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류현진. 놀라운 호투에 아쉬운 6회.. 그리고 패전투수
올 시즌 큰 부상 없이 순항 중인 류현진은 최근 한경기는 완벽하고 한경기에서는 무너지는 널뛰기 투구를 보여 주었다. 오늘은 그런 개념이라면 완벽하게 투구할 타이밍 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역대 최악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는 같은 지구의 최하위 볼티모어였다.
류현진은 1회 28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했다. 그러나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오늘 선전할 것을 예고했다. 많은 경기에서 1회 어려운 경기를 하지만 이를 무실점으로 잘 풀어갔을 경우 어렵지 않게 경기 중반까지 무실점으로 풀어가는 경기를 어렵지 않게 지켜봐 왔기 때문에 기대는 높았다. 특히 나가면 골치 아픈 볼티모어의 1번타자 세드릭 멀린스가 볼넷으로 출루하여 루상을 휘저으며 3루까지 진출한 상황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는 점에서 오늘의 기대는 틀린 것이 아니었다.
2회부터 5회까지는 완벽이라는 말이 그리 과장이 아닐 정도로 꼬박꼬박 삼자범퇴로 잡아내며 그야 말로 노히트 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4회 초 볼티모어의 클린업 트리오를 단 공 5개로 잡아내는 모습은 류현진이 좋을 때 모습을 그래도 재현했다.
볼티모어 최악의 부진의 원인은 무엇보다 선발투수진과 구원투수들의 가리지 않는 붕괴에서 기인한 점이 크다. 볼티모어의 상위 타자는 만만한 타자들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라고 불리는 세드릭 멀린스를 필두로 펀치력과 정교함을 갖춘 라이언 마운트캐슬, 볼티모어의 미래 오스틴 헤이즈와 앤서니 산탄데르, 내야 수비의 핵이자 클러치 능력을 갖춘 라몬 우리아스까지 1~5번까지의 타자들은 무게감이 예사로운 팀은 아니다. 물론 상위 타선에 비해 완전 물먹은 하위 타선의 불균형은 볼티모어의 골치 거리이기는 하다.
류현진은 6회 2사까지 안타없이 훌륭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2사 이후 연속 안타와 볼넷, 적시타로 한순간 무너졌다. 시작은 라이언 마운트캐슬이었다. 2사 이후 큼직한 2루타로 류현진의 노히트 경기를 깨더니 오스틴 헤이즈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이 때 까지도 그리 위기감은 없었다. 그러나 앤서니 산탄데르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 2루의 위기에 몰리더니 라몬 우리아스의 3루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허용하며 1, 2루의 주자들 모두에게 홈을 허용했다. 연속 안타에 몰리니 2사 이후라도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키지 못하고 어두운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너무나 아쉬웠다.
오늘 류현진의 투구를 보며 키움 히어로즈의 요키시가 떠올랐다. 요키시는 준수한 투수지만 무시무시한 위닝 샷을 갖춘 치명적인 투수는 아니다. 다양한 구질과 지저분한 구질의 투심, 그리고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가지고 노는 스타일이다. 어찌보면 류현진과 닮은꼴 투수인지도 모르겠다. 요키시는 항상 준수한 투구를 하지만 경기 중반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두고 요키시의 체력을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지만 사실 경기 중반 요키시의 구속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구위의 저하에서만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류현진이나 요키시 같은 투수들은 경기 중반 약간의 체력 저하로 인해 제구가 조금 떨어지거나, 스핀량이 조금만 저하되도 눈에 익은 타자들에게 통타 당하기 쉬운 유형이다. 그 체력 저하는 너무나 미묘한 것이기 때문에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찌보면 땅볼 유도형 투수의 숙명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대부분 투수 조련사들은 이런 경우 신구종을 장착하여 경기 중반 변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완성형 투수라 할 수 있는 류현진에게 해당되는 해결법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어려운 문제다.
류현진만 나오면 터져주던 화력도 오늘은 부진했다. 오늘 토론토는 단 2점을 득점했는데 3회 류현진 도우미 대니 젠슨이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6회 말 게레로 주니어가 솔로 홈런으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더 이상의 득점 지원은 올리지 못했다. 7회 1점을 더 허용한 토론토는 결국 4 : 2 로 경기를 볼티모어에게 내어 주며 3연승을 멈추었다. 볼티모어는 반대로 4연패를 끝냈다.
류현진은 5.2 이닝을 잘 던지고 5.2 이닝 이후 3실점을 하며 오늘의 패전 투수가 되었다. 오늘 이겼더라면 양키스의 게릿콜과 다승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13승 고지에 오를 수 있었지만 12승에 머물며 아쉬운 8패째를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