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0일,
SSG 랜더스 vs 두산 베어스 잠실시리즈 1차전
오늘 예정되어 있던 양팀의 선발 투수는 SSG는 폰트, 두산은 미란다이다.
그러나 1회 말 SSG의 마운드에는 장지훈이라는 낯선 투수가 올라 있었다. 곧 이어 오늘 주심은 방송을 통해 SSG가 예고 했던 폰트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어 장지훈 선수로 대체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장지훈은 어제 KT전에서 9회 베테랑 하재훈과 김세현이 무더기 볼넷을 KT에 헌납하며 무너져 내려 4실점을 한 후 김세현을 대신하여 프로야구 마운드에 처음 오른 21시즌 대졸 신인 선수이다. 김세현을 이어 올라온 마운드에서 장지훈은 신인답지 않은 든든한 배짱으로 KT를 대표하는 강백호와 알몬테를 연속 삼진으로 돌아 세우며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깜짝 스타이다. 장지훈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일 뿐 오늘 상대인 두산도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란다는 예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정밀한 제구력은 없지만 명품 직구를 앞세워 '쳐볼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장지훈도 마치 미란다같은 모습으로 두산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차이가 있다면 직구 구속이 130km후반 정도로 미란다와 10km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지만 미란다에게는 없는 각이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순조롭게 이닝을 처리해 나갔다. 인상적인 것은 올 시즌 데뷔한 신인같지 않은 침착함과 떨기는 커녕 게임을 즐기는 듯한 여유였다.
그러나 타순이 한바퀴 돌고난 4회를 장지훈의 구위로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선두타자 양석환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안타 2개, 볼넷 2개, 2루타 1개를 몰아 맞으며 마운드를 김택형에게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회 아웃 카운트는 하나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이어 나온 김택형도 감 잡은 두산 타선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오자 마자 페르난데스에게 쓰리런 홈런을 맞았다. SSG는 4회에만 7점을 헌납하며 오늘 승리를 넘겨 주었다.
SSG는 코리안 시리즈 우승한 그 때도 홈런의 팀이었고, 지금도 홈런의 팀이다. 이런 특징을 SSG 구장이 타 구장에 비해 홈런이 많이 나는 홈 구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그 가치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강한 투수가 3명 있는 팀은 우승할 수 있으나 투수 없이 홈런 타자만 즐비한 팀은 우승할 수 없다는 야구계의 격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코리안 시리즈를 우승할 당시에는 김광현과 켈리라는 확실한 카드와 들쭉날쭉했지만 되는 날은 되는 산체스도 있었다. 어제와 오늘 SSG의 경기를 보며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을 낙관했던 SSG의 김택형을 보는 나의 마음이 짠하다. 크지 않은 체구지만 프로 신인 시절 150km가 넘는 공을 쉽게 던지던 선수가 부상을 겪고 성장이 정체되는 것을 오늘 확인하니 마음이 아프다. 김택형 선수의 분발을 응원한다.
LG 트윈스 vs 삼성 라이온즈 대구시리즈 1차전
양팀은 현재 삼성 1위, LG가 2위를 달리며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런 양팀이 오늘 맞붙었다.
LG는 오늘 선발을 올 시즌 불펜으로 뛰고 있는 김윤식을 올렸다. LG벤치는 내심 김윤식이 올 시즌 처음 등판한 선발 경기에서 긴 이닝을 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오늘 경기는 불펜 데이로 운영할 것이 자명하다. 사실 현재 KBO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불펜 데이를 운영할 수 있는 팀은 LG 외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불펜 데이를 운영하려면 필승조와 추격조의 기량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불펜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부해야 하는데 그런 팀이 우리 프로야구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투수력이 좋은 팀도 필승조가 위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불펜이 양적으로도 풍부한 팀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LG가 운영할 불펜 데이가 어떠할 지 기대가 된다.
삼성은 이제는 신인티를 완전히 벗고 에이스의 냄새가 나는 원태인이 오늘의 선발이다. 원태인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하여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해 주는 이닝이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삼진 비율이 33.3%에 이를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평균자책점이 1.5에 불과한 빼어난 실력을 보여 주고 있다.
LG는 김윤식이 4이닝을 1실점만 하며 잘 끌어주어 안정적인 불펜데이를 운영할 수 있었다. 김윤식의 구위는 좋았으나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에 발목을 잡혀 투구수가 지나치게 많았던 것이 옥의 티였다. 이후 LG는 5명의 투수를 투입하였으나 피렐라와 이학주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 맞으며 3실점을 더 허용하여 오늘 경기에서 총 4실점하였다. 풍부한 양질의 불펜 투수들이 잘 던졌지만 피렐라의 폭발력을 막지 못한 것이 아쉬었다.
삼성의 원태인은 오늘 완벽했다. 7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면서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늘의 무실점으로 1.5이던 평균자책점이 1.16으로 낮아져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모든 투수 분야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KBO에서 원태인의 활약은 눈에 띈다. 삼성의 이어지는 투수 최지광과 최강 클로저 오승환이 원태인의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에서는 LG가 삼성의 투수들에게 완전히 막히면서 0 : 4로 패배했다. 최근 LG는 타력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다.오늘도 마찬가지 였다. LG의 타선이 언제 다시 타오르며 '신바람 야구'를 되찾을 지 궁금해 진다.
오늘의 최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원태인이다. 원태인이 대구 경복 중학교 시절 원태인이 뛰던 야구부의 감독이 아버지였고, 형이 코치였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원태인은 야구 가문에서 자랐다. 올 시즌 우수한 성적으로 맹활약하는 원태인의 모습에 박수치며 즐거워 할 아버지와 형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화 이글스 vs 롯데 자이언츠 부산시리즈 1차전
KBO리그에서 성적을 떠나 가장 인기가 있는 두팀의 경기이다.
오늘 경기에서 양팀은 그들이 왜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양팀의 성적이 왜 그리 좋지 않은지를 잘 알 수 있는 경기를 했다.
오늘 선발투수는 한화는 김이환을, 롯데는 박세웅이 출격한다.
김이환은 선발 투수로 꾸준히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한화의 텐덤 전략의 제 1투수일 뿐 전통적인 의미의 선발투수는 아니다. 따라서 김이환은 3회까지 얼마나 적은 실점을 하며 버텨 줄 수 있는지와 2번째 투수는 누가 나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오늘의 관전 포인트이다.
롯데의 박세웅은 롯데의 외국인 투수 바로 뒤를 받치는 한국인 에이스다. 박세웅은 오늘 경기 전까지 4경기에 나와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4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역할을 다 하였다. 평균 자책점도 시즌 첫 경기에서 5.2이닝 4실점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3점 이하의 준수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경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작 되었다.
1회 초 박세웅은 상대의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후속타자 노수광과 하주석에게 안타와 2루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흔들리는 박세웅은 힐리마저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1사 만루의 찬스가 되었다. 찬스에서 노시환이 3루 앞 내야안타로 1득점을 임종찬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가 1득점을 만들며 1회부터 2 : 0 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2회 초에도 한화는 선두타자 유장혁이 2루타를 치며 출루했고 이어지는 안타3개로 3득점을 추가한다. 2회 초에 한화는 5 : 0으로 점수 차이를 벌리며 선발투수 김이환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승리의 기운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회 말 롯데는 5번타자 정훈부터 타선이 일순하며 대거 5득점하며 점수 차이를 없애 버렸다. 한화의 선발 김이환은 어깨가 가벼워진 것이 아니고 2회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잡고 주현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넉넉한 타선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한 김이환의 투구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박세웅도 마찬가지 였다.
3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페이스를 찾나 싶었는데 4회 1사를 잡은 상황에서 연속해서 볼넷을 내주고 강판되었다. 벤치도 기회를 더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박세웅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현택은 4번타자 힐리를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노시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안타를 허용하며 또 다시 1실점하였다. 어렵게 만든 동점이 다시 한번 6 : 5 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롯데는 4회 말, 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마차도가 2루타를 치고 출루하더니 다음타자 안치홍의 큼직한 3루타로 손쉽게 동점을 다시 만들었다. 3루 주자 안치홍은 후속타자 손아섭 타석 때 포수가 공을 뒤로 빠뜨린 틈을 타 과감히 홈에 쇄도하여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6 : 5 가 다시 6 : 7 이 되었다.
여기서 멈출 한화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5회 초 다시 한화는 경기를 뒤집었다.
또 시작은 볼넷이었다.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다음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또 출루했다. 무사 1, 2루에서 투수가 박진형으로 바뀌었다. 박진형은 올 시즌 개막전 필승조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포크볼러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매우 부진해서 롯데 벤치를 애먹이고 있다. 오늘도 패스트볼의 구속이 140km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예년에 비해 구속이 감소하다보니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이 떨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박진형도 볼넷과 오늘의 히어로 하주석에게 안타를 허용, 2실점을 하며 부진하자 롯데는 서준원까지 투입하여 불을 껐다. 그러나 이 2실점이 오늘의 결승점이 되며 승부를 가른 점수가 되었다. 점수는 다시 뒤집혀 8 : 7 이 되었다.
이 후 롯데는 한화의 윤호솔, 김범수, 강재민이 계투에 막혀 더 이상의 추가점을 올릴 수 없었다. 오늘 한화의 윤호솔과 김범수는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선보이며 롯데의 물오른 타선을 제압했고 강재민은 느리지만 각이 큰 현란한 변화구로 롯데의 타선을 홀렸다.
한화는 5타수 5안타 6타점을 올린 하주석을 앞세워 7회에 2점, 9회에도 1점을 추가했다.
한화는 롯데에게 11 : 7로 승리했다.
양팀은 오늘 상대에게 큰 점수를 허용하며 무너졌다가도 바로 이어지는 이닝에 동점이나 역전을 만드는 타력의 힘을 보여주며 왜 두팀이 인기가 많은 팀인지를 새삼 알려 주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반대로 분석하면 점수를 내고 바로 이어지는 이닝에 실점을 하는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경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양팀이 어떻게 약점인 투수력을 보완하며 강팀으로 성장해 갈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