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장은 전통의 강호 LA 다저스와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에게 돌아갔다.
올 시즌 운은 좀 따르지 않았지만 정규시즌 100승 이상을 거둔 최강 전력 다저스와 시즌 막판 17연승의 돌풍을 일으키며 가을 좀비의 명성을 입증한 세인트루이스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경기였다.
단판으로 결정되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인 만큼 양팀은 최강 전력으로 맞붙었다.
다저스는 영원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팔뚝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함에 따라 오늘 선발로는 맥스 슈어저가 중책을 맡았다.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추어 워싱턴에서 트레이드 해 온 슈어저는 후반 다저스 전력의 큰 부분을 담당하며 여전한 강력함을 유지하고 있는 투수다. 현재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위대한 삼진머신은 바로 맥스 슈어저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운드는 가슴 찡한 모습이었다. 마운드에는 만 40세로 세인트루이스의 마운드를 2005년부터 줄곧 지켜 온 아담 웨인라이트가 서 있었다. 21세기 세인트루이스를 대표하는 투수라 불리는 웨인라이트가 마운드에 있었다면 포수는 만 39세 야디어 몰리나가 있었다. 2004년부터 세인트루이스를 대표하는 포수로 팀을 이끌어 온 몰리나는 이미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어 있다. 오늘도 이 두명의 세인트루이스 대표선수들이 팀을 이끈다.
먼저 득점을 올린 것은 세인트루이스였다. 아직 영점이 잡히지 않은 슈어저를 1회부터 적극 공략한 세인트루이스는 슈어저의 폭투로 손쉽게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다저스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4회 말 맥스 먼시의 부상 이탈 공백을 메워야만 하는 새로운 4번타자 저스틴 터너가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1 : 1 의 팽팽한 기싸움은 이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다저스는 슈어저를 4.1이닝만에 조기 강판시키는 한 박자 빠른 투수 운영으로 오늘 승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다저스의 자신감의 중심에는 불펜 에이스 블레이크 트레이넨이 있었다. 트레이넨은 올 시즌 다저스 불펜 중 가장 많은 이닝인 72이닝을 소화하며 WHIP 0.98,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한 최고의 불펜이다. 만약 트레이넨이 없었다면 부상등의 이유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다저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 시즌 놀라운 활약을 했다. 트라이넨은 오늘도 1.2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하며 철벽 불펜의 모습을 보였다.
다저스에 트라이넨이 있다면 세인트루이스에는 지오바니 가예고스가 있다. 가예고스 역시 올 시즌 73이닝을 소화하고 WHIP 0.88, 14세이브를 올린 세인트루이스가 자랑하는 최고의 불펜이다. 가예고스 역시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주며 0의 행진을 계속했다.

1 : 1 로 맞붙은 경기는 9회까지 계속되었다.
9회 초 다저스는 마무리 켄리 잰슨을 올렸다. 잰슨은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올 시즌에도 도통 믿음을 주지 못했다.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즌 중에 트라이넨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겨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잰슨은 달랐다. 마치 2017년 이전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 구위가 살아났다. 커터와 슬라이더의 위력이 놀라웠다. 살아난 잰슨은 9회를 거뜬히 막아내고 앞으로 포스트시즌의 전망을 밝혔다.
승부는 9회 말 갈렸다. 다저스에서는 잰슨이 불안했다면 세인트루이스 역시 마무리 알렉스 레이예스가 시즌 내내 문제였다. 구위만으로는 최고의 투수로 올 시즌 29세이브를 올리기도 했지만 늘 잔루를 한개 이상 남기는 불안한 제구력으로 세인트루이스 벤치의 마음을 졸였다. 가뜩이나 시즌 막바지에는 체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 더욱 불안했다.
9회 말 불안한 레이예스를 대신하여 마운드에 올린 맥팔랜드는 두명의 타자를 잘 잡았지만 MVP에서 1할 타자로 전락한 코디 벨린저를 잡아내지 못하고 볼넷을 내주었다. 벨린저는 오늘 안타와 볼넷, 그리고 도루 2개를 기록하며 명예를 회복할 기반을 만들었다. 후속 크리스 테일러는 맥팔랜드를 구원하여 마운드에 오른 레이예스의 공을 통타하여 끝내기 2점 홈런을 날렸다. 길었던 오늘의 승부가 끝이 났다.
올 시즌 후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던 크리스 테일러는 오늘 경기에서도 A.J 폴락에 밀려 경기 중반 교체 멤버로 출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굿바이 홈런으로 살아났다.
홈런 한방으로 오늘 경기를 1 : 3 으로 가져간 다저스는 '승자독식'으로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했다. 최강 전력 다저스에 어울리지 않는 천신만고 끝에 디비전 시리즈에 합류한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 줄 지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