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vs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류현진 선발 등판 경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코리언 빅리거의 연속 출격으로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다.
오늘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어제 등판한 김광현이나 양현종과 달리 팀의 에이스로써 여유가 있어 보인다. 마치 군대로 보면 김광현과 양현종은 일이등병 같이 빠릿빠릿하고 겸손한 모습이라면 류현진은 말년 병장 같은 모습이다.
류현진은 지난 4월 26일 경기에서 투구 중 엉덩이 쪽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한 이후 11일만에 등판이기 때문에 부상은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인지, 공백 기간으로 인한 투구감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오늘 경기를 통해 지켜 봐야 할 것이다.
오늘 류현진이 상대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올 시즌 6연패로 시작했으나 연패 이후 각성하며 11연승을 질주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11연승 이후 약간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배했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 대한 승리의 열정이 어느 때 보다도 높아 보인다.
류현진을 상대하는 오클랜드의 선발투수는 마이크 파이어스다. 마이크 파이어스는 올 시즌 구위가 조금 떨어졌다는 평을 받고는 있으나 메이저리그 10년 경력 중 2번이나 노히트 경기를 한 중량감있는 투수다. 매년 10승 안팎의 승수를 꾸준히 올려주는 꾸준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마이크 파이어스가 유명한 것은 투수로서의 경력보다 17년 휴스턴 소속이던 시절 휴스턴의 그 유명한 '상대팀 사인 훔치기'를 고발한 내부 고발자로 유명하다.
마이크 파이어스는 올 시즌 한 경기에 선발로 나와 홈런 2방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되었으나 6이닝을 버티며 WHIP 1.33의 준수한 투구를 보여 주었다.
류현진은 채 몸이 풀리지도 않은 1회 첫타자에게 좌월 홈런을 허용했다. 홈런을 허용한 마크 칸하는 타격이 정밀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리드오프로는 적합한 타자는 아니지만 2019시즌 홈런을 26개나 기록할 정도로 펀치력이 있는 타자다.
홈런 한방을 기습적으로 허용하기는 하였으나 류현진은 1회를 잘 넘겼다. 그러나 직구 구속이 90마일도 나오지 않아 부상 여파를 걱정하게 하였다.
2회에도 불안하기는 여전했다. 선두타자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7번타자 스티븐 피스코티를 병살처리하며 이닝을 생각보다는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격 추이가 그리 좋지 않은 피스코티에게 9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인 것은 류현진의 공이 타자의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기에 쉽게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3회 초 잠잠하던 토론토의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엔이 2루타를 치고 다음타자 보 비셋이 볼넷으로 출루하여 만든 찬스에서 비셋이 견제사를 당하며 찬스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4번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볼넷을 거르면서 제차 1, 2루의 찬스를 만들더니 급기야 5번타자 랜달 그리척이 큼지막한 좌월 쓰리런 홈런을 치며 경기를 3 :1 로 역전시켰다.
에이스라면 타선이 점수를 올리며 역전에 성공한 이닝은 철저히 막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기세 싸움에서 계속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류현진은 3회 말 3점을 다시 내어 주며 승기를 지켜주지 못했다.
3회 말 류현진은 볼넷 1개, 안타 2개, 2루타 2개를 한 회에 집중적으로 허용하며 3점을 실점했다. 무엇보다 2사를 잡은 상황에서 안타와 2루타를 허용하며 이 번회의 실점을 모두 허용한 것은 아쉬웠다. 3회까지도 구속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타자들은 류현진의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4회 초 토론토는 대니 젠슨이 투런 홈런을 날리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마치 에이스에게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 에이스는 우리가 지킨다.'라는 것 같았다. 사실 젠슨은 수비가 뛰어난 포수로 올 시즌 타율이 1할이 채 되지 않는다. 오늘 날린 홈런도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다. 잰스의 홈런으로 경기는 다시 5 : 4 로 토론토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 나가게 되었다.
4회 젠슨까지 나서 홈런을 쳐주니 에이스의 컨디션이 돌아왔다.
구속은 언제 떨어졌냐는 듯이 빠른 공 구속이 돌아오며 특유의 송곳같은 패스트볼이 구석구석을 찔렀다. 4회와 5회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에이스의 구위가 돌아오자 오클랜드 타자들은 볼판정에 짜증을 내며 속수무책 공을 바라 볼 수 밖에는 없었다. 5회에는 2사 이후 로리아노의 우익수 앞 짧은 안타를 토론토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어처구니 없이 '알까기' 실책을 범하며 3루까지 주자를 허용하기도 하였으나 류현진은 꿈쩍하지 않고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여기까지 였다. 5이닝 동안 4실점했지만 4, 5회에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며 다음 경기의 전망을 밝게 했다. 무엇보다 부상 후 컨디션을 점검하고, 몸 상태가 이상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그리고 팀 타선의 도움으로 오늘 경기에서 부진했음에도 승리 투수가 되었다.
토론토는 6회 초 공격에서도 안타 3개와 2루타 1개, 그리고 상대 실책을 묶어 대거 4득점을 하면서 오늘 경기의 승리를 굳혔다. 7회에는 마커스 세미엔이 솔로 홈런을 치며 오늘 승리를 자축했다. 오늘 마커스 세미엔은 홈런을 포함하여 6타수 4안타를 치며 맹활약했다.
토론토의 불펜 트래비스 버건과 조엘 파이암프스는 각각 2이닝씩을 책임지며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했다.
경기는 10 : 4 로 토론토가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