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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 리뷰/오늘의 메이저리그 리뷰

<2021년 9월 29일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의 분수령 양키스와 토론토의 3연전, 류현진 선발 등판했지만 아쉬운 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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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결국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지 못하고 쓸쓸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20201년 9월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양키스와의 1차전 경기에 류현진을 내세웠다.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거듭 부진하자 체력적인 문제라고 판단한 토론토는 에이스의 부활을 위해 목 담증세를 이유로 10일간의 휴식 시간까지 부여하며 와일드 카드 결정에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오늘 선발 일정으로 류현진을 맞추었다.

오늘 경기 전까지 양키스는 156경기를 소화하면서 89승 67패, 토론토는 87승 69패로 1게임 차이로 양키스가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은 동부지구의 3팀 양키스, 보스턴, 토론토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어제까지 양키스와 보스턴이 동률이고 그 뒤를 한게임 차이로 토론토가 뒤쫓는 형국이다.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 상위 2팀이 디비전 시리즈를 갖게 되는데 이번 양키스와 토론토의 격돌은 매우 중요하다. 양키스는 오늘 경기 직전 보스턴과 3연전을 싹쓸어 담으며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양키스의 타선은 21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점에 맞추어 강력한 원군들을 끌어 모으며 더욱 무서워졌다. 기존 더블 몬스터(미국에서는 양키스를 두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라 묘사한다. 이 두개의 머리가 더블 몬스터다.) 애런 저지와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공포의 홈런포가 살아났고, 시카고 컵스의 영원한 주장이라 생각했던 앤서니 리조가 가세했다. 텍사스에서 모셔온 조이 갈로는 최근 타격감이 떨어져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류현진에게 특히 부담스러운 것은 ‘류현진 킬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게리 산체스가 버티고 있다. 산체스는 다른 투수들에게는 공갈포일지 모르지만 류현진을 만나면 정교함과 장타력을 갖춘 최고의 타자로 변신한다.

류현진은 오늘도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류현진은 1회 초부터 고전했다. 1번 르메이휴는 유격수 땅볼로 잘 잡았지만 2번 앤서니 리조와 3번 애런 저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조이 갈로를 잘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이 원래 1회 안타 허용률이 높은 투수인 것과 부상 결장으로 인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위안할 수 있을 정도의 투구였다.

2회 초에는 천적 게리 산체스에게 1사 이후 좌중간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큰 위기 없이 후속 타자들을 처리했다.

류현진의 오늘 첫 실점은 3회 초에 나왔다. 2사를 잘 잡아 놓은 류현진은 애런 저지에게 117m짜리 우월 홈런을 얻어 맞아 1실점했다. 더블 몬스터 중 저지에게 첫 실점을 내주는 솔로 홈런을 얻어 맞은 것이다.

4회에는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 삼자 범퇴 이닝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사 이후 만난 천적 게리 산체스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는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췄고, 생각하지 못했던 커브는 커트를 해내며 마치 ‘용규놀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10구를 공략하여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서기는 했지만 체인지업 공이 하나만 가운데로 몰렸어도 담장을 넘겨 버릴 것 같은 잘 맞은 공이 외야를 향했다.

류현진은 어찌되었든 4회까지는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5회의 위기를 넘기지는 못했다.
류현진이 괴력의 투구를 보이는 에이스급의 투수이기는 하지만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수는 아니다. 이런 투수들이 투구수 70개를 기점으로 회전수가 조금 떨어지거나 또는 제구 집중력이 잠시 흐트러지면 순간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최근 류현진의 경기를 보면 거의 대부분 그런 패턴이다.
선두타자 브렛 가드너를 3루 땅볼로 잡으면서 좋은 출발을 보인 5회, 1사 이후 지오 어셀라에게 우중간 안타, 르메이휴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르메이휴에게 너무 쉽게 볼넷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후속 앤소니 리조에게 빗맞은 짧은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 안타로는 2루 주자가 홈에 들어 오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우익수 디커슨의 홈송구가 홈으로 쇄도하는 어셀라의 등을 맞추며 튀어 1실점과 주자 2, 3루의 어려운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최근 5회 무너지는 모습이 잦았던 류현진을 이런 위기 상황에서 기다려 줄 수 있는 토론토의 벤치가 아니었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가차 없이 투수를 침버로 교체 했다. 침버는 후속 안타없이 두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넘겼지만 저지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아웃을 허용하며 류현진의 오늘 자책점은 3점이 되었다.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 4.1이닝 3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되었다. 토론토는 1회 말과 4회 말 보 비셋과 디커슨의 적시타로 각각 1점씩을 올려 2득점으로 류현진의 승리를 지원했지만 류현진은 버텨주질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은 좋은 투구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팀에 주었다.’라며 류현진을 감쌌지만 류현진에 대한 실망감은 표정에서 보였다.

양키스는 더블 몬스터 중 다른 한명인 스탠튼이 7회 리차즈에게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날렸고, 9회에도 어셀라가 1점 홈런을 날리며 토론토의 불펜을 무너뜨려 7 : 2 의 낙승을 거두었다.

양키스의 선발 제임스 타이욘은 발목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오늘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복귀전을 가졌다. 공은 나쁘지 않았지만 3회 1사를 잡은 상황에서 부상 부위가 다시 좋지 않음을 느끼고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선발 투수의 이탈로 불펜이 준비 되어 있지 않은 위기를 양키스는 맞았지만 마이클 킹이 2.2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잘 막으면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몸이 풀리지 않은 킹을 공략하지 못한 토론토의 타선은 경기 내내 무기력했다. 필승조 불펜 채드 그린과 한 때 양키스의 에이스였지만 부상으로 현재 재활 중인 세베리노는 7회와 8회 박빙의 승부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양키스 불펜의 핵임을 입증했다. 특히 세베리노는 아직 몸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1이닝만 집중해서 던지니 위력이 무시무시했다. 양키스가 이렇게 순항한다면 포스트 시즌 불펜의 핵은 세베리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어려운 토론토의 중심을 잡아주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던 류현진이 후반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
오늘 경기는 무척이나 중요한 경기 였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그 동안 쌓아 놓은 신뢰가 모두 무너진 듯 하다. 이런 상황이 류현진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아쉽다.
오늘만 잘했으면 그 동안 아쉬웠던 것들을 모두 돌려세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그래도 류현진 잘 했다. 토론토가 뭐가 있었나? 류현진이니 저만큼 해 주었지.’하는 안타까움이 하루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보스턴이 양키스와의 스윕패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볼티모어에게 또 다시 패배하며 아직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류현진, 끝까지 잘 싸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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