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일, LA 다저스 vs 밀워키 브루어스 시리즈 3차전
LA 다저스는 어제와 그제 이틀 연속 밀워키에게 패배하면서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내어 주었다.
최강 전력의 다저스로써는 밀워키에게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3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이다.
다저스는 어제 경기에서 오프너로 신인 우세타를 활용하며 불펜 데이를 운영했다. 불펜이 총동원되어 밀워키의 타선을 잘 막았지만 결국 패배하면서 불펜은 불펜대로 소모하고 경기도 잃는 2중고를 겪게 되었다.
다저스는 오늘 올 시즌 가장 좋은 구위를 보이고 있는 더스틴 메이를 선발로 올린다. 더스틴 메이는 올 시즌 WHIP가 0.94로 다저스의 어떤 선발 투수보다 수치가 좋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올 시즌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
현지 중계석에서는 이름이 메이(May)이니 5월(May)의 첫날(미국 현지시각) 등판에 힘을 낼 것이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있었다. 미국의 아제 개그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리그 최고 원투펀치라고 불리는 브랜든 우드러프다. 다저스 메이의 WHIP 수치도 놀랍지만 우드러프는 더 낮은 0.72다. 평균 자책점도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인 1.55의 막강 선발이다. 내일 선발로 예정되었던 다른 펀치 코빈 번스가 밝힐 수 없는 부상(코로나 감염으로 예상하고 있다)으로 선발이 취소가 된 상황이라 오늘 지면 내일까지 연패할 수 있어 밀워키도 오늘 경기를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밀워키는 오른 소매에 금년 1월 사망한 밀워키의 전설 행크 애런의 등번호 44를 달고 뛰는 것을 일전에 소개한 바 있다. LA 다저스도 오른 소매에 2번과 22번을 달고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21년 1월에는 메이저리그의 큰 별들이 많이도 진 것 같다.
다저스의 등번호 2번은 파란피가 흐르는 전설의 다저스 감독 토미 라소다의 등번호이다. 라소다는 박찬호의 미국 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으며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그는 1976년부터 1996년까지 장장 20년 동안 다저스의 감독으로 역임했다. 그 후 다저스의 단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지만 라소다하면 다저스의 감독으로 기억한다. 그가 20년 동안 장기 집권하는 동안 다저스는 지구 우승을 8회, 월드시리즈 우승을 3회나 거머 쥐었다.
등번호 20번은 1970년대 LA 다저스의 우완 에이스 돈 서튼의 등번호다. 23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21번의 두자리수 승수를 기록한 철완이다. 그의 철완으로서의 기록은 5282이닝을 던지는 동안 부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서튼의 내구성을 넘어서는 선수는 없었다.
오늘 경기는 2회 2사 이후 LA 다저스의 메이가 공을 던지던 도중 팔꿈치 쪽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갑자기 내려 가면서 벤치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제 불펜 데이를 운영하며 불펜 소모가 많았던 다저스는 메이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오늘도 불펜 총력전을 치르게 되었다.
밀워키의 선발 우드러프는 체인지업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경기 초반 고전했지만 대투수 답게 노련하게 경기를 운용하며 6회까지 이닝을 잘 끌어 주었다. 오늘 경기에서 1회와 3회에 각각 1실점씩을 허용하여 2실점을 했다.
밀워키의 타선은 2회에 로이 우리아스가 솔로 홈런을, 3회에는 트래비스 쇼가 솔로 홈런을 치며 다저스와 2 : 2 균형을 맞추었다.
다저스와 밀워키는 강팀의 조건을 고루 갖춘 팀이다.
다저스는 선발이 불의의 부상으로 일찍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9회까지 7명의 불펜을 어제와 이어 투입하면서 2: 2 의 균형을 지켰다.
밀워키 역시 7회부터 필승계투조 수터, 데빈 윌리엄스, 조쉬 헤이더를 가동하며 승리를 노렸다.
헛심만 쓰고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양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의 관건은 불펜이 소진될 때로 소진된 LA 다저스가 어떤 투수들로 밀워키를 막아낼 것인가 였다. 강력한 구위의 켄리 젠슨과 트라이넨은 이미 오늘 소진한 상태였다.
다저스는 먼저 점수를 올리며 앞서 나갔다.
10회 초 다저스는 오늘 안타가 없었던 저스틴 터너가 그 유명한 '터너 타임'을 선사하며 중전안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여 3 : 2로 앞서 나갔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승부치기(무사에 주자 2루에 두고 이닝을 시작한다)로 진행하기 때문에 1점을 내기가 용이하여 이 점수 만으로는 안심할 수는 없었다. 투수 타석에 대타 커쇼까지 내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더 이상 점수를 올리지 못하고 이닝이 마무리 되었다.
10회 말 모든 관심이 다저스의 마운드에 쏠렸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어제 데뷔전을 치른 우세타가 마이너로 내려가고 오늘 콜업되어 올라온 베시아였다. 베시아는 올 시즌에는 등판 기록이 없고 작년 시즌 불펜으로 5경기에 나와 평균 자책점이 16점이 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는 투수다. 베시아는 나오자 마자 2타자를 거푸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후속타자 브래들리를 삼진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린 베시아는 오늘 홈런이 있는 우리아스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밀워키는 끝내기를 기대했으나 10회 말 동점을 만든 것에 만족해야 했다.
11회 초 다저스는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의 찬스에서 윌 스미스가 우전 3루타를 날리며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3 : 3 이었던 점수가 5 : 3 이 되며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찬스에 강한 다음타자 무키 베츠를 고의 사구로 거른 밀워키는 1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사실 여기에서 추가 실점을 한다면 11회 말은 해보나 마나일 것이다. 다음타자 코리 시거는 요즘 타격감이 좋기 때문에 기대는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뜻밖에 1루 주자 무키 베츠가 2루 도루를 실패하며 분위기가 식고 말았다. 시거도 맥없이 삼진을 당하며 추가 득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11회 말 마운드에는 10회에 이어 베시아가 또 올랐다. 2점의 여유도 있었고 더 이상 투입할 마땅한 투수가 없었다. 베시아는 10회와 마찬가지로 연속 볼넷을 내어주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또 만들었다. 참고 참았던 다저스의 벤치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베시아를 내리고 미치 화이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화이트는 어머니가 한국계라는 점과 외모가 박찬호와 똑 닮았다는 이유로 한국 메스컴의 주목을 받았지만 구위도 상당히 좋은 투수였다. 콜튼 웡과 승부에서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잡으며 위기를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 플라이 아웃으로 밀워키는 1점을 따라갔다. 계속되는 1사 1, 2루의 위기에서 화이트는 히우라를 삼구 사진으로 처리했다. 위기는 2사로 바뀌었다. 다음타자 가르시아는 3루와 유격수 사이의 땅볼을 쳤다. 타구 속도는 빨랐지만 유격수 코리 시거의 수비 능력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땅볼이었다. 그러나 경기 시간이 길어지며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탓인지 시거는 이 공을 잡지 못했다. 이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동점이 되었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기록되지 않는 아쉬운 수비 하나가 경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2사 1, 2루의 찬스는 계속 되었다. 다음타자는 오늘 홈런이 있는 트래비스 쇼 였다. 2구째 잘 맞은 공이 파울이 되었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화이트의 3구를 잘 받아친 트래비스 쇼 는 양손을 위로 올리며 환호했다. 우측으로 떨어지는 안타였다. 이 안타로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 충분했다. 5 : 6 으로 경기를 끝내는 끝내기 안타였다.
오늘 경기는 연장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물론 양팀의 선수들과 벤치는 피가 말랐을 것이지만 말이다.
진 경기를 복기하면 아쉬운 부분이 한두개가 아닌 것은 당연하겠지만, 오늘 연장 10회 말 우리아스가 친 짧은 외야 플라이가 AJ폴락의 부정확한 홈송구로 동점타가 된 부분과 11회 말 2사에서 가르시아가 친 유격수 땅볼을 코리시거가 처리하지 못해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어찌되었든 메이가 일찍 내려가는 바람에 연장에서 마땅히 던질 투수가 없어 불안한 베시아가 연장을 담당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오늘 다저스가 패배함으로써 작년도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3연패를 올 해 2번이나 당하게 되었다.
지난 경기야 어쩔 수가 없겠지만 내일 3연승으로 기세가 오른 밀워키와 다시 한번 경기를 치루어야 하는 다저스가 답답하게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