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키움의 경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1위 팀은 뉴욕메츠다. 현재 KBO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은 SSG다. 두팀이 공통점은 투수나 타자나 특별히 강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사가들은 이러한 양팀의 선두 유지에 대해 '운이 좋다.'라던가 '잠시 그럴뿐이다.'라는 등의 일시적인 효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양팀의 경기를 면밀히 살펴보면 1위의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일단 투수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결코 경기 초반에 따라 잡을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이점은 불펜도 마찬가지다. 지고는 있을 지언정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만약 투수진이 조금 많이 부진하다면 타선이 초반부터 그 차이를 줄여 준다. 결국 경기 종반까지 찬스가 한번이라도 오면 그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고 상대를 부수어 버린다. 이것이 이 두팀의 승리 공식이다. 이런 식이니 상대는 항상 불안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안하던 실책도 범하면서 자멸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키움의 최근 경기는 이와는 정반대다. 경기 초반에 투수가 무너져 버리며 아주 따라갈 수 없는 경기를 만들거나 초반에 점수를 뽑아내더라도 경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타선은 얼어 붙는다. 타선이 따라 붙는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불펜이 점수를 허용하며 점수 차이를 벌린다. 그러니 키움을 만나는 상대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결사 항전한다. 그리고 뒤집는다. 못 뒤집는다 하더라도 키움의 필승조를 다 소진 시킨다.
오늘 경기도 양상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삼성은 3회 초 공격에서 3득점을 올리며 앞서 나갔다. 키움의 선발 한현희는 6.2이닝 동안 3회에만 3실점 했을 뿐 106개의 공을 던지며 호투했지만 타선은 1점도 지원해 주지 않았다. 한현희는 7회 초 2사를 잡아 놓고 마운드를 내려 왔더니 다음투수 김재웅이 볼넷에 투수 본인의 포구 실책까지 겹치더니 결국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2실점을 했다. 키움은 삼성의 선발 뷰캐넌에게 꽁꽁 묶이며 6회까지는 1점도 득점하지 못했다. 7회 말이 되어서야 전병우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득점할 수 있었다. 7회 초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추격하는 긴장감이 있었겠지만 7회초 이미 2실점을 한 후에 나온 1득점이기 때문에 그런 긴장감은 없었다.
5 : 1 로 맞은 8회 초 키움의 불펜은 또 허망하게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8회 초 삼성의 김지찬은 안타로 진루하고 박해민이 2루타로 간단하게 1점을 추가했다. 점수는 6 : 1 이 되어 이미 기울었다. 선발 한현희가 잘 막아 놓았지만 이어 나온 김재웅과 김동혁 두명의 불펜이 1.1 이닝 동안 3실점하며 추격의 기세를 꺾어 버렸다.
9회 말 키움의 타선은 오늘 경기 중 가장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심창민과 오승환을 공략해 2득점을 추가했지만 추격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달아오르던 타선은 서건창이 1사 1, 2루에서 병살타로 끝내 버렸다.
경기는 삼성이 6 : 3으로 승리했다.
롯데와 KT의 경기
롯데는 오늘 뭔가 달랐다. 선발 박세웅은 혼자 마운드를 오롯이 지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었다. 롯데의 타선은 15점을 뽑아내며 박세웅을 넉넉하게 지원했다. 롯데의 타선은 4회와 5회에 3점과 5점을 뽑아내며 KT의 승리조 불펜의 등판을 사전에 차단했다. KT는 믿었던 데스파이네가 3.2이닝 동안 5실점으로 무너졌고 무엇보다 104개의 공을 던졌다. 데스파이네는 1회에 1실점만 했지만 투구수는 이미 50개에 달했다. 이어 나온 안영명이 4회 한타자를 삼진으로 잡았을 뿐 5회에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너져 강판당하면서 다음 투수 이강준과 5회에만 5실점하며 오늘의 승리를 롯데에 넘겼다.
오늘 롯데의 타선은 무서웠지만 하이라이트는 투수 박세웅이었다. 박세웅은 9회까지 안타를 3개, 볼넷을 3개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박세웅은 1회에만 볼넷 2개를 내주며 2명의 주자를 허용했을 뿐 나머지 이닝에서는 1명 이상 루상에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늘 117구를 역투하며 부상 이후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날려 버렸다.
인생투를 던진 박세웅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경기는 롯데가 15 : 0 으로 승리했다.
SSG와 두산의 경기
양팀은 오늘도 명불허전의 명승부를 펼쳤다.
최고 안정감의 투수 두산의 최원준의 6이닝 무실점 호투는 이제 별로 이상할 것이 없으나 SSG 오원석은 3실점을 허용했지만 6회까지 버텨 주며 SSG으 후반 반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SSG가 아쉬웠던 것은 2회 말 두산 공격 때 양석환과 강승호에게 2루타와 3루타를 연속으로 얻어 맞아 1실점한 것이 아니라 추신수가 평범한 플라이볼에 포구 실책을 범하며 2실점한 것이었다. 3회 실점도 마찬가지였다. 안타와 연속 2루타로 2, 3루 상황은 어쩔 수 없었지만 포수 이재원이 공을 빠뜨려 1실점 했다. 물론 사인이 서로 맞지 않아 투수 오원석에게도 책임이 있었지만 아쉬운 실점이었다. 결국 오원석은 3실점했지만 자책점은 1점이었다.
SSG의 무시무시한 종반 타선의 집중력은 오늘도 같았다.
선발 오원석과 불펜이 더 큰 점수로 무너지지 않고 버티어 주자 SSG는 결국 9회 찬스를 만들었다. 9회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기회를 잡자 안타 3개와 볼넷 하나를 추가하며 2점을 추격하며 두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추신수의 안타에 3루 주자만 홈에 들어오고 2루주자 이흥련이 발이 느려 홈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결국 동점까지는 추격하지 못했지만 오늘도 SSG는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만약 두산이 경기 종반에 잘 맞은 타구 몇 개를 놀라운 수비력으로 잡아내지 못했다면 경기는 아마 뒤집혔을 것이다.
결국 9회에 2점 추격에 그치며 경기는 두산이 2 : 3 으로 SSG를 꺾었다.
LG와 KIA의 경기
양팀은 오늘 SSG와 두산의 경기를 방불케하는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다.
LG의 이민호는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했고 그 1실점도 6회에 허용한 점수였다. KIA의 임기영은 7회 3실점의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으나 6.0이닝 1자책으로 역시 호투했다. 양팀은 선발들의 호투 속에 3 : 3 으로 팽팽하게 9회를 맞았다.
먼저 찬스를 잡은 것은 LG 였다. 9회 초 LG는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자 희생번트로 2루에 득점권 주자를 선점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들은 볼넷을 하나 추가 했을 뿐 2루 주자를 더 이상 진루시키는데 실패했다.
9회 말 KIA는 바로 반격에 들어 갔다. 선두타자와 후속타자가 허무하게 아웃당하며 바로 2사가 되었지만 김태진이 볼넷, 터커가 몸에 맞는 볼로 진루하며 2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다. 돌아온 4번타자, 어제 돌아오자 마자 결승타를 날렸던 최형우는 LG 마무리 고우석의 어설픈 슬라이더를 그냥 두지 않았다. 중견수 쪽 잘 맞은 안타는 2루 주자를 불러들여 오늘도 결승타를 기록했다. 역시 최형우다.
이렇게 경기는 3 : 4 로 KIA 가 가져 갔다.
한화와 NC의 경기
오늘 경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NC 선발 루친스키의 승, 한화 선발투수 카펜터의 패 라고 정리할 수 있다.
올 시즌 한화는 상대 외국인 선발과 상대해서 한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 였다. NC의 루친스키는 6회까지 1실점만을 허용하며 호투했다. 반면 한화의 카펜터는 5.0이닝 동안 4실점하며 부진했다. 5이닝 4실점이 잘못 던진 기록은 아니지만 상대가 에이스니 만큼 실점을 최소화 했어야 했다.
한화가 그래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타선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상대를 괴롭혀 NC는 문경찬, 임정호, 임창민, 원종현까지 승리조를 풀가동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리조가 총동원되었음에도 7회와 8회에 1점씩을 추격해 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불펜에서는 추격조 2명만을 투입하고 경기를 마무리 지어 불펜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내일 경기의 확률을 높인 것도 큰 소득이라 하겠다.
경기는 NC가 3 : 6 으로 한화를 따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