 마운드를 지켜 준 탬파베이의 에이스로 경력을 쌓았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탬파베이에서 5시즌 동안 42승 30패를 기록했다. 스넬은 작년 포스트 시즌에서 눈부신 피칭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다저스를 맞아 인상적인 호투를 기억한다. 약점은 1~3회의 강력함에 비해 4~6회는 상대적으로 구위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오늘 경기 중반까지의 주인공은 2회 투런 홈런을 날린 다저스의 크리스 테일러와 4회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만회한 샌디에이고의 크로넨워스 단 2명이었다.
6회까지 두팀은 투수전 양상을 보이며 2:1의 점수를 유지했다.
크리스 테일러는 LA 다저스의 키케 에르난데스 계보를 잇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하면 자칫 수비도 타격도 잘하기는 하지만 한자리를 붙박이로 차지할 만큼은 되지 않는 어설픈 선수로 폄하할 수 있는데 다저스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7회부터 샌디에이고는 지난 2패를 만회하기 위한 총공세에 들어갔다. 샌디에이고의 공격에 불을 붙인 사람은 샌디에이고의 타자가 아니라 다저스의 투수였다. 7회말 샌디에이고의 공격이 시작하기 전 다저스는 마운드에 브루스더 그라테롤을 올렸다. 그라테롤은 100마일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금강야차와도 같은 다저스의 필승 계투 선수다. 그라테롤은 작년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샌디에이고 타티스 주니어에게 홈런성 타구를 얻어 맞았다. 이 공을 다저스의 중견수 코디 벨린저가 점프하며 멋지게 잡아냈는데 이를 본 그라테롤은 글러브를 내던지며 환호했다.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닌 중간계투 투수가 이렇게 요란한 세리머니를 한 것은 나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으니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느꼈을 분노가 어떠했을지는 상상이 간다. 그 때 그라테롤과 한바탕 붙었던 샌디에이고 선수가 마차도 였는데 오늘 그라테롤이 마운드에 올라 만나는 첫 타자가 바로 그 마차도 였다. 마차도는 그라테롤을 맞아 멋진 좌전안타로 그날의 화풀이를 했고 이어 나온 샌디에이고의 타점머신 호스머가 좌익선상의 2루타를 만들면서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아쉽게 추가 득점을 놓친 샌디에이고는 8회말 드디어 타선이 폭발했다.
프로파가 3루 실책으로 진루하더니 타티스 주니어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1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마차도는 타석에 나왔으나 평범한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되었고 2사 이후 다시 한번 호스머에게 찬스가 왔다. 호스머는 이런 찬스를 놓치지 않고 중전안타로 경기를 2:3으로 뒤집었다. 다음 타자 토미 팜이 큼직한 좌월 2루타로 2점을 더 불러들이면서 오늘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양팀은 3일 내내 짜릿한 경기로 최강 전력임을 입증했다. 최강급의 전력을 가진 두팀이 서부지구 한리그에 있다는 것은 팬의 입장에서는 많은 맞대결을 볼 수 있어 즐겁겠으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보았다. 정말 재미있는 명승부를 펼친 양팀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