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호투로 팀 승리를 견인, 그러나 4이닝만에 교체
2021년 5월 6일, 뉴욕 메츠 vs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 더블헤더 1 차전 김광현 선발 등판 경기
코리안 빅리거 3명의 투수가 출격하는 오늘과 내일 경기에서 오늘 세인트루이스의 김광현이 선봉장을 맡는다.
상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뉴욕 메츠다.
뉴욕 메츠는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뉴욕을 떠난 뉴욕에서 두팀의 전통을 이어 받겠다는 의미로 양팀을 각각 상징하는 파란색과 주황색을 함께 상징색으로 사용하는 메이저리그의 후발 주자 중 하나다. 예전에 뉴욕에 사는 이모부가 '양키스는 뺀질짼질한 부잣집 도련님 같아서 싫고, 좀 투박하지만 끈적끈적한 메츠가 좋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뉴욕 메츠를 이야기 할 때면 이모부가 했던 말이 항상 생각이 날 정도로 메츠는 그런 팀이다.
그러나 올 시즌 뉴욕 메츠의 타선은 기나긴 슬럼프에 빠져 있다. 얼마전 선수들의 신망을 받고 있던 타격코치 칠리 데이비스를 해고할 정도로 뉴욕 메츠는 극약 처방이 필요한 타선이다. 뉴욕 메츠의 이런 슬럼프 기간에 김광현이 메츠와 맞상대를 벌이는 것은 쉽게 승수를 챙기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광현은 1회 1사 이후 안타와 볼넷을 연속으로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 후 나머지 두 타자를 잘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1회에만 19구를 던지며 풀카운트 승부가 너무 많다라는 숙제를 풀지 못했다. 김광현은 상황에 따른 운용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오늘도 뉴욕 메츠의 상위 타선을 상대하면서 너무 신중한 투구가 투구수를 늘리는 원인이 되었다. 2, 3회에 하위 타선을 7개, 10개로 간단하게 처리한 것이 이를 유추할 수 있게 하여 준다.
김광현은 폴 골드슈미트의 솔로홈런과 놀란 아레나도의 적시타로 2점을 지원 받아 0 : 2 로 앞선 상황에서 오늘 경기의 승부처인 4회 초 뉴욕 메츠의 공격을 맞았다. 김광현은 선두타자 마이클 콘포토에게 1회에 이어 4회에도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하였다. 다음 4번타자 캐빈 필라에게 완전히 깎여 맞는 빗맞은 안타를 맞았다. 무사 1, 2루의 위기상황에서 김광현은 5번타자 제프 멕네일에게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내고도 8구까지 가는 승부 속에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위기는 만루 상황이 되었다. 오늘 경기의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김광현은 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잘 아는 투수다. 위기에서 3루 땅볼을 유도하여 1실점을 허용했을 뿐 후속타자들을 루킹 삼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위기에서 빠져 나왔다. 빅이닝을 허용할 수 있는 승부처에서 1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아쉬운 점은 4회에만 30구를 던졌다는 것이었다.
4회 말 세인트루이스가 1사 1, 3루의 찬스에서 김광현의 타석이 돌아오자 대타 카펜터로 교체되었다. 올 시즌 더블헤더 1차전이 7회까지만 치루어 지는 것을 고려한 세인트루이스의 벤치는 과감한 대타 작전을 쓰며 김광현을 소모했다. 4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김광현에게 승리투수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4회 말 세인트루이스의 찬스가 무득점으로 무산되면서 김광현의 교체는 더욱 아쉬웠다.
세인트루이스는 5회 '30홈런 유격수' 폴 데용이 투런 홈런으로 추가 2득점을 올리고 불펜들이 무실점으로 메츠의 타선을 막아내면서 1차전을 1 : 4로 가져갔다.
양현종 첫 선발에서 삼진 8개 잡으며 호투, 그러나 4회 위기는 아쉬움
2021년 5월 6일, 텍사스 레인저스 vs 미네소타 트윈스 시리즈 3차전 양현종 선발 등판 경기
양현종은 반드시 메이저로 간다고 선언하고 우여곡절 속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즌 전 텍사스 캠프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며 메이저에 살아남은 양현종은 지난 두차례의 불펜 등판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며 오늘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선발 마운드에 선다.
양현종의 최대 장점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잘 모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 양현종은 어떤 투구를 보여 줄 것인가? 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도 이런 점을 고려하여 '오늘 경기를 탠덤 운영이라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첫 선발 등판임으로 고려하여 양현종의 한계투구수를 70~75구로 제한할 예정이다. 다음 투수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라며 오늘 활용 방안을 설명한 바 있다.
양현종은 1회 믿기 힘든 투구를 했다. 올 시즌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바이런 벅스턴부터 42살의 중심타자 넬슨 크루즈까지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2회에는 1사 이후 미치 가버에게 뜻밖에 솔로 홈런을 맞으며 흔들릴 수도 있었으나 후속 2명의 타자를 또 다시 삼진으로 잡아내며 2회까지 삼진 5개를 잡았다.
3회에도 양현종의 삼진 레이스는 계속되었다. 선두타자 미겔 사노와 후속 안드렐톤 시몬스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타순이 한번 돌아 1번타자 바이런 벅스턴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후속타자를 빗맞은 팝플라이로 처리하며 3회 역시 잘 막았다.
3회까지 삼진이 7개를 잡아내는 놀라운 투구를 보였으나 삼진 때문에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3회까지 47구를 던져 오늘 예정된 한계투구수가 30개도 남지 않았다.
문제는 4회 였다. 선두타자로 나온 백전노장 넬슨 크루즈와의 대결이 아쉬웠다. 6구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크루즈는 결국 중전 안타를 치며 무사에 진루했다. 다음 4번타자 카일 갈릭이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큼직한 좌월 2루타를 쳤다. 양현종의 현란했던 체인지업이 4회 들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지면서 이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오늘 홈런을 허용한 바 있는 미치 가버였다. 가버와는 승부를 피하며 볼넷으로 비어 있는 1루를 채웠다. 무사 만루의 위기였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타자가 보았을 때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풍부한 경험으로 제구력이 뒷받침 되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하는 기교파 투수다. 미네소타의 타선이 한 바퀴 돌아 양현종의 공이 눈에 익기 시작한 4회 위기는 찾아왔다.
그러나 양현종은 흔들리지 않았고 다음 타자를 또 다시 삼진으로 잡아냈다. 무사 만루가 1사 만루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오늘 양현종은 여기까지 였다. 교체를 위해 우드워드 감독은 직접 마운드를 올라 악수로 양현종을 독려했고 함께 마운드에 모인 동료들도 하이파이브로 그를 환송했다.
다음 투수 존 킹은 위력적인 싱커로 후속 타자들을 모두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첫술에 배부랴 만은 오늘 양현종은 너무 잘 던졌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컸다. 3.1이닝 동안 1실점하고 삼진을 8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