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크리스 플렉센이 메이저리그 시애틀 돌풍을 이끌며 14승을 수확했다. 시애틀 최다승 투수이며 아메리칸리그 다승 2위의 기록이다.
크리스 플렉센은 94년 생 투수로 두산에서 뛸 당시 '저렇게 훌륭한 젊은 투수가 한국에 오다니 뭔가 문제가 있겠지.'하는 오해아닌 오해를 받은 젊은 투수다.
플렉센은 대학시절 미식축구와 야구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운동 신경 하나만은 이미 인정 받은 선수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뉴욕 메츠에 입단한 플렉센은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는 탁월한 활약을 보였다. 이러한 활약을 고려한다면 플렉센은 승격을 거듭하며 빅리그에 쉽게 안착했어야 할 선수였다. 그러나 2014년 승승장구하던 플렉센은 토미존서저리를 받으며 2016년까지 싱글A에 머물러야 했다. 2016년 싱글 A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7년 트리플A를 뛰어 넘고 바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전 선발투수로 처음 만난 타자가 현재 템파베이에서 뛰고 있는 마뉴엘 마고트였다. 플렉센은 데뷔 첫 상대 마뉴엘에게 리드오프 홈런을 허용하며 순탄치 못한 빅리그 상활을 시작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2017년은 3승 6패를 기록하며 나름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18, 19 시즌에는 간간히 빅리그에 올랐지만 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패배만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사실 플렉센은 매력적인 투수다. 키가 190cm에 체중 115kg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스몰 사이즈가 아니다. 게다가 팔 높이가 높아 타점이 높은 투수다. 맘 먹고 던지면 158km의 강속구를 던지지만 플렉센의 최고 강점은 154km에 달하는 투심볼러라는 것에 있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투수들이 다 그렇듯 제구였다.
2020년 두산 베어스와 계약하며 동양 야구를 접한 플렉센은 한국 무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힘이 통하는 한국 무대에서는 포심 강속구를 주무기로 타자들을 윽박질렀지만 잘 던지다가 경기 중반이 되면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한순간에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하며 좀처럼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 마름 먹은 대로 풀리지 않자 시즌 중반 덜컥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잔부상에 시달리며 두산 벤치의 애를 태웠다. 플렉센이 투박한 힘이 우선이 아니라 정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즌 후반 두산의 버팀목으로 돌아온 플렉센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 여세는 포스트시즌, 한국 시리즈에서 위력을 더 했다. 플렉센의 정규 시즌 성적이 8승 4패로 대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이유다.
2021년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 플렉센은 시애틀 메리너스와 2년간 475만 달러에 계약하며 빅리그로 돌아왔다.
힘으로 삼진 위주의 아웃 카운트를 잡던 이전의 스타일이 아닌 투심 위주로 맞춰 잡는 요령이 한층 나아지며 시애틀의 에이스로 부상하며 14승을 현재 수확했다. 시애틀은 지난 몇 년간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올 시즌도 최약체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플렉센의 맹활약에 힘입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휴스턴에 이어 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도깨비팀 오클랜드, 오타니의 에인절스 같은 팀들이 모두 시애틀 발 아래 있다. 현재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양키스, 보스턴 그리고 토론토와 더불어 치열한 카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커다란 덩치에 나름 베이비 페이스의 플렉센이 오늘따라 더욱 듬직해 보인다.