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일,
SSG 랜더스 vs 두산 베어스 잠실시리즈 2차전
SSG는 지난 주 6승 1패로 상승세를 타며 리그 1위에 등극했었다. 지난 주 상승세로만 보아서는 이번 주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 성적은 1승4패로 곤두박질 치면서 순위도 4위로 떨어졌다.
SSG가 성적이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 3가지 이다.
- 외국인 투수 2명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였다.
- 믿었던 타격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 불펜이 모든 지표에서 리그 최하위일 정도로 부진하다.
따라서,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도 타격이 살아 날 수 있는지, 불펜이 두산의 타선을 막아 질 수 있는지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선발은 외국인 투수들 사이에서 경쟁하고 있는 몇 안되는 토종 한국인 문승원이다. 아마 초반에 쉽게 무너지는 경기는 아닐 것이라 예상한다.
두산은 이영하가 부진하자 곽빈이 그 자리를 매웠다. 두산은 언제나 그랬다.
두산은 오늘 곽빈을 선발 투수로 투입한다. 이영하가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2군으로 내려 보내고 그 자리를 곽빈이 채운다. 곽빈은 아마추어 시절 일본에 오타니가 있다면 우린 곽빈이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대를 받던 선수다. 프로에서 신인 시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으나 2018년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으면서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오랜 시간 재활에 집중했던 곽빈이 올 시즌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드디어 오늘 1군 무대에 다시 선보인다. 곽빈이 오늘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 관전 포인트다.
시작은 SSG 였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온 추신수는 오랜만에 1군 복귀로 아직 어깨가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곽빈의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곽빈은 당황하며 다음 타자 김강민에게도 2루타, 최정에게는 볼넷을 허용했다. 아무리 곽빈이어도 긴 공백을 채우기는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로맥과 한유섬을 연속으로 삼진을 잡으며 곽빈은 평정을 되찾았다.
2회 말 두산의 거센 공격에 문승원은 고전했다. 2사 2, 3루의 찬스에서 박세혁의 부상을 잘 메우고 있는 포수 장승현이 좌익수 라인선상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 2명의 주자를 모두 불려 들였다. 1 : 2 로 역전이었다. 역전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되었지만 문승원은 관록으로 버텼다.
초반 기세로만 보면 양팀은 오늘 타선이 터지며 타격전을 벌일 냄새를 풍겼으나 여기까지 였다. 이 후로는 양팀의 타선은 오랫 동안 차갑게 식어 있었다. 곽빈은 1회 이후 특별한 위기 없이 4.1이닝 동안 삼진을 6개나 잡으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혔다. SSG의 문승원도 곽빈과 마찬가지로 4.1이닝 동안 2실점하며 두산 타선을 잘 막았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이 끈질기게 승부하는 터에 투구수가 많아져 5회를 채울 수는 없었다. 투구수가 101개 였다.
오늘 경기는 1 : 2 로 두산이 이기는 구나라고 생각할 때 첫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기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첫번째 라는 것이 중요했다.
'오늘 경기는 두산이 1 : 2로 승리하는 구나.', '두산의 마운드가 1점을 지키는 야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9회 초 2사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었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오준혁이 두산의 클로저 김강률이 던진 145km 짜리 직구를 힘차게 받아 쳤다. 이 공은 우익수 뒤를 넘어가는 홈런이 되며 2 : 2 동점이 되었다. 기적같던 홈런 이었다. SSG는 올 시즌 연장전 승률이 가장 좋은 팀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내심 기대감이 비치는 것이 느껴졌다.
12회 초, 두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SSG는 두번이나 기적을 일으키며 두산을 이겼다.
오늘의 승부는 9회의 기적보다 더 기적 같았다.
연장전의 마지막 이닝은 12회다. 12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며 무승부 처리가 된다.
12회 초 두산은 투수를 김명신에서 박종기로 교체하였다. 바뀐 투수 박종기의 공은 힘이 넘쳤다, 단 6개의 공으로 투아웃을 만들었다. SSG의 분위기는 승리가 아니라 12회 말을 잘 막아 무승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9회 동점을 만들었던 홈런도 2사 이후에 만들어 졌던가? 12회도 2사 이후 7번타자 정훈이 친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긴장한 두산의 신인 유격수 안재석이 송구 실책을 범하며 12회를 마감하지 못했다. 잘 던지던 박종기는 실책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후속 8번타자 이재원에게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던지지 못하고 볼만 내리 4개를 던지고 볼넷을 허용했다. 2사 1, 2루에서 기적이 또 한번 일어났다. 9번타자 박성한에게 쓰리볼까지 몰린 박종기가 연거푸 던진 스트라이크가 가운데로 몰렸다. 박성한이 통타한 공은 우측 폴대 안쪽 담장을 넘어 갔다. 쓰리런 홈런이었다. 12회 말 두산의 공격이 남아 있었지만 승부의 변수는 아니었다.
SSG는 어제의 패배를 멋지게 돌려주었다.
오늘의 승부는 기적이 한번도 아닌 두번씩이나 일어나며 SSG의 손을 들어 주었다.
오늘의 기적이 여기저기 꼬이면서 고전하던 SSG의 상승 발판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오늘 나오자마자 홈런을 날리면서 기선을 제압했던 추신수가 경기 종반 승부처에서 3연속 삼진을 당하면서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었다. SSG와 함께 추신수도 함께 상승 기류애 타기를 기대해 본다.
LG 트윈스 vs 삼성 라이온즈 대구시리즈 2차전
삼성의 허삼영 감독은 어제 1차전 경기 전부터 2차전은 불펜데이로 운영할 것을 예고했다. 다행스럽게도 1차전에서 원태인인 호투하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 불펜 운영은 여유가 있었다. 오늘 일단 선발로는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이 위력적인 김윤수가 우선 나온다. 김윤수의 형이 한화 이글스의 김범수다. 김범수도 150km 가까운 직구를 구사한다.
LG는 차세대 에이스 이민호가 선발이다. 지난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여파로 올 시즌 출발이 좀 늦었던 이민호는 지난 경기에서 호투하며 올 시즌의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어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는 이민호의 오늘 활약이 절실한 LG다.
삼성의 김윤수는 생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유는 역시 제구력이었다.
2회 초 김윤수는 볼넷을 2개 허용하고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아 1실점했다. 삼성 벤치는 불펜이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한 박자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 바뀐 투수는 양창섭이었다. 양창섭은 덕수고 시절 아마추어 야구를 휩쓸었던 선수다. 2018년 프로 데뷔년부터 선발 한자리를 꽤찰 정도로 야구 센스가 뛰어났던 선수였으나 결국 아마추어 시절 혹사가 원인이 되어 수술과 재활의 오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선수다. 올 시즌 재활을 마치고 삼성 마운드에 합류한 양창섭을 오랜만에 지켜보는 나는 마음이 설렐 정도 였다.
삼성은 마운드에서는 양창섭이 돌아왔고, 타석에서는 강민호와 이학주가 맹활약했다.
2회 말 삼성은 강민호가 솔로 홈런을 날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올 해 '삼성은 강민호가 나오면 이기고 강민호가 안나오면 진다.'라고 할 정도로 강민호의 활약이 대단하다. 올 해가 지나면 3번째 FA가 되는 강민호가 작년의 부진을 씻고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
LG이 이민호는 3회까지 잘 던졌다. 그러나 4회에 홈런 두방을 맞으며 완전히 무너졌다.
LG의 이민호는 오늘 잘 던졌다. 그러나 오늘 승부의 분수령이 된 4회 말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4회 말 삼성은 구자욱이 볼넷으로 나가 오재일의 안타로 1점을 득점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였다. 오늘 2회에 솔로 홈런을 날린 바 있는 다음타자 강민호는 이민호의 115km짜리 느린 커브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려 오늘만 두번째 홈런을 만들었다. 점수는 1 : 4로 벌어졌다. 이민호는 여기서 이닝을 마무리 했어야 했으나 안타와 볼넷을 다시 내주며 2사 1, 2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어제도 홈런을 날리며 타격감을 예열했던 다음타자 이학주는 흔들리는 이민호의 직구를 받아쳐 쓰리런 홈런을 만들었다. 잘 던지던 이민호에게 악몽의 4회를 선물했다. 점수는 1 : 7이 되며 승부의 추가 삼성으로 기울었다.
삼성의 양창섭은 6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40km 초반의 직구는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좌우상하를 헤집었다. 오른손 타자의 아웃코스를 타고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도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기에 효과적이었다. 잘 던진 양창섭은 오랜만에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 후 양팀은 7회에 1점씩을 추가했으나 승부와는 무관한 점수였다. 2 : 8 로 삼성이 승리를 가져가며 위닝시리즈를 예약했다.
한화 이글스 vs 롯데 자이언츠 부산시리즈 2차전
한화는 어제의 기세를 몰아 오늘도 초반부터 롯데를 거세게 밀어부쳤다.
오늘 롯데의 선발 이승헌의 구위로는 이미 터지기 시작한 한화의 다이너마트 타선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1회 초 한화는 선두타자부터 연속해서 2개의 볼넷을 훔치더니 안타 2개를 엮어 가볍게 3점을 선취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한화는 2회에 1점, 4회에 2점을 추가하며 7 : 0으로 여유롭게 앞서갔다.
한화의 타선은 오늘도 무섭게 터졌다.
롯데는 한화의 킹험에게 묶여 5회까지 변변한 찬스조차 만들지 못하고 끌려갔다. 6회 말이 되어서야 점수를 만회할 찬스를 만들었다.
1사 이후 김민수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는 어제 콜업되어 1군에 올라온 장두성이 올 시즌 첫 타석에 섰다. 장두성은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2루타를 치며 1사 2, 3루의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안치홍 역시 2루타를 날리며 루상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경기 중반의 분위기를 가져오며 추격을 시작했다.
두산롯데는 6회 말이 되어서야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진 7회 초 한화의 하주석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승부를 내주었다.
어제도 그랬지만 롯데는 타선에서 반격을 시작하면 바로 이어지는 이닝에 투수가 무너지며 추격의 힘을 잃었다.
6회 말 추격을 시작하였지만 7회 초 수비에서 무너졌다.
선두타자 이해창이 친 공은 우익수 장두성을 향했다. 장두성은 안타로 막았어야 했을 타구를 뒤로 빠뜨리며 2루타를 허용했다. 무사에 2루타였으니 1실점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1실점 이후 바뀐 투수 박재민은 개인적으로도 경기도 망쳐 버렸다. 어제 장두성과 함께 콜업된 신인 박재민은 왼손 불펜 요원으로 요긴하게 활용되기를 롯데 벤치는 기대했을 것이다. 박재민은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2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만 8개를 던지고 만루를 만들어 주었다.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던지지 못하자 롯데 벤치는 어쩔 수 없이 마운드를 오현택으로 교체했다. 타자는 요즘 가장 뜨거운 타자 하주석이었다. 오현택이 마운드에 올라 처음 던진 136km짜리 직구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 갔다. 오늘 경기를 끝내는 그랜드 슬램이었다. 11: 2 로 점수가 벌어지며 롯데의 6회 추격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한화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단한 화력을 과시하며 롯데를 초토화했다.
오늘 경기도 미세한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생각한다. 4회 김민하가 유격수 쪽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하여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이 내야 안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7점째를 만들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 일뿐이다. 한화의 모든 선수들은 평범한 땅볼을 치고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몸을 날렸다. 그들의 간절함이 오늘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화가 어디까지 비상할 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곧 지난 암흑기를 거두어낼 것이라는 것은 확신한다. 그것이 비록 올해는 아닐 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