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선발 알렉스 우드의 호투와 7회 연속대타 작전으로 텍사스 물리치고 승리
2021년 5월 11일, 텍사스 레인저스 v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리즈 1차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오늘부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5할 승률로 버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자신의 홈인 오라클필드로 불러들여 3연전을 갖는다.
텍사스는 부상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선발라인에서 독야청청 에이스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카일 깁슨을 마운드에 올려 기선을 제압하고자 한다. 카일 깁슨은 올 시즌 3승무패, WHIP 1.04 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스트볼의 구종 가치가 아쉽기는 하지만 싱커를 주무기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모두 메이저리그 상위권 구종가치를 가지고 있다. 올 시즌에는 패스트볼의 제구력이 더 정밀해 지고 체인지업의 사용빈도를 높이면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국팬이 많은 알렉스 우드다. 알렉스 우드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2012년 드래프트된 이 후 애틀란타가 가장 기대하는 투수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그러나 선발로 쓰기에는 체력이 문제고 불펜으로 쓰기에는 아까운 구위로 항상 다른 팀이 노리는 트레이드 카드의 중심이 되었고, 뜻하지 않은 부상도 당하면서 이곳 저곳으로 트레이드 되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로 자리를 옮기면서 평균 자책점 1.96, 3승 무패, WHIP 0.78 의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양팀의 타선은 재미난 대비를 보인다.
텍사스의 타선은 신예가 이끌고 있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올드맨들이 팀 중심을 책임지고 있다.
양팀을 이끌고 있는 타자 3명의 타수 차이가 14배 차이가 날 정도로 두팀의 경험 차이는 극명하다. 그러나 텍사스는 아돌리스 가르시아와 같은 젊은 타자가 '난세의 영웅' 처럼 등장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관록의 타자 중에 그나마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가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다.
2019년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보다가 야스트렘스키라는 선수를 처음 보았다. 그 때 '야스트렘스키? 보스턴의 전설 야스트렘스키가 아들이 있었나? 아니 아들이라면 나이가 많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19년 당시만 해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 MLB 공식 사이트를 싹싹 뒤졌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메이저리그 올드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칼 야스트렘스키의 손자가 바로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다. 이 독특한 이름을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참고로 칼 야스트렘스키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만 23시즌을 뛴 보스턴의 전설 중에 전설이다. 그는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좌익수라고 불리며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그의 등번호 8번은 현재 보스턴의 영구 결번이다. 애칭 야즈라 불린 그는 23시즌 중 18시즌에 올스타로 뽑혔으며 골든글러브 7회,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3회에 빛나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손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볼티모어에 13시즌 드래프트된 이후 오랜시간 마이너를 떠돌며 힘겨운 선수생활을 했다. 내가 처음 우연히 본 2019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하면서 서서히 잠재력을 터뜨리더니 20시즌 0.297의 뛰어난 타격 솜씨를 뽐내며 주전 외야수(주로 할아버지의 자리인 좌익수로 뛴다) 한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도 준수한 활약으로 오늘 경기에서도 베테랑 타자들 틈에서 강한 2번 타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양팀의 선발은 오늘 빼어난 투구를 했다.
양팀 선발 모두 1실점씩을 했으나 샌프란시스코의 알렉스 우드는 7이닝을, 텍사스의 카일 깁슨은 6이닝을 소화해 주었다. 특히 우드는 올 시즌 가장 긴 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주어 그를 늘 따라다니는 체력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 주었다.
팽팽하던 경기는 7회 깨졌다.
7회 말 샌프란시스코의 공격에서 6이닝을 잘 던지고 내려간 에이스 카일 깁슨의 후속 투수로 존 킹이 올라왔다. 존 킹은 텍사스 불펜의 최후 보루라고 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좌완 투수다. 2사까지 연속 삼진으로 가볍게 잡아낸 존 킹은 샌프란시스코의 연속 3타자 대타 작전에 무너졌다. 첫번째 대타 슬레이터는 볼넷, 다음 대타 러프에게 안타, 그리고 다음 대타 두본의 연속 안타로 1실점했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다음타자 야스트렘스키가 친 평범한 3루 땅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추가 1실점을 했다.
경기는 여기까지 였다. 텍사스는 9회 초 샌프란시스코의 마무리 제이크 맥기에게 안타 2개를 때리면 압박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선발 카일 깁슨의 호투가 아깝기만 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